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품는 씨앗동아리” 철새 둥지

김선유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3 16: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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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철새 둥지 진소연 대표, 문선남 마을활동가, 황미진, 손동혁 삼호중 교사. ⓒ김선유 기자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철새 둥지는 삼호마을의 마을활동가들과 삼호중학교 교사들이 뜻을 모아 만든 씨앗동아리다. 철새 둥지라는 이름은 삼호마을이 삶의 모험과 도전의 시작이자 힘들 때는 언제든지 와서 지친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포근한 장소이길 바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철새 둥지 동아리 회원들은 2020년 한 해 동안 마을교육공동체를 이해하고 마을과 학교를 서로 이어줄 수 있는 이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삼호마을과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생태와 환경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확산돼 대면 수업이 어려워지자 줌(ZOOM)을 통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교육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철새 둥지는 삼호중학교 교사 4명, 삼호마을 주민협의체 위원 및 마을활동가 4명 등 총 8명의 회원이 동아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철새 둥지의 진소연 대표, 문선남 마을활동가, 황미진, 손동혁 삼호중 교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 10월 31일, 마을축제 전시 및 와와공원 미션 탐방.


Q1. 철새 둥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철새 둥지는 생태 환경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삼호중학교 교사들과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어 하는 마을활동가들이 만나서 시작했다. 삼호마을은 현재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주택가의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반면 젊은 세대는 서서히 마을을 떠나 비교적 낙후한 동네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현재 삼호동은 남구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태화강, 삼호산을 배경으로 철새 홍보관이 들어섰으며 와와공원 주변에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도서관, 와와커뮤니티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삼호동 주민협의체 위원장을 비롯한 마을활동가들은 마을의 변화에 학교도 함께하기를 바랐다. 삼호동은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주민협의체가 꾸려져 사전모임을 하고 있었다. 주민공모사업으로 마을축제, 골목정원 조성 등을 진행했고 주민역량강화사업으로 바리스타, 요리 수업 등을 진행했다. 마을활동가들은 마을과 학교를 연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도시재생 전문 마을활동가부터 학교와 연결됐다. 울산시교육청 찾아가는 지속가능발전 교육 강사로 수업을 다니며 생태 환경 교육에 마을의 자원을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다. 다행히 학교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삼호중학교에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2020년 4월에 마을활동가 4명, 삼호중학교 교사 3명 등 7명이 모여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첫 모임을 6월에 했다.  

 

▲ ‘우리 마을 소개하기’ 융합 프로젝트


Q2. 동아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삼호중학교 교사 4명, 삼호마을 주민협의체 위원 및 마을활동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마을교육공동체 연구 세미나, 마을교육과정 개발, 마을축제 참여 세 개의 줄기로 운영이 된다. 삶과 연계된 교육과정 혁신,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 마련을 위한 활동들을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지원해 주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이 주축이 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그램 진행 시 필요한 부분들은 다른 교사와 여러 마을주민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는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주로 생태와 환경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교사들은 교육에 의미를 두고 교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생들에게 생태, 마을환경을 알아보는 수업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마을활동가들은 학생들에게 마을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마을과 관련해 마을을 소개하거나 특색이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지금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 8월 10일 학교에서 만나는 우리마을 이야기.


Q3. 동아리 이름 ‘철새 둥지’의 뜻은?
철새 둥지 대표가 삼호중학교 졸업생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던 와중에 울산시교육청에 임용돼 다시 마을로 돌아와 보니 학창 시절 입시 경쟁에서 지나친 피로감을 느끼며 외로웠던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던 학교와 동네가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며 고된 여행에 쉼터가 돼 주는 철새들의 둥지처럼 느껴졌다. 내 고향, 우리 마을은 삶의 모험과 도전의 시작이자 힘들 때 언제든지 와서 지친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포근한 장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 마을의 상징을 담고 싶었다. 둥지는 새들에게 집의 역할을 하면서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마을에 대한 행복한 기억과 따뜻한 애착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철새 둥지라고 이름을 지었다. 울산 사람들이 태화강에 날아드는 백로와 떼까마귀를 반가워하는 것처럼 학교와 마을이 늘 자리를 지키며 우리 아이들을 반기고 싶다. 무엇보다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둥지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우리는 생태와 환경에 관련해 주제를 잡았다. 삼호중학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태자원이 태화강, 십리대숲 등이다. 철새 둥지라는 이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6~7월 마을교육공동체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 회의.


Q4. 철새 둥지의 목표는?
새롭게 가꿔지는 마을의 둥지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며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감이 긍정적 자아 형성과 학습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철새 둥지의 목표는 마을에 대해 알고 선생님, 친구,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마을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삶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미래 역량을 갖춘 실천적 시민을 양성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소통을 통해 보다 민주적인 학교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마을과 학교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함께 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철새 둥지가 그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올해에도 생태, 환경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Q5.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자유학년제 교과 성취기준과 연계해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다양한 수업 활동을 진행했다. 6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알아보고 연구하는 토론 등 세미나 형태의 활동을 진행했다. 1학기 초에는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말에는 철새 홍보관 관장과 마을활동가들을 학교로 초청해 우리 마을의 생물다양성, 태화강 생태 환경 보전의 역사를 직접 이야기로 듣고 울산을 상징하는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학기 때는 한문, 과학, 영어 교과를 융합해 ‘우리 마을 소개하기’를 주제로 한 교과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학 시간에는 ‘우리 마을의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마을 근처 장소(태화강, 문수구장, 무거천, 태화강 생태관 등)를 방문해 생물종을 조사했다. 한반도 생물다양성 홈페이지를 통해 생물분류체계를 살펴보고 생물 분류 카드를 제작했다. 한문 시간에는 삼호동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함께 보고 마을 지명과 관련이 있는 한자어에 대해 알아봤다. 이어서 과학 시간에 ‘삼호마을 개발 이야기’라는 주제로 무거 삼호지구 및 태화강 국가정원 개발이 환경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을 진행했다. 한문과 과학 시간에 우리 마을에 대해 알아본 내용을 바탕으로 영어 시간에 우리 마을을 소개하는 UCC와 리플렛을 제작하고 영어로 발표했다. 10월에는 학급행사 및 사제동행 프로그램으로 마을과 관련한 추억의 장소를 소개하고 ‘떼까마귀 놀던 곳에 백로야 놀자’라는 주제로 진행된 마을축제에 와와공원 미션 탐방 및 자유학년제 교육과정 발표회 형태로 학교 단위에서 소규모로 참여했다. 특히 와와공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제작한 작품으로 전시회도 진행했다. 동아리 협의회 토론 모임은 대면 모임 3회, 줌을 통한 비대면 모임 1회 등 총 4회 진행했다.

Q6. 주변의 반응은?
우선 참여하는 아이들이 행복해했다. 아이들은 지도상에서 우리 학교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삼호 지명의 한자는 어떻게 되는지, 매년 날아오는 철새의 생물분류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친구들과 함께 알아가면서 수업에 즐겁게 참여했다. 요즘 아이들은 함께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을 좋아한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우포늪이나 지리산 국립공원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태화강을 소재로 수업할 때 더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 발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라고 할 때 우리 마을의 과거와 현재의 개발 사업들을 살펴보면서 마을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활동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일 수 있다. 또한 1년 동안 수업한 결과물들을 직접 들고 나가 마을축제에서 어른들에게 소개하고 친구들과 마을 탐방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너무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학교 입학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우리 아이가 학교 가는 거를 너무 좋아한다고 하던 학부모님과의 통화가 기억이 남는다. 마을주민들은 학교가 마을로 나오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반겼다. 마을축제에 밝은 아이들의 미소가 채워지니 마을 전체가 그 에너지를 받아 살아나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들여다보고 대견히 여기며 학교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교사들에게 새로운 시도와 활동을 한다는 것은 추가로 업무를 더 하는 것과 같다. 수업과 공문 처리를 하다 보면 자투리 시간이 없고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을 때가 많다. 동아리나 연구회 활동을 함께하자고 하면 이미 너무 지쳐서 에너지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다. 하지만 철새 둥지 동아리 선생님들의 활동 마무리 회의는 ‘힘들었다’는 말보다 ‘올 한 해 너무 좋았다’, ‘아이들과 행복했다’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교사의 주 업무인 수업, 학급 운영에 마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수업과 학급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사 간의 교류도 활발해졌고 교사들도 함께 성장하면서 뿌듯함도 느낀 것 같다.

Q7.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올해에는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등을 기획할 계획이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공부는 꾸준히 해나가면서 마을교육과정을 좀 더 확대하고자 한다. 마을에 관해 알아가는 교과 융합 수업을 보다 확대해 체계적으로 재구성해 볼 것이다. 생태 환경과 관련된 학급둥지활동도 이어질 것 같다. 덧붙여 기존에 학교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교폭력 캠페인, 환경 정화 활동을 마을에서 함께 해보고자 한다.

Q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상적인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사와 마을활동가의 모임인 철새 둥지 마을씨앗동아리에서 완벽하게 실현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해에 동아리가 사라지면 마을 관련 프로그램은 함께 소멸되기 때문이다. 마을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체제가 필요하다. 방과후에도 아이들이 여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청소년 센터나 언제든지 누구나 수업이나 모임을 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 교사로 학교의 아이들을 위해 에너지를 다 쓰고 집으로 돌아가면 내 자식들은 방치하게 되는 상황에서 마음의 괴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 그것은 교사여서가 아니라 다른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이 느끼는 공통된 괴로움일 것이다. 마을에서 내 아이가 충분히 즐겁게 놀고 배울 수 있어 부모들은 직업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그런 이상적인 마을교육공동체가 우리 삼호마을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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