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 장애인 접근성 고려 않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2-03-28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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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장애인총연합회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단 ‘크레센도’의 강의 시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장애인식개선교육 주제는 ‘무장애여행’이었고, 우선 대상자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정한 후, 어떤 흐름으로 무장애여행을 설명할지 교안을 의논했다. 계획대로 여행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고, 내가 겪었던 일과 다른 강사님들이 겪었던 일을 사례로 넣었다.


장애인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통계청에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 2019년도 여가활동(주말 기준) 중 ‘관광 활동’에서 장애인은 7.1%, 비장애인은 17.2%로 2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에서 2019년 국내여행 경험률을 보면 국내여행 21.3%, 국외여행 6%, 여행 다녀온 적이 없다는 답변은 무려 75.1%였다. 여행을 다녀온 적 없다는 답변이 높게 나와서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여행을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여행 가기 전부터 겪게 될 불편한 일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숙박시설과 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연계 가능한 이동 수단은 어떻게 신청하는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꿈꾸기는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엔 미리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직접 가보고 강의안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울산 12경 중 한 곳인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을 다녀왔다. 매표소에 들렀다가 입구 근처에 있는 모노레일 정거장을 보게 됐다. 건물 옆으로 가니 장애인 마크가 붙어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탑승이 가능한지 물어보기 위해 다시 매표소로 갔다. 전동휠체어로 탑승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휠체어로 가능하다면서 고래박물관 근처에 있는 탑승 장소를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다음에 모노레일을 타보기로 하고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입구부터 뭔가 바뀐 분위기가 느껴졌다. 궁금하고 새로웠다. 그러나 한두 군데를 둘러보면서 동선을 따라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기엔 폭이 좁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었다. 이전에는 가능했던 입구가 막혀있거나 턱이 생겨서 들어갈 수가 없게 됐고, 특히 장생포국민학교로 들어가기 위해서 문이 있는 운동장으로 갔으나 닫혀있었다. 근처에 있던 안내하는 분에게 문의했더니 고장 났던 문을 고친 거라며 잠긴 문을 열었는데 비장애인 한 명만 지나갈 만큼 폭이 좁았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리모델링 하기 전에는 장생포국민학교로 들어가 책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게 가능했다. 그 추억을 다른 사람에게도 만들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한편으론 시간이 지나면 접근이 불가능했던 장소도 가능하게 바뀐다고 생각했는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은 오히려 가능했던 길이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왜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성은 고려하지 않았을까?
울산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울산에도 장애인 당사자가 독립적으로 여행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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