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 분야에서 대전환 필요”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1 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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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대선후보에게 탄소중립 위한 정책 전환 촉구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27대 기후·에너지·환경 과제 제안
▲환경운동연합은 1월 1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정부의 기후, 에너지, 환경 과제 27개를 제안하고 대선 후보들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환경운동연합은 1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27대 기후·에너지·환경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 분야에서 전환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공급이 오직 산업 생산과 성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구시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하는 숙의공론이 탄소중립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며 대전환을 위한 시민정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환 체제

 

환경운동연합은 “헌법 전문에 비인간 생명존재의 자연적 기반으로서 자연환경의 가치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며 “조문에 환경보호를 국가목표로 선언하고, 안정적 기후를 보장해야 할 책임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와대 탄소중립수석을 신설하거나 경제수석실을 기후·경제수석실로 확대 개편할 것도 주문했다. 환경부를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해 부총리로 격상하고 전 부처의 탄소중립 예산 선심의권을 부총리에게 부여하는 것, 산업통상자원부의 제2차관실(에너지전환정책관, 전력혁신정책관, 재생에너지정책관, 자원산업정책국, 원전산업정책국)을 기후환경에너지부로 이관하고, 지자체도 기후환경에너지부시장을 신설할 것도 요구했다.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연계해야 할 재생에너지 연간 10GW에 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에너지전환지원법을 통한 전환 예산을 마련하고 건물 리모델링 지원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환경조약인 오르후스협약에 가입하고 환경훼손법과 환경단체소송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정부는 2030년 석탄발전량 비중 21.8%, 2050년 탈석탄을 목표를 세웠지만 4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연금·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대규모 공적 금융기관들도 최근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석탄산업에 이미 투자된 자금 규모는 22조 원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자와9·10, 베트남 붕앙1·2처럼 개발도상국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까지 한국이 지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강릉 안인화력, 삼척 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석탄발전총량제를 도입해 2030 탈석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관련 투자를 회수하고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탄소중립 금고 표준조례 제정도 촉구했다.

 

탈탄소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에너지전환지원법을 제정하고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하며 석탄화력발전 소재 지역 등 전환특구를 지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실시하며 탄소세 도입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산업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50%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30년 40%, 2040년 60%, 2050년 100%로 전력부문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FIT(장기고정계약)을 확대하며 건물, 도로, 철도, 공공시설 등에 재생에너지 설치 공급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이익공유 제도화와 농민이 주도하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광역단위 에너지공사와 기초단위 에너지지원센터 설립, 송변전계획의 법정계획 격상과 전기사업법 개정, 택지개발촉진법 제정도 주문했다.

 

수송부문은 전체 배출량 중 13.4%(981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이 중 도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93%를 차지한다. 2020년 전체 차량 2430만대 중 경유차가 41%인 데 비해 전기·수소차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환경연은 내연기관을 일부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역시 ‘배출제로’를 위해서는 판매 중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교통, 녹색건축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 전용 지구를 확대하며 제로에너지 건축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건물 부문은 전체 분야에서 7%(521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에너지의 대부분을 전력과 도시가스에서 소비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등 다배출 업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산업부문 배출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배출량 중 2억6050만 톤(35%)을 배출하지만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도 여전히 2억2260만 톤을 배출하는 등 산업의 감축 목표는 미약하다. 환경연은 온실가스 감축과 합리적 전기소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요되는 기후환경비용의 재원을 탄소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산업부문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 금지로 탈핵 앞당겨야

 

정부 정책에 따르면 2084년까지 원전이 잔존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신규 원전 건설 금지와 수명 30년 제한 및 연장 금지 법제화를 촉구했다. SMR(소형모듈원자로), 핵융합,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고속로 등에 대한 추진을 중단하고 연구개발 지원 예산을 삭감하며 원자력진흥법을 폐지할 것도 주문했다.

 

원전안전을 위해 9명 중 2명에 불과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상임위원을 확대하고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와 검사 기능을 원자력안전위원회로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0년 단위로 원전 운영 허가를 갱신하고,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도 요구했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을 고쳐 예방적 보호조치구역(3~5킬로미터) 안의 주민 이주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관리할 독립 행정기구를 신설하고 공론화를 다시 실시하며,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했다.

 

닫힌 강에서 흐르는 강으로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보고서(2016)에 따르면 1970~2016년 담수생물 81%, 육상생물 38%, 해양생물 36%가 감소했다. EU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해법으로 육상 30%, 해상 30%의 구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며 하천생태계와 관련해 유럽 전역 최소 2만5000킬로미터의 하천이 자유로운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해법이 가장 빠르고 경제적이고 생태적으로 완벽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나라 국가·지방하천의 경우 1킬로미터당 1.1개의 횡단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농업용 보는 3만3893개, 높이 15미터 이상의 대형 댐은 1216개, 파손된 보는 5842개, 폐기된 보는 3854개다. 환경연은 “하천횡단구조물은 보의 물을 이용하는 순기능 외에는 홍수위를 상승시켜 기후위기 시대 자연재해 위험을 증가시키고, 정체 수역의 오염퇴적물 증가, 부영양화를 발생시키거나 어류 이동을 단절하며, 생물다양성을 단조롭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크다”면서 “하굿둑, 보 등 하천횡단구조물을 개방해 생물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해 낙동강과 한강의 취수, 양수 시설을 개선하고 보 수문을 개방하거나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류 독성 안전성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과 금강, 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의 조속한 이행, 영주댐 용도 전환과 처리방안 결정도 촉구했다. 

 

새만금에 갑문, 지하터널, 조력발전, 통선문 등을 설치해 해수유통을 확대하고 4~6급수로 오염된 새만금호의 수질을 2급수로 개선해야 하며 새만금위원회에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국토로

 

환경연은 경제성과 환경성이 없는 신공항 건설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며 가덕도신공항건설을위한특별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린벨트 지역을 보전하고 광역시도별 1개소의 국가도시공원을 설치할 것, 남측 DMZ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 갯벌 보호구역 통합관리위원회와 갯벌생태원 설치도 제안했다.

 

신음하는 바다에서 살아 숨 쉬는 바다로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은 2021년 현재 관할수역 대비 2.46%에 불과하다. 세계 해양연구자와 NGO는 2030년까지 최소 30%에서 50%의 해양보호구역이 지정, 관리돼야 해양생태계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양보호구역을 획기적으로 늘려 지정하고 대통령 직속 보호구역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미국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에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과 동일한 법 조항이 적용된다. 환경연은 고래류 등에 대한 고의적 혼획 등 불법포획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국가가 환수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농축산물 이력제 수준으로 수산물이력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연은 2020년 수거한 해양쓰레기 총량은 13만8362톤이라며 2030년까지 해양쓰레기 제로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자원순환 사회 실현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가운데 생활계 폐기물은 11.7%, 건설폐기물 44.5%,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 40.7%,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포함) 3.1% 순이다. 산업폐기물 중에서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의 경우 대부분 민간업체가 위탁 처리(45.96%)하거나, 사업장에서 자가처리(35.55%)하는 형태로, 공공처리 비율은 18.49%에 불과하다. 유해성이 높은 지정폐기물의 경우에는 위탁처리비율이 88.85%, 자가처리비율이 10.97%인 반면 공공처리 비율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사업으로 알려지면서, 민간업체들이 지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매립을 건설하고 추진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폐기물관리법에 산업폐기물에 대한 국가 관리 책임 개념을 도입하고,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설치 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산업폐기물 사업 주체를 공공성이 확보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권역별 공공처리시설의 설치를 추진해 폐기물의 지역 간 이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전체 생활폐기물 중 플라스틱 양은 2018년 323만 톤 대비 24% 증가한 402만 톤이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을 50% 감축하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70%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생산단계에서 플라스틱을 감축하는 대책보다 재활용·폐기물 관리대책에만 국한돼 있다. 환경연은 “자원순환 전 과정에 대한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과 함께, 산업계 전반에 직접적인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규제 및 입법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정책으로 플라스틱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폐기물 부담금(플라스틱세) 요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폐기물부담금은 킬로그램당 150원이지만 유럽연합의 플라스틱세는 킬로그램당 0.8유로(약 1000원)다.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

 

국가산단에서 배출하는 각종 공해물질과 미세먼지 피해는 지역주민이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가산단에서 각종 세금을 거둬가면서 대기, 수질, 토양 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와 각종 폭발사고,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자연경관 훼손 등에 대한 복구, 개선, 보상 재원은 지원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은 국가산업단지 환경오염 및 지역주민 지원법을 제정하고 국가산단 지역환경출장소를 부활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풍석포제련소 1·2공장은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한계에 이르렀다. 3공장은 아연을 추출하고 난 뒤 발생하는 슬러그 재처리 공장으로 연간 약 17만여 톤의 석탄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연은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결정과 함께 환경오염과 낙동강 중금속 오염에 대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현행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 법률’을 개정해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전 성분 표시제’를 도입하고, 생활화학제품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전 성분뿐 아니라,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안전정보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안전 취약계층인 어린이와 노인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고, 관련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품안전 신호등 표시제’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화학물질 정보관리 기본법으로 위상을 강화하고, 환경부 안에 화학물질청을 설립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평가함으로써 신뢰성 있는 양질의 화학물질 정보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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