진화 발전하는 주민참여 놀이터 만든 저력은 어디에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3-06 2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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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매곡 여성회 이유정 숲N놀이단 팀장
▲ 이유정 씨는 참여를 통해 변화를 만들다 보면, 여성으로서 존재감도 느끼고 자부심도 생긴다고 했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북구 어린이전용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 옆에는 모험놀이터가 있다. 원래 있던 놀이터를 고쳐 주민참여 방식으로 만들었다. 울산에서는 처음이다. 주민참여 경험이 부족한 울산지역에 북구 주민참여형 놀이터(이하 주참놀)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숲N놀이단 팀장을 맡고 있는 신천매곡 여성회 이유정 씨에게 들었다.

1. 지금 몸담고 있는 여성회는 어떤 단체이고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오래전부터 매 맞는 아내를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 출발한 ‘울산여성회’가 있고 여기는 울산여성회 산하 신천매곡지역 여성회라고 보면 된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숲과 자연에서 체험놀이 활동을 하는 숲N놀이단 팀장이다.
아이들이 놀려고 하면 아이, (여유)시간, 장소의 결합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어른들은 이런 결합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북구는 아파트는 많이 들어서는데 제대로 된 공원이 만들어져 있지 않아 학부모들이 심란했다. 그러던 차에 어린이도서관 옆에 기존의 식상한 놀이터가 아닌 주참놀을 만든다기에 주참놀 활동 사무국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참놀 참여 인원이 무려 600여 명이다. 완전 무보수 자원봉사 활동이다.

2. 주민참여형 놀이터가 진행된 과정은?

환경부 예산으로 중산동 기존 놀이터를 ‘생태놀이터’로 리모델링을 한다길래 참여를 결정했다. 희수자연학교 원장님이 마당에 모험놀이터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강진희 전 북구의회의원이 모험놀이터를 추진해온 경험도 있어 자연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매곡신천 여성회(회장 박옥분)와 권순정 씨가 결합되면서 힘을 받았다. 아이들의 지혜와 체력을 같이 키우는 곳으로 만들자고 결의해 적극 참여하게 됐다. 놀이터 주변에 장애인학교인 메아리학교도 있고, 희수자연학교 장애아동도 있어서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놀이터를 만들자고 결정했다. 장애인학부모회에 도움을 구하고 북구지회와 같이 판을 짰다. 하지만 예산과 설계가 거의 끝난 시점이어서 북구청과 TF팀을 세심하게 꾸리지는 못한 한계는 있었다.

3. 증산놀이터는 이제 리모델링돼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핵심 시설은 뭔가?

놀이터를 잘 만들기 위해 몇 군데 견학을 갔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에도 장애인 그네는 없더라. ‘원반 그네’는 있었는데 원반처럼 생긴 그네에 장애인, 비장애인이 같이 타고 가이드 안전장치가 된 그네였다. 각각의 놀이시설이 띄엄띄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원반 그네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비장애인도 그네를 좋아하지만 장애인들도 그네를 아주 타고 싶어한다. 휄체어가 들어가고 잠금장치를 만들면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면 되니까 생각보다 간단한 시설로 되겠다고 생각해서 장애인 그네를 들였다.
아이들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모래언덕을 만들었는데 문제는 근방 아파트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어서 주 봉우리가 중앙에서 변두리로 밀려났다. 언덕이 무너져 내려니까 잔디를 심어 언덕을 오르내리는 원래 용도로 활용 못 하고 있다. 작은 집인 트리하우스도 만들었는데 계단으로 혹은 줄에 매듭을 지어 올라가는데 인기가 좋다. 줄지어 서서 앞 아이가 하는 걸 지켜보면서 요령을 배우는 효과도 있다.

기존 장미 터널을 치우고 그물망 매트 쉼터를 만들었는데 탄성이 좋다 보니 아이들이 굴러 뛰는 곳으로 착각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안내판을 세워 바로 잡았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시설은 짚라인인데 해가 떨어져도 아이들이 줄지어 탄다. 주로 남자아이들은 짚라인 쪽으로 여자아이들은 휴게 쉼터나 트리하우스 쪽으로 모인다. 펌프도 설치되었지만 겨울 동파 염려로 물을 잠갔는데 봄이 되면 펌프 놀이도 볼 만할 것이다. 아직 임시개장이고 정식개장식은 올 3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4. 놀이를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는 없나?

현재 장애인 그네에서 사고가 세 번 정도 났는데 한 아이가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장애인 그네지만 비장애인 아이들이 여러 명 한꺼번에 이용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그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중산놀이터 이용을 금지하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 현재 장애인 그네는 사용금지고, 장애인 아이들이 올 때만 이용하게 할 생각이라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모험놀이터는 만들어졌지만 홍보와 인식은 사고 때문에 역효과도 살짝 나고 있다. 관공서가 전문가 자문 예산 책정을 못한 것도 있고 안전한 놀이시설에 대한 전문가 검토가 부족했다고 보고 이후 보완할 생각이다. 한 마디로 시공업체와 공무원과 주참놀이 협력해서 계속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되는 ‘진화하는 놀이터’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고 이용이 거의 안 되는 기존 놀이터하고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

5. 이런 일을 열심히 하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스스로 창조적인 일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여러 알바를 많이 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 둘 엄마가 되고 보니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만으로는 쳇바퀴 같은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해 피곤하기도 하고 애들 보기도 힘들었다. 2017년 처음 촛불 상경시위에 참여한 것이 큰 계기가 됐고, 그 뒤 울산여성회 원탁토론회가 열렸는데 오열이 터져 나오더라.
정보와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해서 블로그를 관리했는데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정보가 너무 없더라. 내가 직접 글을 쓰고 찾아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한 걸음 더 들어갈 때마다 독서토론을 통해 소양도 늘고 회의를 통해 다른 이들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예전엔 단순한 현모양처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집과 가정, 주부로서 사회변화에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에 존재감과 자부심이 넘친다. 운영비도 없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새로운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라 스케줄은 언제나 빡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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