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산책처럼 다닐 수 있는 언양과 상북의 동산, 봉화산(부로산)

노진경 시민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1-12-27 0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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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20대 때는 높고 화려한 산이 좋았다. 정상에 다녀오려면 종일이 걸리는, 높으면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산에 다녀와야만 산행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산에 다녀오면 은근히 생기는 우월감이나 성취감이 좋았고, 화려한 경치를 눈과 사진으로 담는 것에 기뻤다. 몸을 혹사해 머리와 가슴을 텅 비우는 평온함이 좋았다. 

 

▲ 봉화산의 작청전 초입

하지만 30대의 요즘은 여전히 높고 화려한 산도 좋지만 동네 뒷산이 참 좋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산책처럼 다닐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흔적이 많다. 여기저기 발길 따라 만들어진 오솔길들이 실용적이고 또 정겹다. 상북면에 살면서 커다란 산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도리어 일상에서 낯선 동산들이 더 좋아진 지도 모른다. 


지인이 모닝커피를 마시자고 연락이 왔다. 걷고 싶은 마음이 들어 함께 봉화산을 가자 했다. 그녀가 “복장이 그럴 복장이 아닌데…”라고 했다. 동산이니 산책처럼 가볍게 다녀오자 했다. 그녀도 차 트렁크에 등산화가 있다며 그렇게 하자 했다. 우리는 갑자기 작천정에서 시작해 동산으로 들었다.


지인은 항상 간월재를 가거나 복합웰컴센터의 암장에 갈 때마다 이곳을 스쳐 지났지만, 산의 들머리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바로 앞 카페에서 자주 커피를 마셨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놀랍다고 했다. 사람은 역시 익숙한 곳일수록 보이는 것만 보게 된다.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일상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초입에서 20m쯤 걸어 올라가면 인내천 바위가 보인다. 인내천은 사람이 바로 하늘이라는 평등사상, 인권 존중의 사상으로 1915년 울주군 상북면 출신 김영걸 씨가 글씨를 쓰고 삼남면 출신 함유성 씨가 음각대자로 새겼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행복을 위한 조상님들의 노력과 실천 덕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100년도 더 전의 교훈처럼 진정 그렇게 살고 있는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도 가진다. 

 

▲ 인내천 바위

인내천 바위 근처 아주 낡은 나무 벤치를 만났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쉬어갔을까, 벤치는 세월의 풍파를 멋스럽게 맞았다. 감히 앉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산중의 예술작품 만난 듯하다. 영겁의 시간이 담겨있다. 

 

▲ 낡고 오래된 벤치

가파른 바윗길이 나온다. 낙엽과 갈비가 바위를 덮어 미끄럽다. 그 길을 지나면 커다란 너럭바위가 나오는데, 삼남의 논밭과 휙휙 지나가는 도로의 차들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따뜻한 겨울 볕을 담뿍 받으며 나란히 앉아 초코우유를 쪼르륵 마신다. 볕도 우유도 참 달다. 한참을 앉았다가 다시 걸음을 옮긴다. 

 

▲ 일상의 염원들이 모인 돌탑

솔밭에 둘러싸인 묘지들을 만난다. 묘지 앞을 지키고 있는 돌상이 귀엽고 특이하다. 모르긴 몰라도 고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듯하다. 솔밭을 지나고 대나무 숲을 지나 활엽수들을 만나면 정상이 가까워진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변화하는 다양한 숲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 묘터를 지키는 석상

 

▲ 너럭바위에 앉아 겨울 볕을 듬뿍 받는 중

 

▲ 너럭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는 조망
▲ 정상에서

 

▲ 측면으로 보이는 신불산과 간월산

 

▲ 저 멀리 보이는 신불산과 간월산

마지막 살짝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정상이다. 봉화산(부로산 350m)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그 시절 서울 남산까지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한다. 현대의 소식을 전하는 수단인 송신탑이 봉수대 옆에 자리하고 있다. 참 재미있는 광경이다. 

 

▲ 가파른 바위길

 

▲ 정상 표식과 송신탑
▲ 정상의 송신탑

정상을 뒤로 하고 산하로 내려와 처음 우리 만남의 시작이었던 커피를 들러 카페로 간다. 트레이 위 빨간 남천열매가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셔요!

 

▲ 하산 후 마신 커피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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