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리뷰]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자리 <절해고도>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6 20: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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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감독 세 번째 독립 장편영화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김미영 감독이 연출한 독립영화 <절해고도>. 영화 말미에 인물들은 죄 떠난다. 딸 지나(이연)는 강원(講院)으로 떠나고, 연인 영지(강경헌)는 수도원으로 떠난다. 스님(박현숙)은 미얀마로 떠나고, 홀로 남은 윤철(박종환)은 식당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윤철이 가게 문을 잠그고 돌아서는 장면에서 화면은 어두워지고 영화는 끝난다. 

 

지나와 영지, 스님은 윤철을 떠났지만 어느 때보다 윤철과 가깝다. 윤철마저 브라질로 떠나더라도 그들은 서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믿는다. 영화 속 엔딩 장면의 어둠은 그래서 더 없이 따뜻하고 안심된다.

 

영화 앞부분에서도 인물들은 서로 떠난다. 이혼한 윤철의 아내는 중국으로 떠나고, 학교를 관둔 지나는 ‘출가’를 결심한다. 선물처럼 다가왔던 사랑 영지는 윤철이 귀국한 날 윤철을 원망하며 떠난다. 계속 어긋나는 관계는 영화 속 인물들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윤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건 ‘절망’이다. 하지만 이 절망은 ‘오함마’에 자기 발등을 찍은 것처럼 ‘자업자득’이다. 윤철은 차 안에서 홀로 죽어간다. 지나도, 영지도 죽음 직전의 그 순간을 겪었다. 그 시간, 그 자리가 먼바다 외딴 섬의 절망 ‘절해고도’다.

 

죽음의 문턱을 가까스로 넘긴 윤철은 변했다. 머리카락은 짧아졌고, 둔탁했던 차도 경차로 바뀌었다. 한결 가벼워진 윤철은 행자 지나의 곁에서 공양주 노릇을 하며 딸의 선택을 지지하고 믿어준다. 영지 옆에서 함께 아파하고 곁을 내어준다.

 

▲김미영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극한에 이른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그가 누구여도 상관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관객과 대화 자리에서는 “위급한 데서 한 발 더 내디디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며 ‘백척간두 진일보’를 얘기했다. 감독은 다음 영화들에서 이 ‘절해고도’의 자리를 끝까지 더 밀어붙일 심산으로 보인다.

 

서로의 선택을 지지하고 서로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김미영 감독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진다. 차기작의 주제에 대해 그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어떻게 세상과 화해할 수 있는지”라고 답했다.

 

부산=이종호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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