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울산시청 구내식당(태화강홀)을 지켜온 최성필 영양사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01-02 16: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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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필 영양사는 사람들이 전부 식사한 후에야 식당 직원들은 밥을 먹는다고 한다.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울산시청 직원식당(태화강홀)을 30년 동안 맡아온 최성필 영양사. 강산이 변해도 세 번이나 변했을 법한 긴 시간동안 시청 구내식당을 지켜오다 보니 이제는 한번만 살짝 보기만 해도 공무원인지 아닌지 알아차린다고 한다. 본지 기자가 이 식당을 처음 찾고난 후 얼마 안 됐을 때 조심스레 인터뷰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 후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매일같이 점심때면 서로 인사하면서 지내오고 있었다. 그러다 2019년이 가고 2020년이 다가오자, 이번에 다시 한번 신년인사차 인터뷰요청을 해봤다. 결국엔 "저번에 한 번 거절했는데, 이번에는 또 거절 못하겠네요~"라며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항상 큰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주는 최성필 영양사. 3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곳을 지키면서 울산시청 직원식당(태화강홀)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애기를 들어봤다.


Q. 1990년부터 근 30년 가까이 시청 직원식당을 맡아오셨는데?

정확히 1990년 10월부터 근무를 했으니까 여기서 일한 지는 거의 30년 됐다. 현재 이곳은 옛날에는 세무서자리였고 당시 시청 구내식당은 의사당 바로 옆에 있었다. 그 사이에는 복개천이 있었고. 그러다가 옛날 구내식당 건물을 허물게 됐고, 이곳을 식당으로 쓰게 됐다. 아무래도 시청구내식당이다 보니 대부분 공무원들이 식사하러 많이 찾는다. 30년 세월동안 오래 일하다보니 이제는 얼굴만 봐도 공무원인지 아닌지 안다. 또 같은 공무원이라도 새로 발령돼 온 공무원인지, 신규공무원들인지도 알아차린다. (웃음)

Q. 옛날과 지금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음식의 변화다. 옛날에는 음식의 맛이 중요해 ‘이 음식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했다. 대량의 음식을 하다 보니,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게 중요했던 거다. 하지만 세월이 점점 흐르고 웰빙시대가 도래하면서, 맛도 중요하지만 건강도 함께 챙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저염이면서 저당으로 또 저지방으로 가야 되는, 몸에 좋은 걸로 계속 바뀌고 있다. 성인병등 건강을 생각하다보니 설탕을 쓰는 대신에 야채를 당화로 전환시키는 조리법을 많이 쓰고 있다. 레시피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렵겠지만, 1년 365일 동안 아주 똑같은 레시피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래일하다보니 나만의 규칙을 정해놓았다. 모든 사람들의 식사가 다 끝난 후에 그제서야 직원들이 식사를 한다. 왜 음식이란 게, (특별히 맛이 없지 않고는)따뜻할 때는 어떤 음식이든 맛이 있게 마련이다. 진정 그 음식의 맛을 알려면 식었을 때 먹어봐야 하는 것이다. 집에서도 엄마들이 밥을 가장 늦게 먹는 거랑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우리 직원들이 음식맛을 제대로 알아야 점점 더 레시피도 다양하게 할 수 있고, 음식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본다.

Q. 오래일하셔서 이곳이 집처럼 편할 텐데, 그럼에도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

역시 가장 힘든 점은 민원인 상대다. 주변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시청구내식당의 일반인 출입금지 조치가 2014년 4월부터 시행됐다. 그걸 모르고 찾아오는 일반인들이 있다. 최대한 설명을 하고 타일러서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자꾸 밥을 드시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 한 사람, 한사람 민원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말 노력한다. 서로 언성 높이고 청원경찰까지 부르게 되면 나도 기분이 썩 좋지 않고, 그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원래는 바로 청원경찰을 통해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지가 벌써 5년이 되어 가는데 왜 아직도 찾아오시는 걸까 생각해봤다. 가끔씩 시청에서 시민아카데미가 열리는데, 그때 어르신들이 우르르 오셔서 시청에서 밥을 먹고 나서는 ‘시청에서 밥을 주더라’고 얘기를 한다고 한다. 시민아카데미에 참여해야 시청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빼놓고 하는 거다. (웃음) 또 어떤 분은 반찬을 담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 분들 사정 하나하나 다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청에 오셔서 맛있게 밥을 먹고 가시는 것까진 좋지만, 그 외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은 최대한 자제해주면 서로 좋지 않겠나. (웃음) 이 외에도 가끔씩 똑같은 음식인데 왜 맛이 바뀌고 달라졌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원래 맛집도 예전에 가서 먹은 맛이랑 또 지금 가서 먹었을 때랑 다른 경우가 있다. 요즘엔 맛집이 많아져서 그런지, 사람 ‘입맛’의 변화시기가 굉장히 짧아진 거 같다. 옛날에 엄마가 해주는 음식들을 지금 먹으면 맛이 예전만큼 안 나는 것과 비슷하다. 음식이 변한 게 아니라 내 입맛이 점점 고급화 되는 것이라고 할까. 나 역시 맛집만 찾아다니다 보면, 전에 갔었던 기존의 음식점들의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쌀과 재료의 품질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레시피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최대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조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2020년 새해가 다가오는데 특별히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곳에 오는 분들 대다수가 공무원이듯이 나도 공무원이다. 한 해 동안 고생하셨고, 우리 울산시청 직원식당(태화강홀)이 사람들의 행복가득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년에 송철호 시장님께서 시청 내 소외 돼 있는 현장의 직렬들을 많이 생각해주신 걸로 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음식만 잘 조리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하면 그걸로 만족했었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좀 더 욕심이 생기더라. 소외직렬들의 처우개선이 잘 이뤄질수록 그에 대한 시너지효과도 많이 발생하리라 본다. 또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영양사의 업무적인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지금도 인정을 잘 해주는 것 같아 좋지만, 앞으로도 ‘이 사람이 영양사로서 전문적이고 책임감있게 하고 있구나’라고 믿고 맡겨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 같다. 태화강홀을 찾는 많은 분들도 2020년 경자년 새해에는 이루고자 하는 일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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