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사진기자의 책무”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2 16: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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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콘텐츠 활용 전문연수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포토 저널리즘의 이해와 실습’ 강의를 하고 있는 고운호 사진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한국기자상, 법조언론상, 1급 특종상, 이달의 법조기자상 등 사진과 관련해 각종 상을 받은 고운호 사진기자. 지난 2016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횡령·직권 남용 혐의, 처가의 강남역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한 수사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검찰청사 안에서 우 전 수석의 팔짱끼고 웃는 모습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던 기자이기도 하다. 당시 우 전 수석의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됐고 이로 인해 해당 언론사에서 정식기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 유명세로 인해 여기저기 사진 강의를 다니게 됐다고 한다. 그에게 사진이란 무엇인지 물었더니 3차원 또는 4차원의 시간이 광학적·기계적·전자적·화학적 과정을 거쳐 2차원 평면으로 전환돼 생성된 독립적 사물,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 때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시각적인 언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울산저널 이기암 기자(이하 이)=모 언론사의 사진기자로 2016년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때 창문 틈 사이로 팔짱 낀 사진을 찍은 기자로 유명세를 타시기도 했다. 사진 강의를 들어보니 사진 하나에 우리가 몰랐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사진을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고운호 사진기자(이하 고)=사진에 워낙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대학도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학부생 시절에 사진을 도구로 나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색, 패턴, 구도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빛’이 정말 중요한데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를 빛이 어디서 비추냐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되고 대상을 돋보이게 할 수도 또는 초라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되고 나서 몸소 경험하게 된 취재 현장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상황도 매번 다르고 변수가 정말 많은데 주어진 환경을 활용해 괜찮은 결과물을 취재하는 게 사진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은 학부시절 교수님께서 서울 사람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여러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사진을 찍는데 부끄러움은 버리라고 말씀하셨고 이를 그대로 이행하기 위해 사람 많은 거리 한 복판에 그냥 드러누워 버린 적이 있었다. 누워서 사람을 보고 사물을 보고 하늘과 세상을 보니 정말 달라보였다. 사진 찍는 각도도 더욱 다양하게 나왔다. 처음엔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에 누워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자주 반복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내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내가 사진기자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던 거 같다.

이=우병우 전 수석의 사진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지난 2016년 우병우 전 수석의 검찰청 내 팔짱 낀 사진을 찍은 기자로 화제가 됐는데 그 얘기를 좀 들어보고 싶다. 전 국민이 분노했었던 사진인데 어떻게 구상하고 찍게 됐나?

고=우 전 수석이 소환돼 조사받던 날, 검찰청 맞은편에서 찍었는데 조사실과 약 330미터 정도 떨어진 건물 옥상위에 올라가 촬영을 했다. 우선 취재를 계획한 다음 평소 알고 지내던 검찰 출입기자에게 정보를 요청해서 우병우 전 수석이 조사받고 있는 층과 호실 정보를 입수했다. 건물 오른쪽부터 1호가 시작된다는 정보를 들었고 카메라 렌즈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면서 천천히 건물을 주시했다. 건물 중간에서 약간 왼쪽의 위치였는데 1118호를 계속 주시했다. 1118호는 우 전 수석 조사를 담당한 특수2부장실이었다. 마침 그 특수2부장실 바로 옆의 부속실 창에 우 전 수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흐릿하게 보였던 우 전 수석의 선명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바로 그 순간.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끼고 있었고 검찰관계자들은 나란히 서 있었다. 소환과정에서 보여준 우 전 수석의 고압적인 자세와 검찰의 저자세. 그 사진을 찍기 위해 공들인 시간은 총 5시간 정도 걸렸지만 초반에 입수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우 전 수석이 있는 장소를 일찍 찾았기 때문에 실제 1시간 안에 모든 촬영을 다 마칠 수 있었다. 또 혹시라도 모를 더 좋을 장면을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당시 현장의 모습이 어땠는지 좀 더 생생하게 알고 싶다. 또 우 전 수석이 검찰에 들어갈 때는 양복차림이었는데 사진을 보니 점퍼를 입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점퍼가 어디서 생긴 건지 궁금했는데?

고=그때 화제가 된 사진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우병우 전 수석이 피곤한 듯 스트레칭을 하면서 검찰 관계자한테 다가가자 검찰 관계자가 갑자기 일어서는 것이 보였고 검찰 구속실을 마치 편안하게 팔짱 낀 상태로 돌아다니면서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었다. 이 모습이 과연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우 전 수석이 서 있는 상황에서 검찰관계자들은 5분 정도 앉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그때 우 전 수석과 검찰관계자들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진을 찍게 됐다. 그리고 처음 우 전 수석이 검찰청에 들어갈 때 양복차림이었는데 사진에는 점퍼를 하나 입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그때 생각으로는 당시 검찰에서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닌 가 추정했다. 또 하나 관심이 집중된 사진이 있었는데 바로 우 전 수석의 변호사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검찰청 밖에서는 시민들이 분노로 가득해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현장에서 그 모습(우 전 수석의 변호사가 활짝 웃는 모습)을 직접 봤을 때 분노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대한 마음을 절제했고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그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얼마나 셔터를 눌렀나? 그리고 다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계속 기다렸는지?

고=처음 셔터를 누르고 난 이후로도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조사실과 부속실을 향해 카메라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우 전 수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빛만 스쳐도 셔터를 눌러댔던 사진만 900장정도 됐던 걸로 안다.

이=밤늦은 시간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많았을 텐데?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도 있었지만 그 보다 오래 한 자리에 있으니 몸이 점점 얼어붙는 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밤 8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있었으니 꽤 긴 시간을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애로점이 있었는데 마감시간에 맞춰 사진을 송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려 5시간 동안 900여 컷을 찍었지만 쓸 만한 것은 100여장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많이 찍었는데, 일단 두 장만 골라서 송고했다. 다음날 우리 신문 말고는 타 신문에 이 사진이 실리지 못했던 걸로 안다.

이=역시 기다림 속에는 큰 결과물로 보답이 되는 거 같다. 그럼 사진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포괄적인 질문이긴 한데 하나하나 설명해본다면, 먼저 광고사진은 판매상품의 매력을 최대한 어필해서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 구매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예술사진은 독창적이고 주관적인 작가의 생각을 사진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많은 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부분인데 보도사진의 경우엔 사실기록을 바탕으로 정확한 내용 전달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과도한 포토샵이나 합성 등 사진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실제 어떤 사진을 과도하게 밝게 포토샵을 해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독자에게 현장의 생생함을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사진이기에 사진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 사진은 뉴스의 흐름을 팔로우업 해 취재해야 하는 시의성도 있어야 하고 사진기자의 심미안으로 독자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창의성도 가져야 한다. 보도사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사를 기록하고 사회현상을 설명하며 부당함을 고발해 독자에게 감동과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을 인위적으로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확 와 닿는다. 기술적으로 사진을 잘 찍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고=일단, 흔들리지 않게 촬영하려면 충분한 빛과 바른 자세가 필수다. 빛이 부족한 야간이나 실내일수록 사진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가 몸에서 멀어질수록 사진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숨을 참거나 벽이나 나무 등에 몸을 기대는 등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밖에 저속셔터와 고속셔터의 효과 및 노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셔터스피드를 1/60초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촬영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나 커플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된다. 아이의 경우 나중에 부모님이 초상권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또 그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될 곳에서 사진이 찍힌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의 경우 반드시 같이 있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찍는 것이 좋다. 또 커플의 경우도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불륜으로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항상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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