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난민, 준비 안 된 울산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2-03-07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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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월 초 아프가니스탄 난민(특별기여자)이 울산으로 취업하기 위해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9명의 난민이 현대중공업 협력사에 취업이 확정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울산으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정세의 급격한 변화로 말미암아, 아프가니스탄 소재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병원 등에서 함께 일하며 조력했던 사람들로 탈레반 정권의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78가구 391명 중의 일부다.


이들은 한국정부의 활동에 ‘특별기여한 자’들로 인정돼 합법적으로 국내에 거주할 지위를 획득했다. 정부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특별기여자의 처우’ 조항을 신설하고 난민에 준하는 지위를 보장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근거도 마련했다.


법무부와 교육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지원단은 이들의 정착을 위해 구인난 등을 겪고 있는 제조업 분야를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했으며, 그 결과 현대중공업 협력사 취업이 성사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의문이다. 부끄럽지만 지난 2018년 제주 예멘 난민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은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피해 대한민국을 찾은 난민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역시 비난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1%에 불과하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 난민신청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난민인정자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2020년 6684명의 신청자 중 난민인정자는 고작 55명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어렵게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 해도 정부의 지원은 매우 인색하다. 무일푼으로 사선을 넘어온 그들에게 우선 최소한의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관련한 정부 예산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2020년 기준 24억 정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심사지원비로 절반 이상이 사용돼 제대로 된 정착비를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1993년 3월 3일 국내에서 시행된 지 20년 세월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은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난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거쳐야 할 주민들과의 소통조차 소홀히 다루고 있어 난민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한국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울산 동구 역시 이러한 문제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2월 초 언론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이주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난민들이 거주할 현대중공업 사택이 있는 동구 서부동의 일부 주민들은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하는 집단이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집단 유입은 지역 정서와 마찰을 빚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사전에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 적절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긴급하게 동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이들의 주장은 분노로 바뀌었다. 울산시청과 동구청 홈페이지에는 이주를 반대하는 민원성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개학을 맞은 학교다. 학령기 아동 25명이 배정된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까지 구성해 배정 철회를 요구하며 교육청과 맞서고 있다. 울산교육청이 난민법에 따라 아동의 교육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현행 법률에 의거해 학생들의 학교 배정 문제는 지역교육청의 권한을 넘는 문제라고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현 상황을 풀어가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밀어붙이기식 학교 배정과 소통 부재를 앞세운 학부모들의 반대는 이웃한 중학교로 확산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이번 사태는 분명 예견된 상황이었다. 난민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감안한다면 추진과정에서 지방정부와의 협력, 주민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월 7일 울산 이주가 결정되기 이전 취업을 알선하는 과정에서부터 난민들의 초기정착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가 반드시 진행됐어야 했다. 지원체계의 수립을 비롯한 학령기 아동에 대한 교육권 보장 방안 등은 관계기관 협력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다. 이주예정지역의 지방정부와 교육청, 주민대표기관 등 관련 기관들의 협조와 시민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며 추진계획의 전제로 설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무성의한 정부와 안이하게 대처했던 울산시의 난민 문제 처리방식이 불러온 참담한 결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더는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원칙만을 되뇌는 대응은 의미 없다. 추진과정에서 소통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사과와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혐오세력으로 매도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입장도 바뀌어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상은 주민들 사이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소환되는 장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인 결정으로 우리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실에서 지내는 것은 반대한다”는 주장 속에는 이미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짙게 배어있다. 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에서 정작 고려해야 할 당사자가 빠져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불안한 미래와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난민들의 고통에 함께하는 것이다. 당장 이들의 학습을 보조할 지원체계도 만들어야 하고, 담당교사를 비롯한 교사들에 대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와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교육도 시급하다. 가짜뉴스에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기 전에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육도 늦지 않게 진행돼야겠다. 준비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한국을 위해 도움을 줬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어려운 난관을 뚫고 한국에 입국했을 때 모두가 나서서 따뜻하게 환대했던 기억이, 우리 지역의 내 이웃으로 다가온 순간 어느덧 혐오의 시선으로 변해버렸다. 지금은 난민들에게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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