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굴기 꺼내든 중국, 수소산업에 적극적인 유럽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1 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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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수소산업, 앞으로의 전망은?
 

(1)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수소경제시장 규모
(2) 세계 최고의 수소시티 구현을 위한 울산시의 노력
(3) 현실로 다가온 탄소국경세, 급변하는 세계연료전지 시장
(4) 수소굴기 꺼내든 중국, 수소 산업에 적극적인 유럽
(5) 해상풍력과 접목한 네덜란드 수소산업과 수출시장을 꾀하는 호주
(6) 전문가들이 보는 수소경제,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 10월 30일 울산 현대차공장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를 임대하는 ‘배터리 리스(대여)’ 정책으로 소비자의 초기 전기차 구매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기암 기자


수소굴기 접었다가 다시 꺼내든 중국


중국은 2022년까지 전기차 밧데리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차 보조금은 꾸준히 늘리려고 하는 추세다. 2030년까지 약 100만 대 정도의 수소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총리는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수소경제 현황을 보고 전기차보다는 수소차에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중국은 수소차 구매 시 최대 20만 위안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수도 베이징은 정부 보조금의 50%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은 2025년 수소차 1만 대 보급 등을 담은 발전계획을 세웠다. 수소충전소 역시 2020년 100개, 2030년까지 10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제 수소차도 등장했다. 2016년 1위 버스업체 유통이 수소버스를 출시했고 상하이 자동차(SAIC)는 승용수소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부분에서 석유에너지 수입 루트를 더 개척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이 수소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중국에 매장돼 있는 많은 셰일가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3000미터 이하의 깊은 지하에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는데 이 셰일가스로 훗날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소차 대신 전기차에 역점을 두는 반면 중국은 오히려 수소차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향후 세계 수소경제를 주도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수소굴기를 꺼내든 것은 몇 년 전 일이다. 중국은 2017년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굴기’를 향한 파상공세에 나서며 정부가 글로벌 수소차 행사를 주도하고 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의 수소산업이 주춤했을 때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현지 완성차업체 10여 곳이 수소차 개발 및 생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의 수소굴기는 사그라졌고 2019년 후반기에 와서야 다시 수소굴기를 꺼내들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수소차 보조금 말고도 수소차와 관련 인프라 개발·보급에 성과를 낸 지방정부와 기업에게도 장려금을 주고 있다. 회사에도 인프라 개발에 대해 장려금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 다시 수소굴기를 꺼내들었지만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중국이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현지 완성차업체 가운데 수소승용차 양산에 성공한 곳은 없다. 상하이차, 베이징차가 버스와 트럭 등 일부 수소상용차를 만들었을 정도다. 이런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현대상용차(옛 쓰촨현대)가 중국 쓰촨 공장을 수소전기차 전문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원래 쓰촨현대는 현대차가 2012년 난쥔자동차와 반반의 지분으로 세운 합작법인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됐고 이름을 현대상용차로 바꾸면서 2022년부터는 쓰촨공장에서 수소전기 중형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쓰촨공장에서 연 15만 대 이상의 수소전기 중형트럭을 생산하게 되면 중국의 물류허브 해안도시인 상하이, 베이징 등에 집중적으로 보급할 수 있게 된다.
 

▲ 송철호 시장은 지난 6월 수소연료전지 발전 및 수소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울산시는 수소산업협회에 카셰어링을 위한 수소전기차 10대를 전달했다. ⓒ이기암 기자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베이징 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와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 국가에너지국 등 관계부처는 ‘연료전지차 시범응용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 핵심은 수소차 산업화와 상용화, 산업망 구축에 대한 집중 투자다. 수소차 기술의 핵심인 연료전지스택과 양극판, 막전극 접합체, 공기압축기,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카본페이퍼 등 핵심부품 개발을 우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중신증권 등 업계에서는 8~10곳을 선정해 연간 150억~170억 위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신에너지, 에너지절약형 자동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차 산업 육성에 본격 착수했다. 2030년 수소차 100만 대를 보급하고 충전소 1000기를 확충해 수소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소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구매세 10%를 면제하고 수소차 보조금 제도도 2022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 내 수소차 판매량은 올 3월 기준 6000여 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성과 상하이, 베이징 등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수소트럭과 버스가 시범 운행 중이다.
 

베이징시는 중국 정부의 시책에 맞춰 수소차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지역 내 수소차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달성하고 수소차 관련 선도기업을 육성해 연관산업 부가가치를 240억 위안(약 4조 원)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베이징시는 남서부 다싱구를 국제수소에너지시범구역으로 지정했다. 다싱은 베이징의 제2국제공항이 지난해 9월 개항한 지역으로 베이징-텐진-허베이성으로 이어지는 경제권의 물류허브다.
 

인구 100만 명의 루가오시는 수소특구로 지정돼 있고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2016년 ‘수소경제시범도시’로 선정한 유일한 수소도시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도 루가오와 상하이·쑤저우 등 양쯔강 주변지역을 ‘수소회랑’으로 지정하고 수소 에너지 및 수소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일대를 중심으로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50여 개의 수소연료 충전소를 구축하며 신규 철도망과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쑤저우·장자커우·청두 등 주요 도시도 중국 정부의 로드맵과는 별개로 각자의 수소 산업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상하이는 2020년까지 연료전지 관련 기업을 100개 이상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우한시에는 중국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산업단지가 세워질 예정이다.
 

중국수소에너지연맹에서 발표한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백서(2019년)>에는 수소차 판매가 2025년까지 연간 5만 대, 2035년 130만 대, 2050년에는 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6월 중국 신에너지차의 지방정부 보조금은 폐지됐지만 수소차는 보조금 대상에 선정돼 몇몇 차종의 보조금은 대당 50만 위안에 달한다. 특히 중국 상하이와 우한 등이 수소차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수도 베이징도 수소차 판매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수소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유럽

최근 유럽과 미국이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고 온실가스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EU가 2021년 상반기 안에 세부 운영방안을 채택하고 2023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12월 EU 정상회의에서 EU 집행위가 제시한 유럽 그린딜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한다는 넷제로가 목표다. 이에 따라 EU 온실가스 배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생산과 사용 분야에서 탈탄소화가 빨라지고 재생에너지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안에서도 수소산업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고 있는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2038년까지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방침을 세웠는데 독일은 이미 2011년부터 원자력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2019년 독일 전체 전기 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42.1%에 달하며 독일의 주된 재생에너지원은 풍력(51.61%), 바이오매스(20.64%), 태양광(19.45%) 순이다. 독일은 수소 시장 확대를 위해 70억 유로, 수소 확보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 쉽 구축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고 2030년까지 수소 생산 설비 5GW를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지속가능한 수소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동시에 유럽연합 차원의 강력한 수소 시장을 구축해 유럽의 수소 생산 잠재력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운송, 생산, 인프라, 산업의 탈탄소화 등에 관련된 민간 전문가 26명으로 이뤄진 ‘국가수소위원회(Nationalen Wasserstoffrat)’를 설립했다. 2018년부터 니더작센 주에서 Alstom사의 수소열차 2대가 정기적인 관리 속에 현재까지 시범운행 중으로 10만km 이상 주행하는 동안 96%의 가용성을 보여줬다. 

 

▲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30일 친환경 미래차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행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부장관, 조명래 환경부장관, 김현미 국토부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이 배석했고 송철호 울산시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친환경 미래차 기업 관계자 및 연구기관이 참석했다. 울산시 제공.

 

니더작센 주 운송회사는 2021년 말까지 14대의 수소열차를 추가 주문해 니더작센 주 Bremervörde 지역의 전체 디젤열차를 대체할 예정이다. 또 독일 중부 헤센(Hessen) 주 운송회사 RMV(Rhein Main Verkehrsverbund GmbH)의 자회사인 Fahma GmbH는 Alstom에 27대의 수소열차를 주문했다. 이 수소열차는 좌석 160석의 온라인 승객 정보 시스템과 무료 Wifi 제공 등의 기능을 갖춘 열차로 헤센 주 디젤열차 일부를 대체함으로써 독일 열차 내 수소사회 실현을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소충전소를 100여 개 가까이 구축하고 있는 독일은 수소열차 등의 모빌리티 등에 수소를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유럽은 왜 수소시장에 뛰어들었나
배터리시장 선도하기 어려워서?


이처럼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이 수소시장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테슬라가 이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은 어쩔 수 없이 수소 카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 유럽은 배터리시장을 선도할만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의 일부 자동차업체가 전동화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는 등 전기차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하긴 했지만 전기차 시장을 이끌만한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원천기술과 생산기반이 준비가 안 돼 있으며 자동차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바뀌게 되면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미국의 테슬라가 자동차시장에 뛰어들면서 자동차업계의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았고 이는 유럽 자동차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2020년 3분기 실적을 보면 전기차 총매출은 87억 달러, 순 이익은 3억3100만 달러다. 전문가들은 EU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테슬라의 크레딧 판매에 따른 매출이 급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탄소 크레딧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많지만 앞으로는 탄소 크레딧이 없어도 순이익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도 갖췄다는 평가다. 이는 내연기관자동차업계에는 끔찍한 소식이다.
 

위기를 느낀 기존의 내연기관자동차업체는 이제서야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미 시설을 확충해 전기차를 빠르게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기존 내연기관차업체들은 전기차 사업 전환에 따른 추가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당장 전기차를 만들어 판매한다고 해도 수익이 날 수가 없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지금의 내연기관차업체들이 테슬라만큼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4~5년은 전기차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테슬라는 이미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프리몬트 공장에 59만 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고 중국 상하이에 25만 대 생산시설이 확충되면 총 84만 대의 생산시설이 갖춰지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월 한때 프리몬트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재가동되고 있다. 당시 테슬라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공장을 계속 가동하겠다고 해 주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테슬라는 현재 프리몬트 공장 외에도 뉴욕 버팔로,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갖고 있고 독일 베를린에도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다섯 번째 공장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 지난 7월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수소전용 대형트럭 컨셉트카 넵튠이 전시됐다. 넵튠의 차명은 대기의 80%가 수소로 이뤄진 해왕성(Neptune)과 로마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에서 따왔다. ⓒ이기암 기자

하지만 테슬라의 상황이 항상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9월 23일 뉴욕 증시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10.34%나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0)인 일론 머스크가 전날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기술 등을 설명하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미국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날 행사에서 ‘주행 수명 100만 마일 배터리’ 내용이 빠진 것에 대해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이날에 하필 테슬라 전기차에 연동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해 온라인 고객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도 주가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테슬라가 배터리 혁신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 자동차시장 지도를 새로 짜려고 하는 판국에 위기를 느낀 EU가 수소산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향후 자동차 수요가 많은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와 삼성을 비롯해 국내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배터리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2020 배터리 국제포럼’에 많은 기업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전기차업계의 상황은 배터리·부품 소재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의 조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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