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노잼도시인가?

정리=조강래,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2-15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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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좌담

문화예술교육센터 결 김수진 대표, 웨일웨이브협동조합 김대성 대표
▲ 김수진 문화예술교육센터 결 대표(왼쪽), 김대정 웨일웨이브협동조합 대표(오른쪽) ©조강래 인턴기자

 

Q. 도시의 재미를 판단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조강래 인턴기자=노잼도시에서 말하는 재미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들어가 있는데, 다들 단편적인 것만 보고 말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 사람과 로컬이라는 주제로 미니포럼을 진행했을 때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다들 울산은 노잼도시가 아니니 그런 말을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실 청년들은 웃고 넘어갈 주제인데, 기성세대나 행정에서 오히려 그 단어에 너무 사로잡혀있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은 노잼도시니까 뭘 해야 돼, 이렇게 접근하는 거 같다. 재미라는 요소는 결코 한 가지 부분만 보고는 말할 수 없다. 단순히 오락거리로 치환돼서는 안 되는데, 다들 그런 부분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재미는 놀이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문화라는 것,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울산시민들이 먼저 울산은 노잼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가치들을 지닌 도시라고 말하기 시작해야 울산이 더 이상 노잼도시로 불리지 않게 될 것이다.

김수진 문화예술교육센터 결 대표=노잼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리는 것 같다. 울산을 폄하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서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있고, 노잼이라는 것이 도시를 규정할 수 있는 개념인가, 개개인이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데, 노잼이라는 말을 던지고 듣는 게 과연 화들짝 놀랄 일일까 싶다.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놀랍게 느껴진다. 우리 도시는 긍정적인 것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다. 울산을 노잼도시라고 선언한다고 노잼도시가 되는 건 아니진 않나. 나만 하더라도 울산은 노잼도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잼이냐 아니냐를 이야기할 때 항상 떠올랐던 것은 다양한 견해에 대해 우리가 너무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노잼도시라고 했을 때 아니야, 난 재밌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건데, 당연히 공존돼야 하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굳이 반박할 필요가 없더라. 저 사람은 노잼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대단히 큰 것을 해결해야 하는 개념이 아님에도 무겁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 우리 도시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구승은 인턴기자=노잼도시가 이슈였을 때 사실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인가보다 하고 넘겼다. 사실 지역 안에서 재밌게 놀거나 놀지 못하는 건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창원에서 학교생활을 했는데, 그때 친구들과 소규모 활동을 많이 진행했다. 소소한 즐거움을 많이 느꼈다. 그랬더니 창원이라는 지역을 재밌는 도시라고 생각하게 됐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면, 지역에 대해서 긍정적이게 생각하게 되더라.

Q. 도시의 재미를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김수진=살면서 도시가 재미가 있냐 없냐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삶이 재미가 있냐 없냐를 생각하지. 그런 내가 이 도시는 참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장면이 있다. 예전에 성미산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동네의 한 카페를 갔는데, 낮 시간인데도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더라. 거기서 마을을 안내해 주는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해주더라. 저 사람은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사람이고, 저 사람은 프리랜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고,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인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이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장면이 떠오른다. 일정한 시간대가 아니어도 마을에 이렇게 사람들이 있고, 또 노닐고 있는 그 장면. 그들의 삶의 모습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에 직업군도 다양해야 하고, 낮 시간에 성인 남자가 카페에 앉아 있는 게 눈치 보이지 않아야 하고, 서로에 대해서 적당한 거리도 있고 적당한 친근감도 있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면 좋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 그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편견도 없고 편안해 보이는 그 마을의 장면. 어떨 때는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버틸 때도 있지만, 나보다 우리 아이들이 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생각했을 때 과연 울산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도시일까. 그런 생각을 할 때면 갑갑함을 느낀다. 그게 우리 도시의 재미없는 요소가 아닐까.

Q. 내 삶에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무엇인지?

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대표=내 삶에서 언제 재미가 있었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관계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4년 정도 서울에서 지냈는데, 그때 서울이 재밌다고 느껴진 건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았을 때다. 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학교에서 밤새도록 이야기하면서 놀았던 때. 홍대에 가서 재미가 있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 때가 재밌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재밌었던 장소를 생각하면 학교가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울산에 살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있다. 홈스쿨을 하면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거기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그 텃밭이 내게는 재밌는 장소다. 결국 내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재미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어떻게 놀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서 서로가 느끼는 게 다르다. 나는 감사하게도 재밌는 관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재밌게 활동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울산이 관계 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들을 잘 찾도록 해주는 도시인가 생각했을 때,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

김수진=내 삶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고, 재미를 느낄 활동이 있다면, 그럭저럭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울산은 어떤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울산은 재미가 없는 도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굳이 왜 이렇게 질문을 하는 걸까. 울산이 재미있다 없다는 누가 규정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내 삶을 얘기하자면, 예전에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거지, 이게 재미지, 이렇게 의미 부여를 해왔다. 그런데 지나서 돌아보니 정말 재미없게 살았더라. 요즘에는 내 삶에 재미라는 건 뭘까를 고민하면서 조금씩 찾고 해결하는 걸 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엄마들과 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막상 사람들을 만나보면 내가 생각한 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각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는 일인 것 같다.

Q. 어떤 부분에서 우리 도시가 재미없게 느껴지는지?

조강래=도시에 와서 처음 받는 인상, 도시가 재밌게 느껴지는 요소, 그런 게 많을 때 재밌다고 느끼는 거 같은데, 요즘 청년들이 생각하는 재밌는 요소는 미술관과 전시관이 많고, 분위기 있는 술집이 동네 곳곳에 있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들을 이미 잘 갖추고 있는 도시는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더라. 도시가 다양성에 대한 포용성이 없으면, 재미뿐만 아니라 도시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도 위기라고 생각한다. 재미라는 건 도시에 사는 매력이자 메리트인 것 같은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울산은 지금 어떤가. 과거에는 직업을 이유로 울산에 들어온 수많은 외지인이 한동네에 살면서 관계하는 문화가 있었지 않나. 내가 살던 아파트 한 동에는 서로 고향이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어릴 때 부모님이 바쁘면 3층에 가서 밥을 먹고, 또래 친구들과는 늘 저녁에 나가서 놀았다. 그때의 울산은 내게 재밌는 도시였다.

김수진=북구예술창작소에 입주작가 한 분이 신정시정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시장에서 장사하던 할머니가 사지 멀쩡한 청년이 공장에 안 다니고 왜 여기에 있냐는 말을 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작가님은 굉장히 유쾌하게 받아들이더라. 그때 나는 무슨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울산은 공장으로 형성된 마을도 많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도 많은 도시니까 아직까지도 그런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 세대도 당연히 직업을 갖고 공장에서 일했으니 다음 세대인 자녀들에게도 같은 길을 가기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나 역시 20대에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울산을 겪어보기도 전에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된 고민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들이 부모님 곁인 울산에 머물기 힘든 게 아닐까.

구승은=친구들이 많았던 도시를 떠나서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왔을 때 같이 뭘 하자고 말할 친구가 없더라. 어디 소속되지 못했다는 불안함 때문에 울산에서의 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먹고 살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생존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재미라는 요소는 잊고 지냈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주변을 보니 울산에서 재밌게 노는 사람이 많더라.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울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김수진=그런 걸 스스로 해결하려는 능력도 중요한 것 같다. 동네에서 하는 활동이 재미가 있는데 갑자기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토론을 하자고 모였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때다. 무거운 안건도 아니고 내년에 뭘 해볼까 질문을 던졌는데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때 별생각을 다 하게 된다. 잘 가고 있는 게 아니었나, 혼자만 신났었나,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나보다 젊은 세대들도 많은 경험이 없다. 내 의견을 표현하고 이야기한 경험이 부족하니 주변 눈치를 보고 주저한다. 왁자지껄하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편안한 관계가 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봐야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될 텐데, 끝까지 가보기 위해서는 자기 의지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 가다 말면 내내 재미없지 않을까. 얼마 전에 포럼 자리에서 청년 한 명이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또 다른 자리에서는 울산의 낯섦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야기를 쌓아가다 보니까 함께 도모할, 함께 궁리할 짝지를 찾는 게 되게 중요한 거더라. 그렇게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재밌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울산에는 분명 놀러 갈 곳은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가 않은 거다.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의 뒷이야기를 나눌 모임이 필요한 거고, 공간을 가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대해 이야기 나눌 모임이 필요한 거다. 생산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더라도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경험이 필요한데, 그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분명 하드웨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다양한 관계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우리 도시에 필요한 부분인 것 같은데, 제도적으로 구현할 방법이 있을까?

김수진=새로운 사람을 등장시키고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활동가가 곳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식으로 공모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없다, 하는 사람만 한다, 그런 말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찾고 엮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에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활동가로 두면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고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게 활동가든, 코디네이터든,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더라도 그런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김대성=재미를 찾아가는 한 명의 활동을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 명이 아니라 천 명 만 명에게 지원했을 때, 그 만 명에 연결된 사람들은 얼마나 많고 또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까. 엄청 많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나. 그 경험들이 우리 안에서 공유되고 공감돼서 나도 우리 도시에서 재미를 찾아보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수의 활동에 대한 지원은 많다. 하지만 다수의 활동은 재미를 찾기보다는 내 욕망을 누그러뜨리고 경직되게 활동하기가 쉬운데, 그게 아니라 개인의 활동에 집중되면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나 재밌는 활동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도시가 한 명의 활동을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 만 명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나도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조강래=으리으리한 공간이 아니라 동네에 관계 친화적인 공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마을에 사랑방 같은, 작지만 편하게 마주치고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정리=조강래,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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