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임금체불의 이유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2-14 16: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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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왼쪽부터 한익길 조선3사 하도급 갑질피해하청업체 대책위 대표, 박현미 시민기자, 이형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


박현미 울산저널 시민기자(이하 사회)=지난 4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 중 2000여 명이 월급날을 앞두고 작업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인즉슨 월급날인 10일 이전에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기성금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그 돈으로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데,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들에게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 기성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임금체불이 되는 건데, 노동자들 역시 월급을 안 준다는데 당연히 작업을 거부하고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현대중공업에서 임금체불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17번째 주제로 반복되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임금체불 이유’ 편을 선정했다. 현대중공업의 사내협력사 임금체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서 조사한 결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이 최근 3년간 월평균 17%~24%로 감소했다. 임금체불의 책임은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착취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으므로 일을 하면 할수록 임금체불과 부도위기의 악순환에 내몰리게 된다고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집회와 시위, 소송 등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사내협력업체의 관계는 물량 도급이 아니라 인력수급관계라고 한다.  


“임금체불 근본원인 사내협력사 착취구조”

한익길 조선3사 하도급 갑질피해하청업체 대책위 대표(이하 한)=현대중공업과 사내협력업체의 관계는 ‘현대중공업은 물량 도급이라고 하지만 협력업체는 물량 도급이 아니라 인력공급업체다’가 핵심 내용이다. 즉, 도급을 위장한 인력파견업이자 불법파견이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 주범이기도 하다. 공사대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먼저 시작하고, 원청의 작업지시에 의해 작업이 이뤄진다. 위장도급이라고 하는 이유는 ‘선 시공 후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도급과정에 이뤄진 모든 과정(견적이나 계약 등)은 원청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또협력사들은 현대중공업의 공사대금 결정에 앞서 실제 투입공수 전부를 보고할 뿐 구체적인 작업실적을 보고하고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작성 보관 중인 품셈을 적용하지 않고 임의로 공사대금을 책정해 일방적으로 허위계약서를 작성한다. 원청에서는 예상한 물량을 협력사와 공사계약 체결 시 적용하지 않고, 임의로 조작한 물량을 적용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불법파견이라고 하는 이유는 위장도급이라고 하는 이유에서 나타나듯이 물량 도급이 아니라 인력 도급이기 때문이다. 모든 작업은 원청의 지시와 관리에 의해 원하청 동일한 작업장에서 하고 있고, 이것이 불법파견이라는 증거다. 위험의 외주화라고 불리는 이유는 협력업체는 원청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일을 하지만, 원청은 쉽고 편한 일을 하고 위험하고 힘들고 급한 일은 사내협력사가 전부 하기 때문이다.
 

사회=‘선 시공, 후 계약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한=ERP(E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은 자금 회계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자원과 업무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 소통하도록 하는 전산시스템이다. 2006년부터 조선소 3사가 동일하게 적용해서 쓰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에서는 이 시스템을 자기들 원청에서만 쓰고 있다. 협력사들은 관리를 못하게 하고 있다. 즉, 실적 입력을 원청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2015년부터 3년간에 걸쳐 소송을 했고, 작년 5월에는 조선 3사를 다 모아서 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 대책위를 만들면서 여러 활동을 하고 또 국감위에서 증언도 했다는데?

“저가수주, 과다수주로 인해 발생한 적자 하청업체에 전가”

한=조선 3사가 경기가 초호황기일 때 경쟁적으로 저가수주, 과다수주를 행했고 거기서 발생하는 초과비용, 즉 적자를 하청업체들에게 전가시키면서 이러한 사태(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했다. 2015년 11월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가장 먼저 찾아갔다. 부산의 공정위를 찾아가니 직원이 4명이었는데 그 4명이 부산 울산 경남의 제조업 전체를 관리한다고 하더라. 그때 부산 공정위 소장이 우리에게 했던 말이 “이 인원으로는 조사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한다”며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할 권한도 없고 힘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울 공정위를 찾아가니 거기서는 또 “부산 일을 왜 가져오느냐”고 하더라. 또 세종시 본부로 가니까 거기서도 못 받아준다고 하더라. 다행히 대표 중 한 명이 청와대에 파견 나가 있어서 우리가 어렵게 힘을 쓴 결과 공정위에서 면담을 잡아주더라. 그때도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 “이건 해봤자 우리가 아무 힘이 없기 때문에 못한다”고. 결국 소송을 검토하자고 해 소송에 들어갔다. 그런데 판사, 검사들은 공직을 그만둔 후 가장 좋은 코스가 대형 로펌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대형 로펌의 가장 큰 고객이 대기업이라 대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온갖 자료를 제출하고 내부고발서를 넣어도 판사들이 하는 말은 “계약을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그 계약서(총 388개의 계약서) 조목을 하나하나 따졌고, 이 계약서의 80% 이상은 뭔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3년 치 일했던 것을 엑셀로 정리해 다 풀어보니 ‘정말 우리가 했던 일’과 ‘계약서’와는 차이가 많았다. 이렇게 계속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조선 3사(대우, 삼성, 현대)의 45개 업체를 모아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니깐 그제서야 국회와 정부에서 조금은 알아주더라. 공정위에서 작년 10월 1일 가장 먼저 현대중공업에 대해 직권조사를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들어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공정위가 발표해주면 그 발표한 걸 근거로 해서 자기 법에 위반되는 것을 발표해주겠다고 돼 있는 상태다. 원래 공정위에서는 2019년 6월 30일까지는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8월 말로 두 달 연장됐다가 또다시 10월 말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12월 6일 언론을 통해 연말 안에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공정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현대중공업 등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 및 한국조선해양 등의 조사방해와 관련한 안건에 대해 심의하고 제재 결정을 내렸다고 밝힘). 


사회=2015~2018년 국감 자료를보면 현대중공업에서만 223개 하청업체가 폐업했다. 2016년 구조조정 이후 사내하청 임금이 17% 이상 삭감됐는데, 왜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지지 않는가?
 

이형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사무장(이하 이)=하청 노조가 설립된 지 16년이 지났다. 지난 16년 동안 조합원을 늘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조합원을 늘리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노조 설립 초기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노조 조합원이 속한 업체를 모두 다 폐업시켜버리고, 노조 가입 노동자들에게는 블랙리스트를 걸어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삼성중공업까지 취업을 막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분들도 노동조합 하면 블랙리스트의 공포가 생각나는 상황이었다. 노동자들뿐 아니라 업체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들이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지금까지 막고 있고, 하청노동자들이 뭉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도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함에도 하청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대세 흐름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초창기 2003년 때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포 등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힘든 와중에 이룩한 성과가 있다면?

“하청노조의 큰 성과는 원청의 블랙리스트 중단시킨 것”

이=가장 먼저, 2017년에 우리가 성내삼거리 교각에 올라 고공농성을 7일간 진행했다. 그 이후에 내려오면서 소위 ‘블랙리스트’를 없애자는 것을 원청과 협의하고 업체에 복직하는 것으로 해서 농성을 정리했다. 그 결과, 2017년 7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원청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출입증을 제한하는 블랙리스트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하청노동조합이 계속 투쟁해오면서 이룬 큰 성과 중 하나가 원청의 블랙리스트를 중단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하청 노조가 대중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건 위험의 외주화 문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관련된 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의 활동이 사회에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다. 우리의 노력이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의 개선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최근에 김용균 노동자를 비롯해 이야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이 필요하다.
 

한=공정위에다 한마디 하겠다. 공정위는 원래 대한민국이 공정사회가 될 수 있도록 중,소, 대기업간에 공정한 룰을 지키는 것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공정위는 대기업의 대변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 같다. 공정위는 올해 초 대우조선 해양의 공정 하도급 갑질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고, 그 후 조선 3사에 대해 실시한 직권조사에 대해 2019년 상반기 중으로 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한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현대중공업은 대기업 갑질, 하도급 갑질 등으로 임금체불 등을 일삼고 있으며 하청노동자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 현재도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내협력사 대표가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일도 발생했다. 더 많은 하청업체 대표들이 희생되기 전에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직권조사 발표를 미루지 말고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이=1년 가까이 현대중공업 2000~3000명의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 고질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10월 10일에도 2000여 명의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 적게는 20%, 많게는 40~50%까지 체불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임금체불의 근본적 원인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저가수주나 부실수주의 손실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이다. 또 그 이유는 정몽준, 정기선으로 이어지는 재벌세습, 그리고 자금확보를 위한 것 때문에 발생된다고 본다. 더 이상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생계에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원청은 적정한 기성금을 하청업체에 보장해야 하고 하청업체는 하청노동들의 임금과 4대보험이 체불·체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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