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까고 깊이 공감한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2-03-08 00: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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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문학_[독립영화]

1980년대 민주화운동 현장에 최루탄과 농악대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촛불과 문화공연이 있다.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 정윤석)의 밤섬해적단 두 주인공은 명동 재개발 반대 현장에서, 강정마을, 국가보안법, 기독교 문제 등에 예술인으로서 적극 개입하며 흩어지거나 가라앉거나 좌절하는 시위 주체들에게 긍정의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예술적‧사회적 역할을 한다. 그들은 거칠거나 과격하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계획적이고 절차적이며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로서, 의지와 재능을 용감하고 과감하게 개선할 줄 아는 영리한 예술인들이다. 단순히 정치적 의미의 진보가 아니라 기계와 통신의 발달이라는 현대 문물과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멀티 진보주의자들이다. 실제 현장에서 시위의 주체 자격으로 참여해 공감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모종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 포스터

전체 장면은 핸드헬드(Hand Held)의 과장된 흔들림으로 어지럽게 제시된다. 오프닝의 엄청난 쓰레기들은 공연에서 중요 소품이 된다. 쓰레기를 고르는 행위는 밤섬해적단의 정체성이고, 골라낸 쓰레기는 그들이 조롱하는 객체의 정체성이다. 쓰레기들은 무대 위 퍼포먼스 소품으로, 주인공들은 공연 중 이것들을 과격하게 파괴한다. 한 장면이라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의지인 양 롱숏을 왕왕 활용하고, 음악이 있는 장면에서는 비트에 따라 역동적인 편집을 했다. 그 와중에도 비가시(非可視) 편집으로 영상문법을 준수한다. 정렬된 자막을 없앰으로써 화면에 더 집중하게 하고, 화면 가득 큰 글씨들은 장면의 소품처럼 미장센으로 위치한다. 자주 등장하는 타이포들은 일종의 영상 요소다. 강해 보이지만 소소하고 착하며 정의롭기까지 하다.


밤섬해적단 주 멤버는 베이시스트와 드러머 두 명으로, 전위예술을 지향하는 이들의 음악은 무대 전형을 해체한다.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를 없앰으로써 무대를 확장하고, 공연자와 관객이 뒤섞임으로써 그들이 강조하는 contemporary(동시대의 새로운 콘셉트)한 공연이 실현된다.


이들의 음악과 행위예술은 주제와 내용, 전위적이거나 실험적인 방식, 통신과 기기의 발전을 충분히 활용한다. 팟캐스트로 의식을 전파하고 공연장에서 프레젠테이션한다. 땡전뉴스를 패러디해 군부정권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도 시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 소속 밤섬해적단’은 그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유로운지 방증한다. 과장된 가사와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비극적이고 우울한 접근보다 세련됐다.

 

▲ 프로듀서 박정근

21번 트랙인 ‘북괴의 지령’은 무척 흥미롭다. 북한 꼭두각시의 지령이란 아이러니는 제목만으로 흥미와 관심을 집중시킨다. ‘민주당에 투표하기’, ‘김대중 추모하기’, ‘김일성과 김정일 찬양’ 등의 표어는 무거운 주제들을 희화화하고, 국회 앞 ‘여의도 소음 대폭력 FTA 시위’ 현장에서는 유영철, 히틀러, 이명박, 조두순을 묶어 심각한 사회 문제에 유쾌하게 접근하도록 유인한다.


관습이나 규칙 파괴는 설득되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주인공이 주체가 아닌 손님으로서 참여한 ‘서울대 법인화 반대 농성’에서 총장 집무실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반발심을 일으킨다. 예술의 자유를 누리거나 행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빌미로 한 방종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 베이스+보컬 장성건

방종을 일삼기도 하지만 이들은 매 순간 그들만의 음악적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초대받거나 직접 찾아간 시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늘 웃으면서도 거칠지만 그들의 어깨에 놓인 자의적이면서도 타의적인 기대와 역할은 가볍지 않다. 깊이가 어떠하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어떤 말과 태도로 행동하든 분명 그들은 용감하고 창의적인 예술인이자 사회와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젊은 청년들이다. “정당 활동을 한 적이 있냐”며 자유의지에 프레임을 씌워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자기검열의 본을 만들거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제재해서는 안 된다.

 

 

 

▲ 스틸사진

도입부에서 무질서하게 내보내는 자막, “본 영화는 전체적으로 볼륨이 균일하지 못함. 당신의 불편함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편 등을 은유하려는 영화적 시도”가 이 영화 정체성의 모든 것이다. 권력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해체된 이들이 재결합해 예술과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세상의 다양성을 위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민정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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