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호미로 막을 일에 둑 터졌다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4-10 21: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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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한 포스터 사진, 원래 작가 이름이 빠졌는데 새로 넣었다.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울산박물관 관장이 바뀌면서 처음 연 울산박물관 기획전 ‘출향(出鄕)’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문제 중 하나는 개인 전시작품을 그대로 ‘박물관 기획전’이란 이름으로 전시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작품을 소개하는 리플릿에 작가 이름이 빠졌다는 것이다.

처음 지역 한 신문사가 레지던시 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M창작소에서 입주 작가 창작 결과를 전시한 작품을 울산박물관 기획전으로 열었다는 기사가 올랐을 때도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다. 박물관이 향토사 등 역사와 관련한 주제로 초대 작가전을 여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인 영상작품이 ‘울산박물관 기획전’으로 포장되는 과정에 불거졌다. 박물관의 의욕이 너무 앞서서일까? 작가는 리플릿 초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박물관은 리플릿을 그냥 인쇄했고 작가의 이름이 빠진 것을 두고 항의했으나 정정되지 않았다. 영상 엔딩 크레딧에 들어가 있던 일부 내용도 삭제됐다.

작가가 계속 문제제기를 했지만 관장은 젊은 작가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전시회가 끝나고 한 달 이상 지난 후 지역 출신인 L 명예교수가 3월 22일 페이스북에 ‘요상한 기획전’이란 제목으로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문제는 전면화됐다. 지역 문화를 걱정하는 많은 인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댓글을 달았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처하는 울산박물관의 태도에 있었다. 관장은 L 교수에게 정보 출처를 물으면서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등 음모론으로 몰아갔다.

해당 작가는 지방에 총 4년, 울산에서 한 해 동안 레지던시로 창작활동을 한 젊은 작가다. 그는 3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시 기록물에 자신의 이름을 명시해줄 것과 일련의 과정에 대한 울산박물관 관장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이 글을 보고 레지던시 사업으로 저작권 등 피해를 봤던 여러 젊은 지역 작가들이 공감을 표하는 등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결국 울산박물관 관장이 페이스북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젊은 작가와 불거진 저작권 문제 등은 고비를 넘겼지만 울산 지역 문화예술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았다. 일반적인 문화예술작품 저작권에 대한 몰이해, 문제제기하는 젊은 작가를 대하는 방식, 공개적으로 논쟁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중심으로 풀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논란을 키워 왔다. 특히 문제가 된 사안을 세력싸움에 얽힌 정치적인 음모로 몰아가기까지 했고, 울산문화계 일부 인사들은 침묵 혹은 동조했으며 자신의 저작권을 지키려는 젊은 작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해당 작가는 “자신의 객관적인 판단과 여러 가지 논란이 핵심을 벗어난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공식적인 채널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울산박물관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울산의 문화 수준과 마인드를 드러내는 시금석이기에 더더욱 안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재생이든 경제적으로 침체되는 도시에 활력을 넣는 일이든 젊고 창조적인 작가들의 예술성과 끼들이 절실한 시점에 울산이 잃은 신뢰 점수는 얼마나 될까?

8일 울산박물관 관장은 페이스북에 공개 사과문을 직접 올렸다. “최근 울산박물관 올해 첫 기획전을 두고 시작된 논란으로 훌륭한 영상작품을 제공해주신 작가님과 박물관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오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작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하여 전시 과정에 있었던 일을 듣고 많은 부분이 미흡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물관 책임자로서 좀 더 세세하게 챙기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배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고 잘못된 일은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기록물로 보관할 영상은 수정 없는 영상 원본을 보관하고 홍보물인 리플릿도 작가명을 명시해 보관하여 더 이상 논란의 소지를 막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마음 고생을 하신 작가님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젊은 예술인들이 존중받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작가를 존중하는 문화와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는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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