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구도심 한옥민박 체험공간 ‘수연이네’를 아시나요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20-01-15 19: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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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체험, 연밥체험 등 다채로운 문화공간을 꿈꾸는 강수연 주인장
▲ 건물만 뚝딱 짓는 요즘, 전통가옥을 관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모른다. 사람들은 이 공간이 큰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오해도 많이 한다. 한옥민박 체험공간 수연이네 주인장 강수연 씨.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구도심 문화의 거리 구석진 골목에 소박한 한옥 한 채, 이 공간을 통해 울산 중구 종가집 체면과 자존심을 세워나가고 있는 수연이네. 문화적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부족한 것이 내내 아쉽다. 하지만 중구 ‘문화의 거리’에 걸맞는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1. 수연이네 공간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2018년에 이 공간을 얻었으니 이제 2년이 넘었다. 거의 6개월 정도 집수리를 했다. 그 전에 할머니가 살다가 돌아가셨다. 자제분들이 많은데 부모님 추억이 있는 집이니까 팔기는 그렇고 임대를 낸 것 같다. 처음 이 공간을 빌렸던 분이 뜯어낼 것은 뜯어내고 집을 고쳤는데 몇 년 있다가 나갈 때 들어오는 사람에게 4500만 원 정도 권리금을 받아 나갔다. 임대를 받은 사람도 전통집이 관리가 안 돼 지금 이 방은 창고로 쓰고 윗방만 쓰고 있더라. 부엌도 관리가 안 되니 폐쇄하고.


난 부산에 주로 살다가 이 집 때문에 울산에 왔는데 구도심 도시재생지역에 있는 유일한 한옥이다. 앞에 이 집을 임대한 분이 지인이었는데 나가면서 ‘장사는 안 됐지만 사람은 남았다’는 말을 했다. 이 집을 보고는 반해 권리금을 천만 원을 낮춰 얻었다. 당시만 해도 집이 귀곡산장 수준이었다. 전체 공간을 활용하려 수리를 했는데 집만 손보는 데 100일 정도가 걸리더라. 마당도 위를 높이고 데코타일까지 깔아놨는데 집이 꼭 ‘갓 쓰고 양복 입은 꼴’이었다. 그걸 치우고 마당을 원래대로 만드는데 1500만 원 정도 들었다. 원래 임대기간 2년은 지났지만 주인이 이 집 팔릴 때까지 있으라고 했다. 혹 이 집을 팔게 되면 먼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2. 전통가옥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고향이 합천, 창녕과 경계지점이다. 외가가 꽤 규모 있는 한옥집이어서 어려서부터 한옥을 좋아했다. 어머니는 어릴 때 일본으로 갔다가 아가씨 때 들어왔는데 8남매 집안이었다. 외할머니 때는 10남매였다. 사람이 많은 집안에 살면서 전통문화와 예절에 대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익혔다.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또 낙동강변 적포삼거리에 살아서 강과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많이 받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나이가 들고는 전통차를 공부했다. 보통 중년 여성들이 명품을 사러 다니지만 난 고전적인 것을 좋아했다. 주로 전통수예 전시회나 명품 고가구를 보러 다녔다. 어버지는 내가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8남매를 키우면서 엄했고 위로 오빠도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을 아주 엄격하게 대했다.

3. 이 공간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중구 구도심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고 LH 뉴딜사업 도시재생 한마당에 민박창업 도전기로 응모했다. 그 행사에서 대상을 받았다. 당시 응모를 하고 준비할 때 고령인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슬픔으로 힘들어 포기할까 했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동안 집수리하고 힘들었던 일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말했던 게 감동을 준 것 같았다. 좋게 포장할 것도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국토부 지원 예산 1500만 원으로 민박 컨설팅비를 지원해줬다. 벤치마킹도 다녀왔다. 그 이후 신문, 방송 여러 곳에서 취재를 왔는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 계기였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4. 주로 오는 손님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가족 단위로 온다. 신기한 것은 울산에서 오는 분은 거의 없고 타지에서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검색을 하거나 한옥 민박을 구하는 전화를 시청에 하면 이곳을 알려준다고 하더라. 또 연밥, 다도체험을 하고 싶으면 보통은 대구나 김해를 찾았는데 울산에서 다도체험을 할 공간이 있어 반갑다는 분들이 많다. 지자체는 뭔가 하드웨어 지원만 하고 문화체험활동 지원은 별로 없다. 방송을 보면 연예인들이 외국에서 그 나라 전통체험을 하는 것이 많이 나오는데 정작 우리는 전통체험을 찾아서 하지 않는다.


수연이네가 가진 문화공간을 이용해 ‘자연스럽게’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청춘남녀들이 문화체험도 하고 서로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커피만 좋아하지 우리 차를 모른다. 체험 끝나면 ‘엄마나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묻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일박하고 간 어머니는 아이가 집에서도 계속 차를 마시는데 ‘차 마시는 사진을 선생님(나)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하더라는 얘기도 했다. 동구 쪽 미술 선생님도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계속 오고 싶어 하더라. 해외여행을 다니는 작가 분도 오셨다. 프랑스인들도 왔는데 언젠가 초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돈은 못 벌어도 사람은 얻고 있는 것 같다.

5. 앞으로 계획은?


느리게 가려고 마음먹는다. 방도 두 개 밖에 안 되니 천천히 가는 수밖에 없다. 전통가옥이 주는 편안함은 일박을 하지 않으면 느끼기 힘들다. 중구에는 한옥이 간간이 있지만 찻집에 대한 체험 관광문화가 없다. 젊은이들이 다도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없다. 전통차라도 넣어서 매개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여기 오면 우리나라 녹차 등 선조들이 어떤 차를 마셨는지 경험하며 기본예절을 배울 수 있다. 직접 만든 다식을 맛볼 수 있다. 젊은이 열 명이 술 없는 송년모임을 하고 싶다고 이곳을 찾았다. 연밥체험과 다도체험을 하는데 아주 좋아했다. 찻잔에 보를 받치고 천천히 옆에서 차를 따라주니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존중받는다는 것처럼 기분 좋은 것은 없다. 젊은 커플을 위한 모임 ‘자연스럽게’는 이제 3기까지 받았고 4기 만남을 대기 중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를 낯설어하고 잘 모른다. 우리 문화의 맥을 젊은이들에게 이어주고 싶고 문화의 거리 상권도 같이 살아났으면 한다. 손님이 오면 주변 상가 음식을 많이 이용하게 한다. 공간은 소박하지만 앞으로 뜻 맞는 이웃과 함께 할 일이 많을 것이라 여겨져 설렌다. 대상을 탈 때 면접관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마음으로 하고 싶다”는 말에 감동 받았다고 했는데 그런 전통민박체험 문화공간이 되고 싶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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