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삼의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를 읽고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2-03-08 00:00:22
  • -
  • +
  • 인쇄
서평

 

인류는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새로운 세계로 강제 진입하고 있다. 수십 년간 우리는 부정의와 불균등, 불평등과 과로로 피로사회에 살아왔고 그로 인해 초조하고 불안한 삶의 연속이다. 한 걸음 나아가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제대로 죽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날 이성이 지배한 서양 자본주의의 폐해가 심각해 대안으로 유교가 제시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역사적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유교, 그 밑바닥에 두려움이 깔려있다. 인간이 짐승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염려가 있고 짐승이 사람을 잡아먹고, 급기야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암울한 인간 세상을 구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유교는 조선이 망한 이유의 원인으로 종종 호출된다. 장중한 상례와 번다한 예식으로 진보의 걸음을 가로막고, 근대화의 소매를 붙잡는 누추한 전통, 수구의 원흉으로 인식된다. 우리에게 유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시각이 깊숙이 남아 있어 안타깝다. 유교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큰 가르침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할 때다.


“공자와 맹자가 당대를 두려워했듯 한낱 시골 서생에 불과하지만 ‘나도 지금 세상이 두렵다!’ 이 책은 그들의 두려움에 공감하고, 세상의 공포와 사람에 대한 염려를 공유한 기록인 셈이다.”(p6, 머리말)


<유교란 무엇인가>의 1부에서는 ‘근대 100년’ 동안 유교라는 이름에 덕지덕지 붙은 오물을 걷어내는 작업으로 유교를 오해하고 오도한 것을 해명했다. 효는 법가에서 기원한 것이고 삼강은 오륜과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다. 그리고 위민사상이나 민본주의는 도리어 반유교적이거나 내용이 없는 허깨비 이름이다.


2부에서는 유교의 정체성에 대해 답변했다. ‘의리’, ‘충성’이 정말 유교적일까? 요순시대를 야훼에 견줘 논함으로써 신(神)이 없는 유교에서 구원자로서 요순이 요청된다. 인(仁)이나 여민(與民)이라는 말 속에 유교의 꿈이 깃들여 있는데 그 실현을 위해 어떤 사상을 품고 있고 어떤 제도를 구상했는지를 살펴보면 진정 서구 민주주의의 위기와 그 몰락이 거론되는 오늘날 하나의 대안으로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3부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 진리가 숨 쉰다고 여기는 유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늘날 유교의 진리는 지금 이곳, 너와 나 사이에 있을 따름이다. 공자와 맹자가 우리 삶을 관찰한 후 내뱉음직한 비평과 조언을 들어보고 한국의 가족과 사회문제, 사익의 추구로 위기에 봉착한 시장경제와 가진 자의 도구로 타락한 정치에 대한 비판과 그 대안을 제시한다.


공자는 노약자들이 생존을 의탁할 수 있는 복지사회, 말과 실천이 등호를 긋는 신용 본위의 정치경제사회 그리고 인간 중심 교육을 통해 짓눌린 청소년들이 인권을 회복하는 사회의 꿈을 갖고 있다 한다. 잔학한 춘추시대의 어느 날 꾸었던 꿈들은 오늘날까지도 동아시아인의 삶과 세상의 상식으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배웠던 예의범절과 학창시절 책으로, 수업으로 접했던 유교의 가르침들은 삶 속으로 뿌리 깊게 스며들어 왔다. 조선이 500여 년 동안 통치 철학으로 삼아 따랐던 유학 사상은 여러 역사를 거치며 주류세력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여러 폐해를 남겼다. 조선 말기 외세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역사는 우리에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과 규범은 감옥으로 여겨졌고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오해됐다.


우연히 접한 공자 사상은 편견의 틀을 인지하게 했고 앞서간 조선 시대를 살았던 유학을 따랐던 사람들과 망한 조선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이는 자부심으로 변화했는데 한마디로 뿌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이후 조선 중기의 유학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해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논쟁’, 홍대용의 <의산문답>, 박지원의 <열하일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미야지마 히로시의 <나의 한국사 공부>를 만나게 됐다. 유학에 대한 오랜 편견은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때론 미안함으로 이어져 소중한 깨달음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하지만 찬찬히 배우고 익히면 호학하는 삶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희망해본다. 제대로 배운 가르침과 지혜를 삶에서 체현하고 실천한다면 나와 가족, 공동체가 바른길, 소통하는 길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