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 설 것”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울산롯데지회 이석봉 지회장

김선유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7 19: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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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봉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롯데지회장.   ⓒ김선유 기자


Q1.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울산롯데지회는 어떻게 설립됐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동조합에는 CJ대한통운과 우체국이 회원 수가 가장 많고 한진택배 등 많은 택배회사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다. 롯데택배는 가장 뒤늦게 가입했다. 그동안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면 잘린다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부조리와 부당함을 이겨내고자 지난 4월에 우리 부부가 먼저 가입했고 그 뒤를 이어 롯데택배 여러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에 가입한 목적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확보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보통의 택배회사들은 지점들이 있고 지점의 하청인 대리점이 있다. 우리는 그 대리점과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사측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택배노동자의 근무형태는 너무 열악하다. 작은 휴게실이나 매점도 없고 점심도 역시 알아서 사비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못 먹고 일할 때가 많다. 비가 오면 택배박스가 비에 젖지 않게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지점이나 대리점에서 비옷 하나 지원 받은 적도 없다. 아침 7시 출근, 밤 10시 퇴근으로 집에 가서 먹는 하루 딱 한 끼가 전부일 때가 많다.
열악함 속에서도 인권이 보장돼야 하지만 우리 택배노동자들은 기본 인권마저 보장받기가 어렵다. 이에 택배 노동자의 기본인권을 찾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다. 이후 노조 결성이 인정돼 울산롯데지회가 2020년 5월 17일에 설립됐다. 노동조합 가입과 울산롯데지회 설립의 목적은 서로 같다. 울산롯데지회 설립은 꼭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그동안 억압을 받아 결성할 마음조차 먹지 못하고 있었다.

Q2. 지회장은 어떻게 선출됐나?
조합원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처음에는 지회장 자리가 무거워 보이기도 했고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주변의 조합원, 가족, 동료들이 다독여주고 전폭적인 지지를 해줘 출마하게 됐다, 출마했을 때 단 한 명의 반대표 없이 100%가 지지해 줬다. 지회장이 됐을 때 부담감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들 믿어주고 다독여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한 점도 많다. 처음 노조 가입 때 신정동 지역 동료들에게 “살려고 노조에 가입했다”고 알렸더니 그동안 억눌렸던 분노가 터지면서 다른 노동자들도 노조 가입을 이어갔다. 혼자라면 작은 힘이지만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롯데 식구들이 있어 힘이 났고 용기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내가 먼저 앞장서고 지켜내고 책임져야겠다는 의무감도 들고 지금은 의무감을 떠나서 내가 잘리는 한이 있어도 롯데 식구들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Q3. 택배노동자들은 어떤 형태로 일하나?
택배노동자는 다들 개인사업자로 계약돼 있고 차량유지비, 식사비용, 택배송장, 테이프, 파손, 분실 등 배송 중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지원받는 부분이 없는 실정이다. 특수일용직 형태여서 노동자가 아니고 근로직도 아니다. 이런 구조를 두고 봤을 때 솔직히 우리가 택배회사의 지시를 따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회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실업자가 된다. 사정이 생기거나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면 용차(대리기사)라는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만약 대리기사를 이용하면 택배 수수료가 1.5배 발생한다. 그 비용 또한 우리가 지불해야 된다. 만약 2주 정도를 쉬게 돼 용차를 이용하면 한 달 월급이 날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택배기사는 휴가도 상상할 수 없는 처지다.
예전에는 토요일에도 택배회사가 쉬었지만 지금은 토요일도 근무하기 때문에 주 5일 근무의 꿈은 사라진지 오래다. 아침 7시에 출근해 하차·분류 작업 후 각자 맡은 지역의 택배물건을 탑차에 싣고 배송한다. 월요일에 물량이 적거나 일이 빨리 끝나면 오후 5시에 마치기도 하지만, 그 외 평일은 보통 오후 7시 이후에 끝난다. 최근 롯데택배 울산지점은 CS지수(배송률, 집하율, 홈쇼핑 당일배송, 고객불만, 반품률)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 중 홈쇼핑상품은 몇 백 개가 들어와도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당일배송 물건 때문에 배송을 한번 끝내고 다시 또 들어와서 싣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배송 업무가 새벽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 이런 문제로 지점에서는 각 택배노동자들에게 CS점수를 적용해 점수가 낮으면 수수료를 깎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우리는 택배 수수료가 월급이고 안 깎이기 위해서 새벽까지라도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이 모든 열악함 속에서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있다. 택배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보통 박스당 1000원도 안 되는 수수료를 받고 일한다. 이 수수료는 박스 크기나 무게에 상관없이 무조건 박스당 800~900원을 받고 있다. 고객들이나 판매자들이 택배를 보낼 때는 무게나 물건에 따라 배송비가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손바닥만 한 박스건 사람 키만 한 박스건 모든 박스의 수수료를 똑같이 받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딱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루에 몇 백 개씩 배송해야만 월급처럼 돈을 벌수 있다.
일하는 만큼 돈 벌어 간다지만 무리해서 배송하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도 있고 다쳐서 병원비로 지출을 더하는 일도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를 시키는 사람이 많아지자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당일배송이 강요되면서 노동과 시간은 그 배로 들고 힘든 실정이다. 그렇게 종일 굶고 일하다 집에 들어가면 밥 먹다가 졸기도 하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끼니를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택배를 많이 싣기 위해 노동자들은 무조건 크고 높은 배송차량을 선호하고 구매한다. 기름값, 식사비용, 각종 세금을 빼면 노동에 비해 정말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4대보험도 적용이 안 된다. 아이들 간식 값이라도 좀 더 벌기 위해 타 택배회사의 새벽배송도 한 번씩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새벽배송 수수료는 더 낮게 측정돼 있다. 택배노동자 중 새벽에 퀵 배달원이나 대리기사를 겸하는 사람도 있다.

Q4. 택배 업무 중 힘든 점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상가건물이나 고층건물에 물과 쌀 같은 무거운 물건을 배송할 때가 가장 힘들다. 요즘은 소형 조립식 가구도 많이 나온다. 모든 고객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번씩 “너무 무겁고 커서 가지고 올라가기 힘들어서 그러니 도와주거나 다른 곳에 맡기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면 “잘 모르겠고 집까지 무조건 배송해 달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힘들어도 참고 올라간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호소를 들은 고객이 “기사가 택배 배송하기 싫어한다”고 항의할 때도 있어서 억울한 일도 많다. 또한 몸이 아프거나 개인사정이 생겼을 때 대리기사를 쓰면 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만약 대리기사까지 없으면 쉴 수도 없다.
당일배송과 별개로 반품물건도 있는데, 반품물건도 지점은 당일처리를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반품물건은 배송물건과 반대로 하차가 아닌 상차시간으로 오후 7~8시에 맞춰서 일하다 말고 반품처리를 해야 한다. 어떤 날은 하차장에서 한 시간 거리에서 반품물건을 받아 상차시간에 맞춰서 반품처리를 하고 배송을 다시 이어가는데, “물건 언제 갖다 주냐”는 항의전화가 들어오면 서러울 때도 있고 힘들어서 화를 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화를 내거나 비속어를 쓰면 일을 그만두는 것도 그만두는 것이지만 벌금도 내야 한다.
한 번은 순차적으로 배송 중인데, 고객이 “나는 무조건 오후 3시에 받아야 된다”고 우겨서 순서대로 쌓아놨던 박스들을 다 빼고 고객에게 배송한 뒤 다시 박스를 정리한 적도 있다. 어떤 고객은 “택배 빨리 갖다 달라”고 요구해서 고객 집 앞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며 전화했지만 집에도 없고 한참 전화를 안 받다가 전화를 받더니 “아 그거 그냥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 말고도 말 못할 수많은 일들이 하루하루 생겨나고 그런 일들을 속으로 삭히고 참아가며 일하고 있다.
고객들이 택배배송 정보를 확인하면 뜨는 번호들 모두 우리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개인 핸드폰이고 요금도 우리가 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로 새벽에 고객들이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걸어 자다가 깬 적도 많다. 택배 배송 중 파손이나 분실문제가 생겼을 때도 택배기사가 보상해야 한다. 일단 파손이 되면 그게 배송 중 파손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택배기사들은 배상을 하고 있다. 극소수이지만 다짜고짜 “물건이 없다. 늦게 온다”는 이유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

Q5. 택배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한 번씩 소화전이나 고객들이 직접 마련한 상자에 넣어 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다. 소화전을 열어보면 음료수와 함께 편지가 들어 있을 때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한 번씩 고객을 응대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날씨도 더운데 정말 고맙다”는 따뜻한 말을 들으면 뿌듯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고 월급 타서 가족들과 외식할 때나 놀러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가족이 있어 힘을 내고 가족을 위해 참고 견디며 일할 수 있다.

Q6. 하차·분류작업을 할 때 코로나19 감염에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많이 우려된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상황이 좋은 택배회사는 자동으로 분류를 해주지만 우리는 레일도 짧고 직접 분류작업을 해야 한다. 분류작업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서로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앞에서 지체가 되면 뒷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마스크도 쓰고 있고 각자 감염 예방행동을 하고는 있지만 접촉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방역물품도 개인이 직접 구매해야 하고 택배 배송은 직접배송이 원칙이기 때문에 고객들과의 접촉도 피할 수 없다.
회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지급받은 마스크가 방한마스크여서 습기도 차고 숨이 차서 배송업무에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직접 산 공적 마스크는 약국에 줄을 설 시간도 없고 어렵게 구한 것이다 보니 물티슈로 닦아가며 20일 동안 쓰고 다닌 적도 있다. 각자 개인적으로 택배기사들끼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방역은 철저히 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노동 현장이 감염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택배현장노동자들에게 방역을 위한 물품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Q7. 택배기사들에게 요구하는 고객 문의는 어떤 것들이 있나?
빠른 배송, 주소변경, 당일물품 확인, 배송시간이 손에 꼽힌다. 가능한 일에는 최대한 고객의 입장에서 맞춰주려고 노력하지만 불가항력인 요구가 늘어나고 항의가 빗발치는 날이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한 번은 고객 부재로 문 앞에 배송하고 배송된 상황을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보내줬더니 “어? 거기 예전 집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왔고 확인해 보니 고객이 집주소를 예전 집주소로 배송요청을 한 것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고객이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며 지금 주소로 갖다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래서 반품요청을 해야 다시 기사가 배정되고 반품비용이 발생된다고 설명했더니 더 화를 내기도 했다. 또 어떤 고객은 보통 소화전에 갖다달라고 요청해서 그날도 소화전에 갖다놓고 배송문자를 날렸더니 “소화전에 갖다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왜 거기 갖다 놨냐”며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한 적도 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점은 경비실은 1층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소화전은 대문만 열면 손이 닿을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택배노동자들은 하층 중에 최하층 취급을 받고 있고 이중 삼중으로 갑질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택배기사들은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는 게 현실이다.

Q8. 택배노동자로 일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은?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가 심했다. 왜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만류에도 이 일의 매력을 얘기하고 설득해서 지금은 가족들이 더 많이 응원해 주고 있다. 지금은 아내도 함께 택배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도 고생하고 있지만 지회장 활동에 누구보다 큰 지지와 격려로 힘이 돼주고 있다. 또한 아들도 응원해주고 있어서 든든함을 느낀다. 특히 아들에게는 한참 신경 써줘야 할 나이에 미안한 마음도 앞서고 걱정도 많이 된다. 무엇보다 가족의 안정과 평온이 유지된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Q9. 현재 파업과 농성 중인데, 파업의 목적은?
정당한 요구를 했지만 사측에서는 들어주지 않았다. 현재 롯데택배 사측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갑질을 행사하고, 노동자를 무시하고, 근무환경을 임의로 조정해 혼란을 주는 상황 등을 지켜보며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측의 이득을 위해 기획·위장 폐점에 이어 집단해고를 당하면서 파업 아닌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6월 2일 관련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아직도 사측은 위장폐점과 일방적인 집단해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롯데택배는 파업으로 배송이 어려워지자 고객들과 판매자들에게 “노조의 무리한 파업으로 배송이 어렵다”며 우리의 탓으로 돌리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신정동은 코로나19 재난지역이라서 배송이 어렵다”고 응대하며 신정동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우롱하고 있다. 우리 택배연대노조 울산롯데지회가 포기한다면 60명의 택배노동자와 가족들이 생계위협을 받을 것이고 이어서 전국의 롯데택배 노동자들이 이유 없는 갑질과 무시를 당할 것이다. 이에 택배연대노조 울산롯데지회는 절대 포기하지 않음을 알리며 서울과 울산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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