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태계 - 농생태학의 이해(2)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21-02-26 0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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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 봄을 깨우는 마늘 싹

농생태학의 탐구 핵심은 농업생태계입니다. 농업생태계는 우리가 농사짓는 논과 밭, 축사 등을 말합니다. 경작지를 굳이 농업생태계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 생태계와 다르면서도 크게는 같은 원리에 제약을 받는 변형된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목표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틀이자 중심이 되는 개념입니다.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생태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일련의 실천이자 사회 운동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이론과 실천, 운동의 바탕은 농업생태계입니다. “일련의 실천으로서는 수확량을 최적화하고 안정화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추구한다.”라는 설명은 현재의 농업의 생산성과 경제성을 보존하면서 전환을 모색한다는 전략을 말합니다. 농업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전환의 방법론이 곧 농생태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농업생태계의 개념

스티븐 글리스만(Stephen R. Gliessman)은 그의 저서, <농생태학: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학>(Agroecology: The ecology of sustainable food systems, 2013)에서 “농업생태계는 생태계로 이해되는 농업 생산(농장)의 장소 또는 지역이다.”라면서 “투입과 산출의 복잡한 세트와 그 구성 부분들의 상호연결을 포함하여, 먹을거리 생산 체계를 전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라고 농업생태계를 설명합니다. ‘생태계로 이해되는’이라는 표현은 농업생태계가 생태학의 원리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농업생태계는 인위적인 힘이 가해진 생태계의 한 단위라는 것입니다.


생태계의 한 단위로서 농업생태계의 공간적 제한은 하나의 농장일 수도 있고, 농장들의 연속체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연관성을 따져본다면, 대한민국에서 바나나를 먹는 사람은 그 생산지인 어느 열대지역과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이처럼 연결망은 자연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농업생태계의 공간적 제약은 투입재를 통해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비료나 농약, 비닐, 씨앗, 농기계, 노동력 등은 농업생태계의 고유한 외부 투입재가 되는 것입니다. 자연 생태계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입니다. 그러나 태양, 강수량, 바람 등 자연 투입재의 존재는 자연 생태계와 공유하는 외부 투입재들입니다. 이처럼 투입재의 확연한 차이로 인해 농업생태계는 자연 생태계와 비슷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게 됩니다.
 

▲ 농업생태계 개념도


2. 농업생태계의 특성

농업생태계에서 에너지 흐름은 인간의 간섭으로 크게 변경됩니다. 투입재는 주로 인적 자원에서 비롯되며, 자급적이지 못합니다. 에너지가 체계 안에 축적될 수 있는 바이오매스에 저장되기보다는 수확할 때마다 상당한 양이 체계의 밖으로 나가는, 필연적인 개방 체계입니다(에너지 흐름의 비순환성).


그리고 대부분의 농업생태계에서 양분의 순환은 최소화되고, 수확과 함께 또는 체계 안에 보유하는 영구적인 바이오매스의 급감으로 인해 침출되거나 침식된 결과로 상당한 양이 농업생태계 체계에서 상실됩니다. 작물들에 의하거나 맨흙을 빈번히 노출하게 되는 것도 체계에서 양분이 나가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양분 순환의 단절).


농업환경의 단순화와 영양 상호작용의 감소로 인해, 농업생태계에서 작물이나 가축의 개체군들은 거의 자가증식이나 자기조절을 하지 못합니다. 개량 씨앗이나 조절제, 즉 제조된 외부 투입재가 작물(개체군)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영양 구조가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생태계 차원의 여러 층위가 비어 있는 채로 남아 있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집중적인 간섭에도 치명적인 해충이나 질병의 발생 확률도 높아집니다(개체군 조절 기능 약화).


자연 생태계에 대비해 구조와 기능의 다양성이 감소했기 때문에, 농업생태계는 자연 생태계보다 탄력성이 훨씬 적습니다. 수확과 산출에 초점을 맞춰 수립된 체계는 불균형하고, 외부의 간섭(노동과 투입재)이 유지되는 경우에만 체계가 유지됩니다(비탄력적).
 

▲ 고추씨 불림

3. 지속 가능한 농업생태계

자연 생태계와 농업생태계는 에너지 흐름과 양분 순환에서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생태계가 순환을 통해 동적 균형을 이루는 데 반해 농업생태계는 두 가지 모두 단절된 체계입니다. 순생산력, 영양 상호작용, 종 다양성, 유전적 다양성, 양분 순환, 탄력성, 인간의 통제, 시간의 영속성, 서식지 이질성 등 구조적, 기능적 면에서 상반된 경향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농업생태계가 자연생태계에 반하는 속성을 띠고 있음에도 분명한 사실은 ‘두 유형의 실제 체계는 연속체로 존재한다’라는 것입니다.


농생태학이 권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생태계 구축의 당면 목표는 일정한 수확을 유지하면서 자연 생태계와 유사한 특성을 달성하는 일입니다. 지속 가능성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특정 농업생태계의 농민은 최대한 자신의 설계와 관리에 생태계의 개념을 활용하고자 애써야 합니다. 에너지 흐름은 재생 가능한 자원에 의존하며, 체계 내부의 과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와 수확하는 농산물을 내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 사이의 더 나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농민은 가능하면 ‘폐쇄적인’ 양분 순환의 방법을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양분의 손실을 낮추고, 내보낸 양분을 농장에 되돌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식지 다양성의 향상부터 천적과 경쟁상대의 존재를 보장하는 일까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해충에 대한 농업생태계 차원의 저항성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탄력성, 생산력, 균형 등 자연 생태계의 특성을 통합한 농업생태계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생태학적 기반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동적 평형을 더 잘 유지할 것입니다. 농업생태계의 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합성 투입재로 대표되는 외부 투입재를 줄임으로써 자연 생태계의 과정과 상호작용 및 농업생태계 안에서 유래한 물질을 활용하도록 설계된 체계로 전환하는 걸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농생태학의 제안은, 그러나 농가 차원에서 당장 실천하기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것들이 많습니다. 광범위한 연대와 지원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농생태학이 기본 목표하는 ‘생산성과 경제성’을 유지하면서 이룩하는 전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구축을 위한 실천 가능한 전환 조건들이 실행을 통해 입증되고 일반화돼야만 농민들이 전환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밥통 속의 새내기들

4. 전환의 조건

농생태학은 이론과 실천, 사회 경제에 걸쳐 있어 농생태학적 전환 역시 광범위한 조건들을 고려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환의 기본 조건으로 농민의 안정적인 토지 소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들고 있습니다. 제 관점으로는 그보다는 농법의 개선이 선결과제인 것 같습니다.


지엽적인 사례이지만, 실현 가능한 전환 농법의 하나로 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황은 농자재로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강한 산성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비닐하우스를 녹슬게 하는 부작용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또 용해가 잘 되지 않거나 부주의로 약해를 입을 염려 등 사용상의 불편함으로 간편한 화학농약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개의 농가가 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균성 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에도 화학농약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간편한 제조법이 정립돼서 그렇습니다. 더구나 황은 약제로서뿐 아니라 당도를 높이는 등의 영양소로서의 역할도 뛰어나 황이 포함된 영양제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황은 유기농 자재이므로 친환경 성분입니다. 황 하나로 다양한 화학농약을 대체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황의 사례처럼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기본 조건은 일반화된 수단들이 다양해져야 만족할 것입니다. 무경운 등 재배방식 또한 지속 가능한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농법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야 하겠습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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