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들의 인생 2막, 공동영림단의 목표는 ‘더 큰 숲’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0-10 19: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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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공동영림단 구성원들. 왼쪽부터 울산 공동영림단 김창관 단원, 안종대 단원 정병모 단장 ⓒ이기암 기자

 

Q. 이 일을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는지? 

 

우연치 않게 귀농을 꿈꿨는데, 회사 생활하면서 이런 것들을 혼자 준비하고 구상하기 어려우니까 여러 교육을 받으면서 견문을 넓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의 산림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마상규 박사와 김종관 박사, 그리고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을 만났다. 그분들께 여러 조언을 들으면서 고심한 끝에 귀농보다는 산림에 몰두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결심했다. 올해 3월 울산산촌임업희망단원들, 울산시 산림조합 관계자들, 그루경영체 대표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관계자 등이 참석해 산림일자리발전소(한국임업진흥원)와 울산시산림조합이 함께하는 공동영림단 발족식을 열었다.

Q. 어떤 가치를 두고 이 일을 하고자 하는지? 

 

한독국제협력사업으로 조성된 산림이 40주년이 지난 시점에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산림정책이 요구됐다. 선도산림경영 시범지역을 제대로 가꾸고 한독협력사업으로 조성된 울산의 숲을 ‘더 큰 숲’으로 만드는 숲 가꾸기 모델로 만들고,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모범 사례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선도산림경영단지 공동영림단 이름으로 하는 첫 사례로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 그만큼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원래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됐는데, 올해로 6년째 해오고 있는 일이다. 산림조합에서 하던 일을 일부 배정받아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서로 협조하면서 일하고 있다. 자랑 좀 한다면, 우리 영림단은 30~40년을 조선소 노동자로 일한 분들이 많고, 그 분들은 기계 다루기에 능하며 위험한 작업장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팀 화합도 잘 되는 편이고 조그마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Q. 하루 일과에 대해 간단히 말한다면? 

 

원칙은 비만 오지 않으면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태풍이 많아 작업을 못한 날이 많았다. 평일에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일하는 작업장까지 새벽 6시 30분에 도착한다. 아침밥 해먹고 점심도시락까지 싸가려면 최소한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집에 있으면서 청소도 제대로 안 하던 사람들이 새벽 일찍 일어나 밥해 먹고 도시락을 싸간다고 하니, 집사람들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고 한다. 여럿이 모인 단체 속에서 우리 구성원들은 서로 배려하면서 잘 해나가고 있는 편이다. 우리 작업장은 가까운 편인데, 하나 애로점이 있다면 원래 이런 일을 할 때는 차나 장비가 다닐 수 있는 작업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로가 따로 없다보니 우리가 작업로를 조금씩 만들어가면서 일을 해야 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처음엔 좀 힘들었다. 평균 작업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실제 노동생산성이 나오는 시간은 50%정도인 거 같다. 어느 작업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산림작업은 특히 움직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미터 쯤 되는 나무를 넘어뜨리면 장애물 등이 있어서 4~5미터 튕겨져 날아간다. 그러면 총 25미터 정도를 내려가서 작업해야한다. 어떤 곳은 경사가 가팔라서 그 25미터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밑에서부터 2미터30센티 정도씩을 자로 재서 표시하며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그만큼 팀 화합도 잘 맞아야 하고, 배려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본다.

Q. 일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산림작업 시에는 풀이 우거지고 하니까 옷도 긴 팔을 입어야하고 보안경도 껴야 한다. 그렇게 하는데도 벌이 들어와 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보안경 속으로 벌이 들어와 내 눈 두덩이가 벌에 쏘였다. 그러니까 옆에 동생이 “형님,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어요”하면서 웃음바다가 됐다. 벌에 쏘이며 일해도 이렇게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서로 의기투합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친구는 수십 방을 벌에 쏘인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그 친구는 벌침에는 면역이 돼 있는 체질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또 더운 여름에는 특히 생수 보급을 하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여럿이서 물을 나눠 마시다보니 큰 물통 하나 사라지는 것은 금방이다. 그래서 가끔은 밑에까지 내려가지 않고 계곡물을 떠서 먹기도 한다. 계곡물도 생각보다 맑고 깨끗해서 먹다보면 적응이 된다. 다들 퇴직하기 전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일했던 친구들인데, 이렇게 도시락 싸서 다니고 계곡물도 가끔 먹어가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의기투합이 잘 되고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후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라는 목표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Q.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6월 7일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산림청에 요청해서 7월 9일에 산림청으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인가받은 것을 내용으로 더 보완해서 지금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가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기간과 대상이 계획돼 있는 일이고, 새로운 일은 그루매니저와 협의하며 구상하고 있다. 산림정책이 새롭게 나오고 있는 시점이라 거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상북 길천산업단지 내 바이오매스센터 등 연계되는 사업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미이용 산림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생산은 국가정책으로 먼저 뒷받침되고, 개인 산주, 지자체, 우리 영림단이 같이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전에 지자체에 제안한 산림일자리 직업인 양성을 위한 산촌기술학교나 교육장 사업 진척이 늦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받아놓은 사업을 이어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이 사업이 지금 당장은 여러 물적 지원이 안 되더라도 후에 우리 후배들이 이 일에 뛰어들면 그때는 여러 지원이 될 수 있게끔 우리도 노력을 할 것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산림경영이다. 산림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밑바닥부터 하나하나씩 알아가야 한다. 이 일을 하는 이유도 그런 차원이다. 가끔 일이 좀 힘들긴 하지만 사나이들이 인생 2막을 하겠다고 나선 이상 물러서기도 힘들다. 단장을 중심으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보자고 모두가 의기투합했다. 우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 일을 하는 것이다. 후에 후손들이 여기 와서 ‘우리 할아버지가 이곳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꿨어요’라고 하면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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