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청년예술가로 살아가다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1 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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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지난 7월 북구 명촌동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 3층 스튜디오에서 열 번째 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정해광 포시크루 대표, 박현미 시민기자, 김민경 룬디마틴 리드싱어.

 

박현미 시민가자(이하 사회)=지난해 울산을 빠져나간 인구가 1만2000여 명이 넘었으며 이 가운데 40%가 20대였다. 산업도시로서 대재벌 위주의 공단 도시, 1인당 가구소득이 높았던 부자 도시였던 울산이 이제는 20대 청년이 떠나고 도시 쇠퇴, 지역 슬럼화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울산의 문화예술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래서 울산저널 시민방송 시민포럼 열 번째 이야기로 ‘울산에서 청년예술가로 살아가다’를 주제로 얘기해보려 한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후원을 받아 성장됐다. 울산시에서 예술인을 지원할 때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됐으면 하는 점, 청년예술가들이 울산에서 활동하면서 겪은 좌절과 어려움, 마지막으로 청년예술가가 울산시민과 울산시에 바라는 점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면 좋겠다. ‘포시크루’라는 비보이팀 대표이며 2019년 고래 축재 기획단 조감독으로 축제를 실질적으로 맡아온 정해광 씨와 ‘룬디마틴’이라는 밴드의 리드싱어이며 플러그인이라는 문화공간을 이끌고 있는 김민경 씨를 모셨다. 제15회 고래축제는 새로운 시도와 오랜 기간의 준비 등 많은 얘기가 있었다. 특히 그 지역 장생포초등학생들과 함께 꾸민 고래학교 얘기부터 듣고 싶다.

정 “축제는 타지 사람들 불러오는 매개체”
김 “울산의 문화예술은 열악, 개선이 필요”


정해광 포시크루 비보이팀 대표(이하 정)=고래학교라는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을 기반으로 만들었는데, 초등학교친구들이 자신의 지역(장생포, 고래, 암각화 등)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그것들을 시민들에게 가르쳐주는 형태다. 축제 두 달 전부터 매주 한 번씩 수업을 진행했다. 박물관에서 리허설도 하면서 축제 기간에 시민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친구들이 장생포에 대해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 친구들에게 “고래는 어디에 살아?”라고 질문하면 ‘수족관’이라고 답한다.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고래는 바다에 사는데 친구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봐왔고 알고 있더라.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고래는 바다에 산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김민경 룬디마틴 리드싱어(이하 김)=중·장년부 강사로 고래학교에 참여했다. 우리도 처음에 굉장히 힘들었다. 장생포에 계신 60~70대 어르신 분들이 직접 만든 노래들을 고래축제에서 공연해야 했는데, 어르신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셨다. 그런데 트로트를 같이 불러드리고 하다 보니 유대관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래축제는 그 축제 속에서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인데 이처럼 청년예술가가 주민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문화적으로 어떤 걸 만들어내는 것이 뜻 깊었던 거 같다.
 

사회=하지만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음악과 예술이 아닌 공허함의 놀이마당으로 펼쳐지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
 

김=페스티벌에서는 노래가 빠질 수가 없다. 문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우라든지 개선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예산은 많이 늘어가고 페스티벌은 발전하고 있지만 그 안에 참여하는 예술가들, 청년들에게 개선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뮤지션에게 주차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을 하러 왔는데 주차 문제 때문에 무거운 악기도 운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한 페이 받는 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혹은 2~3년 전에 받았던 것보다 오히려 적게 받는 경우도 있다.
 

=축제는 타지에 있는 사람들을 울산에 불러올 수 있는 큰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그 지역의 고민과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전혀 무시한 채 축제를 진행하다보니 단순한 놀이마당으로 이어왔던 것 같다. 추후에는 이런 부분에 많은 고민들을 해봐야 하고 그럼으로써 청년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지리라 생각한다.
 

사회=현재 20대의 40%가 울산을 떠나고 있다. 청년예술가들이 울산에서 활동하면서 겪은 좌절과 어려움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다.
 

=나는 울산을 벗어난 적이 없다. 초등학교, 중·고, 대학교까지 울산에서 나왔다. 다른 지역에 가보기도 했지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는 곳에서 터를 잡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그래서 울산에서 뭔가 시작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다가 음악으로 바꿨다. 그런데 울산에는 실용음악학원은 많지만 실용음악과가 없어 대학 진학 시 타지로 나갈 수밖에 없다. 타 지역에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울산으로 오고 싶지만 울산의 문화, 예술은 너무 열악하다. 다행인 것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밑바닥부터 할 수 있다고 해서 진짜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울산에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어느 큰 축제의 조감독이나, 페스티벌의 기획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 이후의 청년예술가들한테는 조금 더 나은 문화예술 환경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 “사소한 것들부터 현실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김 “후원하면서 청년들에게 좀 더 여유를 줘야”


=울산에서 비보이를 20년 정도 했다. 학원 운영도 해봤고 여러 가지 춤 활동과 개인 활동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씁쓸한 얘기지만 우리 비보이 팀은 그렇게 오래 됐음에도 20대 중반 친구들이 정말 없다. 그 친구들과 소통해서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올해 울산 스트리트 댄스 협회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대 친구들은 타지로 대학을 가게 돼 있다. 아무리 열심히 키워도 결국 타지에서 생활하고 타지에서 인맥을 만들다보면 울산에 돌아오지 않는 형태가 된다. 울산에 가면 뭘 할 수 있느냐.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느냐.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당하게 얘기를 못했다. 비보이, 울산 스트리트 댄스에 지원되는 부분을 보니 불합리한 경우도 많았다. 학원 개설하려고 하면 무용법을 따라야 한다. 또한 비보이 교육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발레에서 하는 바도 사야 된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친구들에게 ‘울산에서 할 수 있어’라고 당당하게 얘기를 못하겠다. 앞으로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개선해 나가면 우리 친구들이 울산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들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울산에서 문화예술이 블루오션이 되려면 무엇보다 울산 문화예술 생태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전망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따라야 될 텐데, 울산시민과 울산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의회나 센터에서 ‘문화예술에 관한 조례를 잘 만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취지로 예술가들을 많이 부른다. 그런데 가서 보면 1차원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어떤 공간만 있으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보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지속성을 가져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만 치우쳐져 있는 것 같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청년들이 하는 것들은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계속 도전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후원 부분도 청년들에게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주면 어떨까. 사업계획을 하더라도 똑같은 사업계획을 또다시 진행할 수 없는 게 있다. 중앙 같은 경우는 같은 사업을 2년, 3년이나 지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 내 사업은 똑같다고 하면 말이 많다. 똑같은 걸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실수를 좀 더 다듬어서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청년들에 대해 기회 제공이 더 많아져야 한다. 올해 고래축제의 조감독들, 프로젝트 메니저(PM)들이 전부 다 청년예술가들로 구축돼 있었다. 청년들이 어떤 것을 만들고 기획할 때 참신한 것들이 있다. 이번 축제에서 25년 만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켰고 울산에서 가장 트렌드한 축제를 만들었다는 점은 이슈화가 됐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도 15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런 효과들을 단순히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축제나 울산 문화예술 계통에서도 ‘울산청년들이 하면 이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청년예술가들이 울산에서 살아남을 기회를 만들어내려면 조금 더 지속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호흡을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럼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청년들의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들을 듣는 자리는 많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뻗어나가는 모습들은 사실 피부로 많이 느끼지 못한다.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고민해 봐야 하고, 정말 실현될 수 있게끔 후원해준다면 청년들이 많은 참신한 활동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것이 울산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울산은 노동자의 도시다. 문화예술의 측면에서도 공동체 예술이나 연극, 거리예술, 노동자와 시민이 중심이 돼 있다. 공연과 예술형태, 감상 포인트 등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울산만의 문화예술의 블루오션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미래가 고단해도 사람을 위로해주고 한 단계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문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울산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성장하고 돌보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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