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윤석열과 멍청한 윤석열

손영식 울산대 철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21-1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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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년 3월 9일에는 대통령 선거를, 6월 1일에는 지방 선거를 치른다. 투표하러 가는 사람의 심리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 찍기와 덜 싫어하는 사람 찍기가 그것이다. 좋아하는 이를 찍는 사람들은 지지층이다. 반면 덜 싫어하는 이를 찍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중도층이 그렇다. 각 정당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는 지지층의 힘이 크다. 모든 국민이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원과 관계자들만 투표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통령 선거는 중도층의 향배가 중요하다. 지지층은 확실한 자기 표이지만, 그것으로 다수가 될 수 없다. 중도를 끌어와야 승리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씨를, 국민의 힘은 윤석열 씨를 후보로 선출했다. 이 결과를 두고 한겨레 신문의 성한용 기자는 “응징론의 정면 충돌-‘빌런’들을 불러내다”라고 요약했다. 상황을 정말 정확하게 본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강렬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분노와 증오, 복수심이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보면, 그것은 중우(衆愚) 정치로 빠진다. 민주주의의 특성상 늘 두 당파가 있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우다 보면, 막판에는 상대를 죽이기 시작한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도 사소한 이유를 들어서 죽이기도 했다. 그 결과 아테네는 스파르타에게 패배하고 굴종한다.


미국의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은 것도 공화당 지지층의 분노와 증오의 발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대선도 그렇게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드럽고 약하기 때문에, 그 반동으로 강하고 한 칼 하는 사람을 선택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두 당에 많은 후보가 있음에도 흠결이 많은 두 사람을 후보로 선택한 것은 복수심의 발산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중도로의 확장을 포기하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번 상상 속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둘 중 하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된 뒤에 열혈 지지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대로 상대 세력을 응징할 것인가? 증오와 분노에 답을 할 것인가? 윤석열 씨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자.


윤석열 씨의 지지자들의 생각은 이럴 것이다. 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감방에 넣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감방에 넣었다. 조국을 확실하게 박살냈다. 따라서 문재인도 감방에 넣을 것이다! “달님은 영창에~” 이것이 그들의 마음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똘똘한 윤석열과 멍청한 윤석열을 가정할 수 있다.


이명박 씨가 수사받으면서 했던 말이 있다. 자신은 노무현 대통령의 일에 대한 보복을 받고 있다고. 그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수사받을 때,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청와대의 저주라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윤석열도 똑같다. 지지자들의 간절한 희망대로 한다면,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이것을 못 깨닫고 응징으로 나서면, 멍청한 윤석열이다. 반대로 그것을 깨닫고, 대통령이 된 것에 만족하면서 응징을 피하면, 똘똘한 윤석열이다. 


과연 윤석열 씨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까? 자신의 흠결이 많은 데다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이는 반대로 이재명 씨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정말 응징할까?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믿고 싶다. 정치 지도자의 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이다. 미국도 결국 증오에 기반한 트럼프를 몰아내고 화합을 외치는 바이든을 뽑았다. 그것이 미국의 민주주의의 수준이다.
 

손영식 울산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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