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상상력을 위한 크로스

이태영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 기사승인 : 2021-02-04 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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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난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경제 소식이 있었다. 관련 기사에서는 LG의 스마트폰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그 선택의 실패 원인은 전략적 직관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


전략적 직관은 일반적 직관과 구별되는데, 추후에 분석은 가능하지만, 분석하지 말고 통찰하라고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출시에 앞서 시장분석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벨은 시장분석을 하고 나서 전화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미국의 유명한 컨설팅 업체가 제안한 분석적 안을 받아들였다. 지나고 보니 전략적 결정의 큰 실수였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회사가 부분적으로라도 그런 면이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분석을 뛰어 넘는 통찰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아들의 책장에서 눈길을 끄는 책을 발견했다. <무한 상상력을 위한 크로스(season1)>. 특히 내 눈길과 마음을 잡아당긴 것은 ‘무한 상상력’이라는 문구였다. 상상력은 단순히 인문이냐 과학이냐의 범주를 벗어나 이를 통섭하도록 한다. 인문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소통하는 의미에서 크로스라고 이름을 지었나 보다. 저자들은 21세기(season1은 2009년이 초판, 현재 season2까지 나와 있음) 한국사회의 특징을 21개의 키워드로 나타낸다. 이 책의 목적은 유익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책으로 통찰력이 생길 수 있을까?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별다방(스타벅스)으로 시작된다. 진중권 씨는 이를 취향공동체의 탄생으로 보고 있다. 별다방 현상을 시뮬라시옹 세계의 한 단면으로 보고 실사보다는 허구를 고찰한다. 기호가치가 사용가치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별다방을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선사하고 창조하는 문화적 매체로 자리매김한다.


정재승 씨는 종이라는 과학적 용기에 유럽의 고급문화가 담겨있다고 본다. 별다방이 창업할 때 주 수요층은 시애틀의 과학기술자들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지식인이었다. 임금 수준이 높고 지적이며 자신의 지위를 들어내고 싶었던 시애틀의 엔지니어들은 곧 그들의 취향을 파고드는 별다방에 심취했고 이는 문화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21세기 전략으로서 문화를 팔라고 제안한다.


두 저자의 접근은 마케팅적 또는 재무적 분석이 아니다. 저자들의 의도는 별다방 문화의 형성 시도가 세상 흐름의 변화에 대한 살아있는 촉감에서 나온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별다방 이전에도 커피점은 많았다. 그러나 커피를 매개로 한 문화의 비즈니스화라는 전략적 직관은 별다방의 창업자가 처음으로 착안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곤경은 세상의 변화추이를 잘못 판단한 데서 비롯된다. LG전자처럼 큰 경우가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도 전략적 직관이 필요한 경우는 분명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나갈 뿐이다. 전략적 직관도 타고난 천재성이나 지능지수보다 통찰력을 키우는 훈련이 중요하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크로스는 일반인이 변화의 추이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좋은 내용으로 보인다.


통찰을 위해서는 다양성의 총합과 분별로 편견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키워드별로 두 저자의 견해가 미학의 날줄과 자연과학의 씨줄이 엮어내는 크로스(통섭)를 구성해 다양성을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현상은 대부분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흥미롭고 때로는 경이로운 특징을 만들어 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내용이 포괄적 원칙론을 배제하고,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내용으로 구성했으며 세상의 변화와 특징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참 좋게 느껴진다. 이 책 자체가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라도 세상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볼 단초는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한편, 무한 상상력은 인문과 과학의 크로스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세상을 더욱 작게 쪼개는 접근법을 제안했지만, 그 방법이 자연현상을 분석하는 미분 분석 과정과 유사하다면 일반인으로서 그러한 계산이 쉬운 것이 아닌 것처럼 이 부분은 역시 독자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이태영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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