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태학의 이해(1) –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실현 가능성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21-01-13 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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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농생태학은 논과 밭 등 인위적으로 농사짓는 모든 경작지를 농업생태계로 규정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무슨 무슨 ‘생태계’라는 식의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또 다른 양상으로 이해합니다. 생태계를 부차적이고, 기능적인 것으로 파악해 영향력을 평가하거나 활용 수단으로 삼는 태도와는 완연히 다른 접근방식입니다. 자연 생태계와 농업생태계는 뚜렷하게 대조적이지만, 두 유형의 실제 체계는 연속체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자연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는 농업생태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사람의 관리와 통제가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또 반대로 농업생태계가 어떤 제약을 받게 되는지를 탐구합니다. 이 연구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농업입니다. 다른 학문과는 조금 다르게 이행과 실천에 방점이 찍힌 농생태학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사회, 경제적 사안과 연계하는 운동의 성격마저 띠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농생태학의 의의를 농민의 관점에서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생태학의 정의

1920년대의 과학자들이 농업에 생태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을 처음으로 농생태학이라고 부른 이래 생태학자, 농학자, 식물학자가 농생태학이라는 학문으로 정립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초기에는 “농생태학은 농업에 생태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정의됐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는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을 포괄하는 전체 식량 시스템에 대한 생태학의 통합 연구, 좀 더 간단하게는 식량 시스템의 생태”입니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구에서 다양한 농생태학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18년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내놓은 다음과 같은 정의입니다.


“과학의 한 분야로 일련의 실천이자 사회 운동이다. 농생태학은 과학으로서 농업생태계의 다양한 구성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일련의 실천으로서는 수확량을 최적화하고 안정화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추구한다. 사회 운동으로서는 농업의 다기능적 역할을 추구하고 사회 정의를 촉진하고 정체성과 문화를 육성하며 농촌 지역의 경제적 자생력을 강화한다. 농생태학은 생태학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개념과 원칙을 동시에 식량과 농업 시스템의 설계 및 관리에 적용하는 통합적 접근방식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학이자 실천이고, 나아가 사회 운동이 농생태학이라는 것입니다. 생태학적인 개념과 원칙, 그리고 사회적인 그것들을 동시에 아우르면서 농업 시스템에 적용하는 통합적, 또는 융합적 학문이 농생태학입니다.
 

▲ 10가지 요소의 상호작용.

지속 불가능한 농업구조에 대한 반성

농생태학이 태동하게 된 배경에는 현대농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성찰이 있습니다. 현대의 산업형 농업이라고 정의되는 대규모 단작 형태의 농업은 기계화된 농사방식과 화학 농자재의 과도한 투여로 인해 토양의 고갈과 환경 훼손, 생태계의 왜곡을 발생시키고 장기적으로 농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것이죠. 산업형 식량 체계는 경작지의 토양, 수분, 기후, 무기물 순환, 유전적 다양성, 자연 생태계의 작동 등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미래의 농업 생산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업에 의한 환경 파괴와 농업의 내적인 생산구조의 붕괴는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므로 따로 떼어놓고 진단하고 대책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환경친화적 농업과 같은 말인 셈입니다.


따라서 농생태학이 자임하는 역할은 우선 작물과 가축 등이 자연계의 그것들 사이에 어떠한 생태학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연구 활동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생태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둘째로는 식량 수요를 만족하는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농법과 체계를 개발하는 것인데, 지역 농민의 경험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재생산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방식의 대전환을 끌어내는 노력입니다.
 

▲ 저수지도 얼었다.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으로의 전환

농생태학에서는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지표를 제안합니다. FAO에서는 그 분석 도구로 10가지의 요소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생태학의 핵심 개념들이며 농생태학적 전환을 계획, 관리 및 평가하는 지침이기도 합니다.


1) 다양성: 농생태학적 전환의 핵심 개념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종과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식량을 확보해 영양을 보증합니다.


2) 공동 창조와 지식의 공유: 농생태학은 상황별 지식에 의존합니다. 농생태학적 실천은 환경, 사회, 경제, 문화 및 정치적 맥락에 맞게 조정됩니다. 지식의 공동 생성 및 공유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을 포함해 식량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생태학적 혁신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3) 동반 상승효과(시너지): 생태 기능을 향상해 자원 사용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사이짓기 등으로 생물학적 질소 고정을 촉진하면 토양 건강, 기후 변화 완화 및 적응에 기여해 매년 질소 비료를 천만 달러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물에 쓰는 질소의 약 15%를 가축 분뇨로 대체하는 작물-가축 통합으로 동반 상승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4) 효율: 천연자원, 특히 태양 복사, 대기 탄소 및 질소와 같이 풍부하고 거저 얻는 자원을 더 사용합니다. 생물학적 공정을 개선하고 바이오매스, 영양소 및 물을 재활용함으로써 생산자는 외부 자원을 더 적게 사용해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재활용: 자연 생태계에는 폐기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연 생태계를 모방함으로써 생산 시스템 안에서 영양소, 바이오매스 및 물의 재활용을 추진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지향해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폐기물 및 오염을 최소화합니다.


6) 탄력성: 생물학적 복잡성을 복구하고 해충 발생을 자체 조절하기 위해 상호 작용하는 유기체들의 공유영역을 활성화합니다. 다양한 농업 경관은 해충 및 질병 통제 기능에 기여할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7) 인간과 사회의 가치: 존엄성, 형평성, 포용성, 정의와 같은 가치에 중점을 둬 식량 시스템의 핵심에 생산, 유통, 소비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포용합니다. 농업생태계를 관리하기 위한 자율성과 적응 능력을 구축함으로써 사람들과 지역 사회가 빈곤, 기아를 극복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인권을 증진해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도록 합니다.


8) 문화와 음식전통: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성은 식량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9) 책임 있는 거버넌스: 생산자가 시스템을 변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투명하고 책임감 있고 포괄적인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학교 급식 및 공공 조달 프로그램, 차별화된 농생태학적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보증하는 시장 규정,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보조금 및 인센티브가 포함됩니다.


10) 순환 및 협동 경제: 지역 시장을 우선시하고 선순환을 만들어 지역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순환 연대 경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새로 연결합니다. 지역의 욕구, 자원 및 역량을 기반으로 공정한 해결책을 장려해 더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듭니다.


이 10가지 요소들은 농생태학의 핵심 개념들이며,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적입니다.
 

▲ 씨앗은 얼지 않는다.

생산성과 경제성

개별 농가의 최대 관심사는 먹고 사는 일입니다. 더 많이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생계가 보장되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농생태학은 현실성 없는 거대 담론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농생태학에서 다루는 핵심분야 중에는 구현함으로써 생산성과 경제성을 단기적으로 북돋울 수 있는 연구성과가 있습니다. 현대 기술의 부정적인 환경 및 사회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수확량을 유지하고 지역 자원의 사용을 최적화하는 생산적인 농업에 관한 학문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농생태학은 멕시코 남동부에 있는 열대 농업의 작은 대학에서 관련 교육과 연구 및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개발 프로젝트에 적용되면서 실질적이고 전체적인 체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의 전통적 농경 체계가 생태학적 토대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통농업이 ‘오래된 미래’의 면모를 띄고 있다는 것은 농생태학적 접근이 언뜻 보는 것처럼 난해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농생태학의 전략은 생산성과 경제성을 담보하면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그 전환과정은 실현 가능성에 천착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딱딱한 이론 대신 이행과 실천을 중심으로 농생태학적 전환과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 채소가 얼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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