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에는 이랬으면 좋겠어요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20-01-02 19: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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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바람들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는 마음은 복잡하다. 작년은 유난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나 극단으로 치닫던 일이 많았던 한 해였다. 단 하루로 해가 바뀌는 것이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들은 2020년 새해 다양한 바람과 새 희망을 품어 본다. 피부로 느끼는 생생함을 전하려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을도서관 지원 늘었으면 좋겠어요”

 

▲ 북구 아이파크 1차 마을도서관 자원봉사자들 ⓒ이동고 기자


새해 바람을 말하라고 하는데 불만부터 말해서 조금 그렇긴 하지만 답답한 부분을 이야기해보겠다. 지금 살고 있는 북구지역은 핵발전소가 가깝다는 이유로 아파트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비교해도 차이가 많이 난다. 가까운 환경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안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집값에 반영되는 측면도 있다.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 생활은 편안한데 선입견 때문에 이곳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지 않고 있다. 아파트단지만 있고 주변지역은 아직 농촌 같은 분위기이니 공기가 맑고 살아가기에는 좋다. 아파트 밀집지역이라 인구도 많고 주변에 개발 가능한 여유 땅도 많은데 여러 굵직한 개발 사업이 다 다른 구나 군으로 결정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애들도 많고 젊은 사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혜택은 별로 없다.


울산시립도서관이 좋긴 하지만 너무 멀다. 그곳은 건물도 웅장하고 책도 많아 한번 가면 계속 책을 보고 싶을 정도로 좋지만 거리가 멀어 갈 때마다 부담이 된다. 가까이 매곡도서관이 있지만 일상적으로 편히 이용하는 공간은 못되고 상대적으로 좁고 서적 보유량도 적다. 아파트 마을도서관 운영도 3단지는 우리보다는 지자체에서 지원을 많이 받아 공간도 넓고 잘 꾸며져 있는데 우리 단지는 상대적으로 지원도 적고 책도 적은 편이다. 내년에는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애들도 빌려 볼 책이 별로 없다고 아직 이곳에 많이 오질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주부로서 시간을 내 봉사하고, 아파트 마을도서관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니 보람도 있다. 주민들이 나서서 자발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고 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내년에는 더 활발한 문화 활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 살림살이 펴졌으면” 

 

▲ 중앙시장 죽거리 죽집 아주머니 ⓒ이동고 기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내년에는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나만 잘 되게 해달라고 해서 잘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일자리를 구하고 경기가 잘 돌아가야 지금 하찮은 죽장사를 하더라도 우리도 혜택을 본다.

세상 살기가 어려우니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며칠 밥을 못 먹고 밥이 안 넘어가는 사람들이 죽을 먹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죽이 생명을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나이든 할머니들도 오시면 조금이라도 드시라고 하면서 죽을 권한다. “호박죽도 좀 들어보세요. 녹두죽도 좀 들어 보세요”하면 억지로 조금씩 드시고 그러면 할머니가 “이제 눈이 빤히 뜨인다”며 기력을 찾는다. 나이든 사람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이 신경을 많이 써 밥맛없다고 죽 먹으러 올 때는 영 마음이 안 좋다. 말도 못하고 조용히 앉아서 먹는 모습을 볼 때는 지금 우리 사회 문제가 많다고 본다.


새해 바람이라면 뭐 똑똑한 사람들이 좋은 말 다 했을 것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똑똑한 사람들은 머리만 쓰고 말만 번지르르하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처럼 똑똑하지 않고 순수한 사람들이 세금 내라 하면 남 속이지 않고 잘 낸다. 똑똑한 사람들은 오히려 세금도 안 내고 하는데 새해에는 그런 것부터 바로 잡혀야 한다. 우리는 하라는 대로 세금 다 내는데 또 그런 세금도 엉뚱한 데로 다 새 버린다.


내 손 봐라. 이 일을 별로 안 했어도 손가락이 이리 거칠게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다 거둬가면서 위에 놈들은 세금을 떼먹고 하는 것을 보면 너무 억울하다. 열심히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새해에는 살림살이가 좀 펴졌으면 한다.


난 죽거리에서 죽을 판지는 오래 되지 않았고 이제 2년 2개월 정도다. 문을 열고나서 지금까지 설과 추석 외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죽을 팔고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 죽을 팔아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죽은 건강식이다. 요즘 사람들은 못 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잘 먹어서 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 하루 한 끼를 죽으로 먹으면 속이 편하다. 점심도 좋지만 저녁을 죽으로 먹는 것이 더 좋다.

 

원래 내가 죽을 좋아해서 죽을 많이 끓여 먹다 보니 주변 사람과 같이 나눠먹게 되고 한 솥을 끓여도 나는 한 끼 먹을 것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죽집까지 하게 됐다. 돈만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진짜 죽을 좋아해 죽을 끓이니 손님도 맛있다고 알아봐주고 해서 손님도 늘더라. 새해에는 걱정이 좀 덜어지고 모두가 건강해지는 해가 됐으면 한다.

“요즘 정치 돌아가는 거 보면 화 많이 난다” 

 

▲ 중앙시장 먹거리 골목 아주머니 ⓒ이동고 기자


요즘 정치 돌아가는 것을 보면 화가 많이 난다.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요즘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라. 우선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이 편해야 하잖아. 이게 너무 힘들어 사람이 너무 없다. 추워 벌벌 떨면서 장사를 하지만. 이런 게 저런 게 너무 편파적으로 하는 것 같고, 너무 극대극으로 치닫는다. 골이 아플 정도로. 이쪽저쪽도 들어보면 우리가 60이 넘어서 대충은 아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자기 욕심인 것 같다. 우리들도 힘들게 장사하면 하루 다문 10만 원 정도라도 벌어가야 하는데 그 정도 못하면 화가 난다.


사람들이 각자 불안한 마음으로 말은 안하지만 지켜보고 있다. 지금 말도 안하고 움츠려 있는 상황이지만 나중에 표로 심판하겠다는 생각으로 있다. 오는 손님 등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다. 지금은 말을 잘 못하면 정치문제는 모두 싸움으로 이어지더라. 상대방에게 말 한 마디 던져보면 대충 어디 쪽이고 어떤 성향인지 다 드러나잖아. 그러면 ‘더 이상 나가면 안 되겠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를 생각하면 화부터 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이상해졌다. 사람들이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세상으로 변했다. 친구끼리도 이야기를 꺼내면 의 상한다고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하더라.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정치가 너무 격화되고 왜 우리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화가 난다. 지금 세상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새해에는 세상이 좀 편해졌으면 한다. 

“몸도 건강하고 적당한 일거리 이어지길” 

 

▲ 중구 시니어클럽 '더 시락' 식당 시니어들


지금 근무한 지가 10개월이 다 돼간다. 새해 소망이라야 별 것이 없고 내가 건강하고 자식들 잘 되고 하는 것이 소망이다. 돈도 많이 벌어서 여행도 갔으면 좋겠다. 이번 겨울에 터키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도 몸도 건강하게 적당한 일거리가 이어졌으면 한다.


중구에서 씨니어클럽(노인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식당을 연 곳은 현재 3곳이다. ‘더 시락’을 열기 전 메뉴는 국수를 팔던 ‘할매국시’였는데 길 건너편 ‘김해 시락국밥’ 집이 문을 닫자 ‘더 시락’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시락국을 팔더라도 반찬 구색을 갖춰 식사를 하는 사람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반찬을 뷔페식으로 하고 있다. 무한리필로 반찬이나 밥이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서로 돌봐주고 챙겨주면 그게 공동체죠”
 

 

▲ 두동 ‘푸실’ 서로돌봄센터 최선미 씨 ⓒ이동고 기자


두동에는 특별히 둘러볼 곳도 없어 두동초등학교에서도 손님이 오면 이곳으로 모시고 온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와 보고 우리 공간을 많이 부러워하더라. 두동초 바로 앞에 있으니 서로 역할분담도 잘 된다. 겨울 방학 동안에도 아이들 점심을 우리가 맡기로 했다. 학교 마치고 나면 사실 바로 케어가 되니 우리는 인원이 적지만 도심지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이런 시설이 우리보다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참교육학부모회를 20년 동안 해왔지만 ‘정말 이 일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오랫동안 활동해 온 성과 같아서 지금 이 일이 너무 좋다. 참교육학부모회 전국 이사회를 가면 자기들도 해달라고 요구한다. ‘서로돌봄’이라는 말이 아주 좋다. 지금은 연령대를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서로 케어가 되는 공간으로 가고 있다. 이것이 너무 좋다. 방과후학교 아동문제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지역을 아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공동체니 뭐 그런 말을 쓰지 않더라도 부모들이 아이를 맡기면 그 집의 모습이 다 보인다. 저기는 엄마는 아프니까 이곳을 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면 반찬 몇 가지 챙겨주고. 이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고 챙겨주고 하는 서로돌봄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음식을 먹고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라고 가르친다. 물질 중심의 복지개념으로 생각해 아이들이 이런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우리가 근처에서 생산한 유정란 중에 제일 좋은 것을 판매하는데 20판을 가져오면 2판 정도는 아이들을 먹일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다. 서로 도움을 주고 돌봄을 하는 문화가 이 공간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새해 소망이라면 아프지 않고 이 일을 더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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