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의 원인이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인가?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기사승인 : 2021-02-26 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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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이 청문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며, 이번에 가장 주요하게 다뤄질 사업장은 포스코였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사장의 발언이 화근이 됐다. 사고 발생원인을 설명하면서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문제라고 지적하자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은 것이다. 결국 뒤늦게 사과하긴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사장의 문제의 발언 모습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자 현장은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로 술렁였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현대중공업 구성원으로서 낯부끄럽다는 목소리까지 쏟아졌다.


최근 3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는 6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노동조합이 조사한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노동자는 창사 이래 468명이다. 한 기업에서 이처럼 많은 노동자가 죽어갔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계속되고 있을까?


흔한 말로 노동자를 죽이는 ‘죽음의 공장’, 매번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원인이 과거 수없이 발생했던 원인과 똑같은데 이를 감시, 감독해야 할 노동부는 왜 감독관조차 상주시키지 못한 채 죽음의 행진을 방치하고 있을까?


지난 2월 5일 현대중공업 대조립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철판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고정만 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크레인으로 옮긴 철판을 탑재하고 떨어지지 않도록 완전히 고정할 때까지 크레인을 떼지 않고 작업해야 하지만, 철판의 고정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크레인을 해체시켜 발생한 사고였다. 또한 표준작업지도서에 철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철판받침대를 설치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가 철판이 떨어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크레인, 중장비 운전과 중량물 취급 업무를 현대모스(MOS)로 분사했다. 현대모스는 분사 이후 자신들이 맡은 업무를 다시 하청으로 떠넘기는 문어발식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2월 5일 사고 당일에도, 크레인으로 중량물을 운반하는 작업은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모스의 하청업체가 담당했고, 철판을 조립하는 업무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했다. 서로 소속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혼재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상호 소통이 잘 되지 않았고, 중량물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작업지휘자도 없었다. 현대중공업 자회사의 하청업체는 그저 옮겨 달라는 대로 옮겨줄 뿐, 완전하게 고정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중량물 취급을 자회사로 분사한 이후 반복되는 사고 때문에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한해에만 크레인 및 중량물 취급 중에 발생한 사고가 13건에 달한다고 한다. 다행히 사망자가 없었을 뿐 자칫하면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


지난 2019년 9월 20일에도 현대중공업 해양 작업장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가 18톤이나 되는 압력 테스트용 뚜껑을 해체하는 도중에 뚜껑이 떨어지면서 그 사이에 협착돼 사망했다. 이 사고 역시 해체하려는 철판 뚜껑을 크레인으로 지지하고 작업했어야 하는데 크레인 없이 작업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뚜껑 해체작업을 하던 하청 물량팀은 크레인 장비 사용이 원활하지 못해 뚜껑 해체작업을 하는 동안 크레인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이 복잡한 고용구조 때문임에도 이를 해결할 예방계획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미 2018년 정부에서 진행한 ‘조선업 중대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에서도 조선소에서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핵심 원인이 외주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를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사업주 입장에서 이윤 확대에 도움이 될 뿐이지, 노동자들은 더 위험한 작업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지적한 사장은 자신이 관할하는 안전관리 조직에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발언한 것이지만, 안전의 기본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불안전한 행동을 줄일 수 있는 충분한 교육과 생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이지 노동자의 탓으로 돌린다면 과연 죽음의 행진을 멈출 수 있을까?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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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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