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정책목표 우선순위 선정 필요” 한목소리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7 19: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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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울산시 인권증진기본계획(안) 공청회 열려
인권증진기본계획 연구용역, “아쉽고 미흡” 평가
“공무원 구미에 맞춰 수립할 거면 용역 왜 하나”
▲ 지난 12일 울산시의회 시민홀에서 울산시 인권증진기본계획(안) 연구용역과 관련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 12일 울산시의회 시민홀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권증진기본계획(안) 연구용역과 관련해 시민과 인권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울산광역시 인권증진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울산광역시 인권증진기본계획은 울산시 인권정책에 대한 추진목표와 분야별 이행과제를 포함한 5년 단위의 계획으로 매년 시행계획과 연계해 시민의 인권보장 및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연구용역을 맡은 울산연구원은 지난 4월 착수보고회 이후 2차례의 전문가 자문회의 및 중간보고회를 거쳐 이번 공청회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는 울산연구원이 추진 경과를 포함한 기본계획 방향과 이와 연계한 세부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울산대 법학과 오문완 교수, 춘해보건대 사회복지과 이순영 교수, 이승진 나은 내일연구원 이사가 참여한 전문가 토론에 이어 각계각층 시민들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울산연구원이 용역을 맡은 제2차 인권증진기본계획 수립 사업안은 4개의 전략목표를 가지고 32개 추진과제 및 81개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울산연구원은 전체 시정 방향과 인권친화적 도시 달성에 필요한 사업, 인권친화적 도시 달성에 필요한 사업, 인권가치 확산과 제도 정착화를 위한 추진사업 등을 추구하기 위해 시민 설문조사, 전문가 초점집단 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한 1차 기본계획의 평가와 의견수렴, 소셜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인권증진기본계획 사업을 도출해냈다.

여성인권, 가정·아동·청소년과 묶어두는 것은 문제
외국인 의료서비스,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 집행액

전문가 자문회의와 중간보고회를 거친 후 마련된 이번 공청회에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 먼저 울산여성회는 인권증진기본계획에 나오는 여성의 인권을 청소년, 가정, 아동과 같이 묶어두는 것 자체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오롯이 독립된 주체인데 실제 여성의 취업 문제나 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청소년과 가정, 아동 문제와 결부돼 있으며 이는 여성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국인 의료서비스 지원의 경우 김현주 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은 “향후 5개년 연차별 예산집행액이 비현실적이며 FGI를 할 때 예산집행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기본계획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은 건강보험 등 기존 의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외국인 근로자 및 배우자와 자녀, 국적취득 전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난민 및 그 자녀) 등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최소한의 건강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인데 연차별 예산집행액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 1000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박영철 인권운동연대 대표는 “이주민센터에서 출산 관련 도움 요청이 1년에 100여 건 정도 되는데, 연 1000만 원의 예산으로는 고작 5~6명 정도만 지원되고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큰 사고가 나 수술, 치료를 할 경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마다 예산을 늘려가는 것도 아니기에 형식적인 집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역시 이들 청소년은 가정 안에서의 폭력 등 다양한 문제로 집을 나온 것인데 사업내용은 이들을 다시 가정과 학교로 조기복귀시키는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조기복귀 지원이 아니라 자립생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학교 밖 청소년 인권 보호 및 인식개선에 대해서도 사업의 추진 방향이 이들의 노동권의 문제로만 맞춰져 있는데, 학교 바깥에서도 교육권을 어떤 식으로 보장해 줄 것인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영철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을 공부가 싫어서 나와 일하는 청소년으로 한정해서는 안 되며 이들이 학교 안에서 받는 교육과 같이 학교 밖에서도 동등하게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제도적으로 고민하고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도 기존에 있던 사업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애인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자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울산에는 없는 것들을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해 울산에 필요한 사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콜택시 부르미 확대 부분도 울산과 비슷한 타 지역 인구대비를 고려해 울산에는 몇 대의 장애인 콜택시가 더 필요한지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다. 

 

현재 울산에는 장애인 콜택시 부르미 62대가 운행 중인데 기본계획에는 추가로 22대가 필요, 연도별로는 연간 5대씩을 확충할 계획으로 돼 있다. 이밖에도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는 1개소로 남녀 구분 없이 운영하고 인권증진기본계획인데도 성소수자의 인권을 거론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회보장권 측면에서 바라본 인권증진에서 아동학대와 관련,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를 통해 지역사회가 함께 거들고 돌보는 문화(울산은 북구 청소년 안심약국과 안심택시 사업이 대표적)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육시설 퇴소 청소년과 관련 “퇴소시 지급되는 일시금 500만 원과 자립수당 월 30만 원은 주거비로 사용하기에 적은 금액이고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토지주택공사 전세자금 대출, 기숙사 우선 입소 등을 지원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퇴소 청소년은 전체 3분의 1에 불과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주거급여(또는 주거수당)’ 도입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존 사업 나열 아닌 우선순위 정하는 것 중요
절차적 진일보했지만 기본계획 담는 과정 미흡

오문완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각종 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 영역이 주된 이슈이며 소규모 사업장의 문제, 플랫폼 노동자 문제, 생활임금 등 다룰 게 많이 있지만 자료집에는 노동자 문제는 간략하게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진이 인권 관련 전담팀을 만들라고 요청하는 것은 옳은 지적이지만, 전담팀을 만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고 기존 해오고 있는 사회복지 영역의 사업들을 인권의 시각에서 정리하는 지방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게 연구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은 노동도시라며 ‘기업과 인권’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는 “2019년에 인권영향평가는 하지도 않았는데 한 걸로 돼 있고 자치법규 개선방안 역시 상위법과 조례랑 어그러진 것을 잡자는 것이 아닌 인권을 기준으로 자치법규를 정비하자는 것인데 이 역시 추진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들의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한 시민인권학교도 5년 동안 딱 한 번 해놓고 이번 계획에는 실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용역에 대해 박 대표는 “1기 때는 하지 않았던 FGI와 자문회의를 한 것은 절차적으로 진일보해 긍정적이었지만 이를 통해 나온 얘기들을 기본계획에 담는 과정에서는 많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또 “연구용역을 발주한 울산시의 과업지시서 자체가 연구용역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며 기본계획에 사업들만 쭉 나열하는 것이 아닌 우선순위를 정해 기준선을 제시함으로써 울산인권 관련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울산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에서는 시에서 5년 동안 할 수 있는 내용들을 기본계획에 제시해 주는 일만 할 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으로 다만 중간 전달자 입장에서 의사전달은 잘 되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순영 춘해보건대 사회복지과 교수도 “인권증진기본계획 수립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상황 및 예산 투입의 방향 결정 등을 위해서는 인권정책 목표의 우선순위 선정이 필요하다”며 “인권정책 목표의 기준선은 인권정책의 범주를 명확히 설정하고 지역의 인권 현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자체가 처한 인권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운찬 울산시 의원도 17일 열린 울산연구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울산연구원이 올해 울산시에 납품한 ‘울산광역시 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연구용역’ 보고서는 정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 의원은 “분석도 전혀 없이 설문조사 자체만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이 같은 자료를 공무원한테 납품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증진계획을 수립할 경우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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