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와 노자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01-30 17: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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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정세기라는 시인이 이런 시를 읊었다.

제목: 대결,
풀밭에 떨어져 있는 총알을 보았다.
풀잎은 생생한데
총알은 녹이 슬어 있었다.
풀잎과 총알 중 누가 더 힘이 센 것일까?
<해님이 누고 간 똥>, (창비).


아이들이 읽는 동시다. 짧은 동시 한 편에 노자 5000언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풀잎은 푸르고, 싱싱하고, 꽃이 피고, 씨앗이 여물고, 이슬을 마셔 빛난다. 총알은 피를 묻히고, 비를 맞아 꺼매지다가 바스라진다. 뿌리가 있고 없고, 살리고 죽이는 데서 승패는 이미 갈라졌다.


더운 날 시원한 물을 마시듯 노자를 벌컥벌컥 마셔버린 아이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 노자를 읽는다. 강한 이빨은 다 빠져도 몰랑한 혀는 끝까지 간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낮은 데로 흐른다(8장). 전쟁터에는 가시덤불이 자란다(30장).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 유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36장). 어릴 때 문학 작품을 읽어 누군지 모르는 노자와 친구하고, 커서는 노자를 읽어 이해 못할 것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물처럼 낮아지기보다 산처럼 높아지려 하고, 전쟁의 폐허 위에 아이들이 죽어가고, 강성대국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가?


문학이니 철학이니 얕잡아보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내팽개친다. 정신을 개발하고 사리를 밝히기보다 호기심을 충족하고 감각을 자극한다. 손때 묻은 기물에 애정을 쏟기보다 새로운 물건을 갈아치워 쓰레기를 양산한다. 플라스틱이 역습하고,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미세먼지가 허파를 죄어온다. 죽어야 다시 살아난다. 문학이 철학이고 철학이 문학인 노자를 읽어 새 길을 찾아야 한다.

노자 76

人之生也柔弱(인지생야유약)하나 : 사람이 살아서는 부드럽고 약하지만,(부드럽고 물렁하나)
其死也堅强(기사야견강)이라 : 그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진다.(굳어 뻣뻣해)
萬物草木之生也柔脆(만물초목지생야유취)하나 : 만물과 초목 같은 것들도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지만,(부드러워 여린데)
其死也枯槁(기사야고고)니라 : 그것이 죽으면 말라 뻣뻣해진다.(말라빠진다.)
故(고)로 堅强者死之徒(견강자사지도)요 :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柔弱者生之徒(유약자생지도)라 :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是以兵强則不勝(시이병강즉불승)하고 : 그래서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2차 대전 때 독일, 일본군이 가장 셌다.)
木强則兵(목강즉병)이라 : 나무가 강하면 도끼를 맞는다.(兵(병)=斤(근),斧(부))
强大處下(강대처하)하고 : 강하고 큰 것은 밑에 놓이고,
柔弱處上(유약처상)하니라 :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인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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