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와 광주형 일자리

박준석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19-01-30 16: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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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양 노총의 대표를 만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1월 28일 민주노총은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10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지만 어떤 결정도 못 하고 원점부터 재논의하기로 해 사실상의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은 자산 소득이 없고 오로지 임금 소득 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더 절실하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하나가 단체교섭권이다. 노동자들은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와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면 자본은 그 비용 때문에 교섭 자체를 꺼린다. 법적으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고, 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뿐만 아니라 노조가 합법적으로 단체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이 교섭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본을 상대로 한 경제적 직접임금 교섭이든 정부를 상대로 한 정치적 사회제도적 간접임금 교섭이든 둘 다 필요하다. 노조가 없는 90%의 대다수 사업장의 자본가와 노정교섭의 의무가 없는 정부와의 교섭은 강제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교섭할 힘을 갖춘 노동자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교섭할 창구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이유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경험한 것처럼 경사노위가 알리바이용 공청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탄력근로시간제나 최저임금 개악에 대해 정부가 자본의 입장을 받아들이려는 데서 불신이 깊어졌다. 대화는 형식이고, 민주노총이 반대하더라도 국회에서 개악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과 다를 바 없이 또 들러리만 선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공정한 중립적 위치에서 노사를 중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자본 편향이라고 보고 있기에 노정교섭이나 노사교섭보다도 노사정위원회가 불편하다. 마치 2:1로 권투를 하는 링에 올라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하자면서 노조가 반대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충분한 대화도 없이 강행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제조기술 진입장벽이 없는 전기차 생산은 중국이나 동남아국가가 가격경쟁력만으로 앞설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임금을 지금보다 10분의 1인 동남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가? 선진국은 전기차를 사람이 필요 없는 스마트공장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스마트공장과 인건비 경쟁을 할 수 없다. GM은 부가가치가 낮은 전기차 제조업 시대를 예측하고 자동차 완성차 제조 공정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있다. 올해에도 해외공장 2개와 영업이익이 높은 미국 내 2개 공장도 추가 폐쇄한다고 한다. 미래는 완성차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과 스마트화로 나타나는 생산력 때문에 제조업의 일자리를 늘이기보다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아디다스가 인도네시아에 있던 신발 공장을 독일로 리쇼어링한 것은 신발 제조 공정의 일자리 확대와는 관련이 없다. 세계 자동차 공장은 과잉 상태다. 외국에 나가 있는 미국 공장, 유럽 공장, 중국 공장, 인도 공장 중 어느 공장을 문 닫고 광주형 일자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인가? 어떤 근거로 자동차산업 전체의 위험을 가속화시키는 데 막대한 돈을 퍼붓는다는 말인가?
광주형 일자리와 자동차산업은 사회적 대화의 예외 대상인가? 정부는 사회적 대화가 노동법 개악을 위한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박준석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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