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피해 주민 지원, 형평성 논란보다 좋은 선례로 생각해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4 21: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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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이 화재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일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현장 2차 합동감식을 준비하는 모습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달동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피해 입주민들에 대한 숙박문제와 관련, 울산시가 선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한 포털 커뮤니티에서는 과도한 지원 아니냐며 논란이 일고 있다. 

 

화재가 난 다음날 열린 송철호 울산시장과 주민들 간의 간담회에서는 송철호 시장에게 ‘언제까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고 보상은 얼마나 이뤄지는지 확답을 빨리 해 달라’,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등도 면제해 달라’ 등 송철호 시장도 쉽게 답하기 힘든 요구를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문제는 이 영상이 고스란히 유튜브로 생중계 됐고 이때 나온 주민들의 거친 얘기가 많은 시민들에게 퍼져나가게 되면서였다.

 

이 영상에는 ‘시에서는 관할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도와주는 취지인 건데 누가 보면 시에서 불낸 줄’, ‘정부가 할 일은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화재발생 원인을 조사하는 것 정도’라는 댓글이 달렸고 송철호 시장의 SNS에도 ‘사유재산 피해에 혈세가 사용돼서는 안 된다’, ‘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개인 재산 피해를 해결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 돈으로 소방관의 복지를 위해 써라’ 등 비판적인 글이 게시됐다. 

 

반면 울산시의 대응에 긍정적인 답변도 있었는데 ‘세금으로 먼저 지원한 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면 그때 구상권을 청구하면 될 것’, ‘일부 입주민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맞지만 시장이 최대한 법에 의해 집행할 것’이라는 글도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하루아침에 집과 모든 물건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간담회 때 100%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장 핸드폰 하나만 잃어버려도 안절부절 못하는데, 피해 주민들은 평생 함께해온 모든 물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가족같이 생각하는 반려동물도 잃었을 것이고 아직 어린 학생들은 각종 추억이 담긴 물건들도 한 순간에 잃어버렸을 것이다. 

 

울분에 못 이겨서 들어주기 곤란한 말들로 떼를 쓰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될 것이다. 한 입주민은 “언론에 우리가 시에 이것저것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숙박부분도 울산시가 선제적으로 조치해 준 것이며 간담회에서 일부 주민이 얘기한 것이 마치 주민들 전체의 의견인양 전파되는 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산피해가 얼마인지를 떠나서 주민들은 죽을 뻔하다 살아돌아온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가족들 모두 평생 안 좋은 기억으로 살아가야 하는, 돈으로는 메꿀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내가, 우리 가족이, 친한 친구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어떤 도움이라도 우선 받고 싶을 것이다. 큰 화재를 겪어 경황도 없는데 당장 새로 머물 거처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논란이 일자 송철호 시장도 10일 브리핑을 열어 “과잉대응이 아니냐 하는 지적이 일부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번 화재사건이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예방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중대한 또 다른 어려운 재난상황과 겹쳐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육관이나 학교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지내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선 이재민들을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최대 관심사이고 여기에 지출된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는 사고원인이 규명된 다음에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 또한 보험체계도 좀 더 면밀히 검토해서 구상권을 행사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송 시장은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재난 상황으로 인해 많은 주민들을 한 곳에 모시기 어렵다고 생각해 시 차원에서 선처를 해준 것”이라며 “이에 대한 내용은 행정안전부의 ‘코로나19 예방지침’에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분명, 사적인 피해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송철호 시장이 강조했듯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특별한 상황이다. 운이 나빠 체육관에 모여 있는 이재민들이 단체로 코로나라도 걸리면 이재민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게 되고 울산시도 전국적으로 망신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의 사회적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송철호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를 잃은 지금의 상황을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사후조치까지 염두에 두고서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구상권 얘기까지 한 것이다. 형평성 논란에 앞서서 내가 당했다고 생각하고 울산시가 선제적으로 조치해준 데 대해 ‘울산시가 시민들을 많이 생각하구나’라고 좋게 생각할 순 없을까. 

 

또한 앞으로 이런 좋은 선례가 나와야 후에도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가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며 재난을 당한 시민들 역시 당당하게 시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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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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