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 20대 대선을 치르고 나서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2-03-14 0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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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인권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내 삶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삼십대 초반, 장애인자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은 중증장애인이 주축이 돼 이동권을 시작으로 교육권, 사회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 전국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광화문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이동권 확보와 완전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 관련 이슈들이 받아들여진 상황을 되짚어 보면 정치적 상황이 아주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지원서비스 전국 확대지원, 장애인 국회 진출, 장애인연금제도, 미완이지만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대충 그 흐름이 보인다.


내 정치성향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위해서는 세상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장애인들의 삶이 보편적인 삶 즉, 나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과 그로 인한 기능 저하 및 불능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차별과 배제의 요인이 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이런 나를 두고 진보성향이라 한다.


어느 당이든 우리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고 한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함께 힘이 돼줬던 사람들은 진보정당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변화,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시민사회의 연대 속에서 우리 장애인의 삶도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몇 번의 선거를 했지만 2022년 3월 9일의 선거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선거보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오미크론 감염 확진으로 자가 격리상황에서 오후 5시가 넘어서 사전투표를 하고 9일까지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 혐오와 도를 넘는 비방, 여성 분리 등으로 너덜너덜 얼룩진 선거였다. 유튜브와 일부 언론에서 사실 확인이 안 된, 카더라 혹은 아니면 말고 식의, 혹은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한 편의 입맛에 쩍쩍 달라붙는 내용의 보도들 또한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극대화하고 진영 간의 분열과 결집을 가져온 선거였다.


이렇게 선거는 상처와 공포, 혼란의 분위기를 남기고 끝이 났지만 앞으로 5년간은 0.78%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던 팽팽하고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보내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새 대통령 당선인에게 할 말이 있거나 건의할 정책이 있다면 가장 먼저는 장애인 당사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예산으로 반영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모든 사람의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을 시장의 경쟁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노동 취약 조건으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장애특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며, 노동할 수 없는 자들에게 현실조건을 반영한 장애연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시혜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인 삶을 위한 인권으로서의 서비스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장애인연금법도, 장애인복지법이나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에 관한 법도, 장애인등급제 폐지도 지향하는 바는 모두 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다 하여 그것이 차별이나 배제의 조건으로 작동할 것이 아니라 장애특성이 고려되고 인정되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나 현장 속에 장애인이 제외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디, 앞으로의 5년이 과거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는 시간이길 기대한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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