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샘요. 이 좋은 세상 글눈 떠서 다시 한 번 살고 싶어요!”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1-06 2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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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문해교원,한글학교 자원봉사 15년
더불어 살아가는 향기 나는 지역공동체 꿈 꿔
▲ 성인초등학교 울산푸른학교 이미숙 문해교원 ⓒ이기암 기자

 

울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기획-퇴직자 사회공헌활동

 

지난 4월 울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발대식을 열었다. 센터는 2016년부터 만50세 이상 퇴직 전문인들이 지식과 경력을 활용해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 등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올해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퇴직 전문인은 모두 126명으로 이들은 전문인력이 필요한 북구와 중구, 울주군 지역의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법인, 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등에서 연말까지 지역 역사 해설, 곤충 체험, 상담 멘토링, 행정 지원, 문화예술, 장난감 수리, 유기견 케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오랜 시간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울산푸른학교 이미숙 문해교원을 만났다. 


Q. 울산푸른학교에서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울산푸른학교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울산푸른학교는 2005년 4월 1일 개교해 그해 12월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했다. 2014년엔 법무부로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일반운영기관으로 지정됐고, 울산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17년 실시한 성인문해능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만18세 이상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비문해 성인인구는 311만여 명(약 7.2%)으로 추정됐다. 울산시는 20세 이상 인구가 약 88만여 명인데 그 가운데 문해교육(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 잠재수요자는 8만6349명(9.8%)이며, 이 중 초등학교 잠재수요자는 2만4639여명(2.8%), 중학교 잠재수요자는 6만1710(7.0%)로 나타났다. 이에 기초적으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문자교육을 통해 문해능력을 기르고, 교육소외로부터 벗어나 민주시민으로서 자기주도적 삶을 완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울산푸른학교가 생겼다.

Q. 울산푸른학교가 그간 운영해 온 과정은?

2011년 성인문해센터 성인학습자 77명이 수료하는 등 해마다 약 70~80여명의 성인학습자가 울산푸른학교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2016년에는 초등학력인정반을 비롯해 성인문해반 1~3단계를 운영하면서 매년 졸업생들과 수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현재 학력미인정 성인문해교육, 초등학력인정 성인문해교육, 1~2단계 야간반, 성인 영어회화 초급반, 예비 중학반 등 총 158명이 재학 중이다. 또한 교육소외계층 평생교육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Q. 어떤 계기로 울산푸른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나?

시를 쓰는 작가인데, 울산푸른학교가 개교할 당시에 동인(同人)으로 함께하는 동생이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데 선생님을 찾는다고 잘 맞을 것 같으니 해보라고 권유해 오게 된 것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어렸을 때 교육을 받지 못해 한글조차도 떼지 못한 성인이 있을 거라고는 그때까지 모르고 살았다. 실상을 알아가며 일 자체를 끌어안으니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나 스스로도 중독(中毒)됐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인데 우리글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 채 살아오다 지긋한 나이가 돼서야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오신다. 글을 모르는 채로 지금껏 지혜롭게 살아오신 어르신들께 뭘 가르치겠다고 ‘선생님’ 소리를 듣겠는가. 단지 그분들이 평생 한(恨)으로 짊어져 온 까막눈이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게 도와드릴 뿐. 자신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도, 똑똑하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소명의식(召命意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감히 말한다. 그래서 함께하는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10명이 모이면 10명의 성격이 다르고 100명이 모이면 100명의 성격이 다 다르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만은 똑같다. 그래서 많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의 눈높이로 나를 맞춰 마음의 문(글을 모른 채 살아오는 동안 스스로 열지 못했던 빗장)이 활짝 열릴 때까지 다가가면 반드시 열어주신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Q. 수업을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하는지?

학령기에 놓쳐버려 한(恨)이 된 배움의 기회를 찾아서 오신 분들이다. 더 늦기 전에 하나하나 풀어드리고 싶다. 글을 읽고 싶다하면 읽을 수 있게, 글을 쓰고 싶다하면 쓸 수 있게, 졸업장을 갖고 싶다하면 받을 수 있게! 늦깎이 학습자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선생님이 되려고 늘 노력한다.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깨치고 나면 배움의 대한 욕구는 더 강해진다. 처음엔 한글반만 있었는데 지금은 초등학력인정반도 있어 한글 깨침은 물론 다양한 교과과정을 배우게 된다. 저학력 학습자를 위한 영어기초반도 있고 교과 외 한자는 물론 컴퓨터도 배우고 중학학력인정반에 들어가기 위한 여러 과정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에 내가 있고 또 선생님들이 있다. 우리 성인학습자들이 불러주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힘들고 보람이 있는지는 체험으로 익혔다. 눈이 침침해서 놓친 글자는 찾아드리고 손가락이 불거져서 바르게 써지지 않는 글자는 고쳐드린다. 노쇠한 기억력을 탓하며 안타까워하면 ‘그래서 제가 옆에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눈을 맞춘다. 이는 15년 전 첫 학습자를 만나던 때의 초심(初心)이다.

Q. 울산푸른학교 홍보가 쉽지 않았다는데?

생활정보지에도 내봤고 현수막도 달아봤고 곳곳에 스티커도 붙여봤다. 건물 바로 옆에 붙여놔도 어르신들이 한글을 잘 몰라서 못 오시기도 하고, 여태껏 친구나 이웃들에게 감추고 살았는데 행여 자식들 얼굴에 먹칠할까봐 염려하며 또 못 오신다. 학교 가까이 산다는 분이 오셔서는 ‘내가 이 앞을 매일 지나다녔는데 한글학교인지 몰랐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래도 꾸준한 홍보를 한다. 지금은 전국시화전에도 참여하고 한글날이면 우리글 뽐내기도 하고, 시청 홀에서 시화전도 열고 평생학습박람회 백일장도 참여하는 등 ‘한글공부를 하는 어른들이 이렇게 즐겁다’라고 잠재적 비문해자(非文解者)들을 교육현장으로 이끌어내려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TV에도 나오고 해서인지 자제분들의 문의가 많이 온다. 구청이나 주민자치센터 또는 교육청에 알아보고 오는 분들도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모시고 왔다 하는 분도 있었다. 성인문해학습자들은 다양하다. 가르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도 있으면서 배우지 못한 부끄러움도 함께 갖고 있어서, 학교에 공부하러 나오셔도 내놓고 말씀을 못하신다. 행여 사돈이 알게 될까봐 며느리도 모르게 사위도 모르게 다닌다는 분도 있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기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설명하기 힘들어 우리를 외면하고 가신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 선생님들도 먼저 인사하지 않는다. 물론 ‘선생님!’하고 반갑게 외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배움에 대한 성취감도 있고 닫았던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연 분들이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르신들이 글을 배우는 데 있어서 부끄러워하거나 망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글을 모른 채 살아오느라 얼마나 불편하고 힘드셨을까. 학교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몇 개 안 되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다가 들어오시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요즘은 평생교육의 시대다. 나름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항상 공부한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 언제든 우리 울산푸른학교의 문을 두드려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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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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