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쓰기 세 가지 문체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1-12-08 00: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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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아프리카의 케냐는 여러 가지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산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국어로 삼을 수 없어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인도는 민족어 15개에 영어를 더해 모두 16개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한다. 필리핀은 수많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지 못해 스페인어나 영어로 소통한다. 우리는 언어 갈등이 거의 없어 이런 나라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한글전용과 국한혼용을 놓고 무익한 싸움을 벌인다. 한문은 모르고 한자를 숭상하는 쪽이나 토박이말을 너무 사랑하는 쪽이나 모두 일제 식민지교육의 피해자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문명권의 주변부 일본은 공동문어보다 토박이말을 더 사랑하고, 일본어 자체의 결함으로 한자를 빌리지 않으면 문자 생활이 어렵다. 조동일은 도달점을 한글전용으로 잡고, 혼용과 전용을 겸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문에 토를 단 글쓰기, 국한혼용 글쓰기, 국문전용 글쓰기의 세 가지 문체가 공존해야 한다. 한글로만 쓴 글을 국한혼용으로 옮기는 공부도 해야 국어교육이 제대로 된다. 


독일이 공동문어를 민족어로 옮겨온 단계를 살펴보자. 17세기 라이프니츠는 전부 공동문어 라틴어로 글을 쓰고, 18세기 칸트는 독일어로 쓰면서 중요한 용어는 모두 라틴어로 쓰고, 19세기 헤겔에 오면 상당한 정도로 독일어화해서 독일어 구어로부터 새로운 철학 용어를 많이 만들어 전용이 단계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 우리말 속에 공동문어로 이룩한 지식과 지혜가 충분히 녹아들게 해그것을 섭취하도록 언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학술 발표회에서 조동일은 <일본 能(노)의 幽玄(유현)과 한국 탈춤의 신명풀이, 비교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발표했다. 일본학자 田仲一成(타나카잇세이)는 <日本と韓國の神事藝能の比較-中國を媒介にした一考察(일본과 한국의 신사 예능 비교-중국을 매개로 한 작은 고찰)>을 발표했다. 서로 짝이 되는 발표를 해 토론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동일은 아래와 같이 한문이 많이 들어간 토론문을 마련했다. 이런 글은 중국, 일본, 월남의 학자들이 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도 눈으로 의미의 대강을 파악할 수 있어 토론이 가능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로 써야 하는데 번역이 난감해 학문 수준이 저하된다.

<田仲一成,日本と韓國の神事藝能の比較 : 中國を媒介にした一考察에 對한 所見>
(타나카잇세이, 일본과 한국의 신사 예능 비교-중국을 매개로 한 작은 고찰)에 대한 소견

中國의 放浪藝人이 韓國과 日本으로 渡來하고, 放浪藝人의 散樂에서 假面劇을 爲始한 後代의 諸般 藝能이 由來했다는 것을 論議의 前提로 삼았다. 그러나 各國의 放浪藝人은 獨自的으로 形成되고 相互交流했을 可能性이 더 크다. 特定地域에서 每年 一定한 時期에 公演하는 假面劇 等의 民俗劇은 放浪藝能과 相異해 起源을 別途로 探索해야 할 것이다.
中國・韓國・日本 佛敎의 冥界圖에서 放浪藝人을 發見해 資料 擴大에 寄與했다. 放浪藝人이 中國이나 日本에서는 地獄 亡靈의 恐怖를 傳하는데, 韓國에서는 現世에서와 같이 豁達快活한 演戱를 하고 있는 興味로운 事實 發見을 評價한다. 亡靈이 登場하는 演劇이 中國이나 日本에는 存在하고 韓國에는 不在하는 것이 此와 關聯된다는 指摘도 首肯할 만하다. 그러나 差異가 생긴 理由는 解明하지 않았으므로 論議의 發展이 要望된다.
-하략-

우리나라는 신문, 문학, 학술 글쓰기에서 거의 한글전용이 이뤄졌다.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간부에 자리한 우리는 공동문어 한문과 민족어 한글이 상생상극하는 어문생활을 하고 있다. 둘이 만나 수준 높은 문화를 새롭게 창조해온 내력이 유구하다. 우리는 아직도 민족어로 옮겨야 할 공동문어 도서가 넘치도록 많이 남아 있다. 공동문어 한문을 버리면 물려받은 유산이 축소되고, 공동문어를 소중하게 여기는 다른 문명권보다 무식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유튜브 조동일의 문화대학,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을 참고하여)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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