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가족에게 더 많은 관심 가져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2-27 16: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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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희 울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잇따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부정하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후손 찾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정영희 울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지금도 가슴 속에 응어리를 안고 있는 90대 어르신들이 이번 징용배상판결을 보고 마음속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씻겨나가게 됐다”며 “전국의 많은 징용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Q. ‘겨레하나’ 울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겨레하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겨레하나는 2004년 남북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평화통일 시민단체다. 올해 창립 15년째로 서울, 인천, 파주, 대전충남, 전북, 광주전남, 대구경북, 경남, 울산, 부산 등 10개 지역과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 등 사업본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와 강제징용 사죄배상 특별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북녘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빵, 콩우유, 항생제 등을 지원했고, 조선요리 100선 공동 제작, 남사당 공연 등의 문화예술 교류와 남북 학술토론회, 남북 대학생대회 등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 남북의 만남을 만들어 왔다.

Q. 지난 12일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보고 토론회가 열렸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의 의미와 추진 경과에 대해 얘기해 달라.

건립의 의미는 소녀상이 세워진 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징용 노동자상이 눈앞에 보여야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해결하려는 노력이 눈앞에 보인다는 것이다. 기록비가 있어야 그걸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겨레하나에서는 2015년부터 강제징용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의미로, 일본 역사기행부터 시작했다. 종이쪽지 하나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재일동포나 일본의 강제징용 전문가를 만났고, 그 시점에 일본 교토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합의해서 징용 노동자상을 세우게 됐다. 그 후 2017년도에는 서울에, 2018년도엔 부산에 징용 노동자상을 세우게 됐다.

Q.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울산에 건립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다행히 첫 출발이 좋았다. 지난 2018년도에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상 건립이 결정됐다. 민주노총이 3월에 결정을 하고 8월에 한국노총에 제안했는데 한국노총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힘이 붙으면서 18개 단체가 동의해주고 지방자치단체의 장들, 교육감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아마 겨레하나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 상을 세우지 못했을 거다.

Q. 강제징용 피해자 후손 찾기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우리가 징용 피해자와 후손 찾기 사업을 책임지겠다고 하고 민주노총과 같이 손잡고 하게됐다. 지난해 6월부터 포스터를 만들어서 민주노총 사업장마다 붙여놨는데 그걸 보고 연락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징용 피해자 현황은 사실 ‘울산지역의 징용 피해자가 얼마다’라고 인터넷에 치거나 어디 문의하면 나오는 것이 없다. 우리가 추적을 하다 보니 국가기록원에 울산(울산군,울주군)이 본적인 명부가 전체 22만 개 중 6000개가 있는 걸 알았다. 명부를 일일이 다 엑셀로 정리했다. 일부는 본적이 드러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울산군 울산읍 성안리 이런 식이다. 실제 농소에서 언양, 남창, 울산읍내, 용연동, 삼남 등 지명이 본적인 사람이 들어있다. 그렇게 6000명의 명부를 다 정리해서 그 안에 본적을 일일이 다 넣었다. 이젠 주소도 상세히 나와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누가 갔다 왔는지, 이런 것들을 실명으로 다 알 수가 있는 거다. 이런 명부가 동사무소마다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이런 명부가 있지 않으면 강제징용 피해 기록은 정말 먼 곳에 있는 기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Q. 일제강점기 시절, 울산의 강제징용 피해자 현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일제강점기 당시 울산시 인구가 15만 명이 안 되는데, 명부만 6000명이면 16세부터 30~40대 성인 인구를 한참 일할 수 있는 성년으로 봤을 때 두세 명중에 한 명이 징용을 갔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도 당시 공업지대였던 함경도, 평안도 등으로 징용을 가는 경우가 있다. 울산 내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삼산 지금 남구청 뒤쪽에 비행장이 있었다. 경남지역으로도 고등학생들이 동원됐다. 그런데 이런 건 기록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실제 그런 증언이 있다. 울산 남창, 그 쪽 온양면에서 징용 당한 분이 32세에 사할린으로 갔는데, 실제 한 집에 남자 한 명씩 가야 된다고 해서 간 거라고 한다. 그 시기에 우리 울산 사람들도 한 집 건너 혹은 집집마다 한 명씩 징용을 갔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고, 이건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의 문제인데 이런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Q. 징용 피해자들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2005~2008년도에 국가에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준 적이 있다. 징용 피해자 중 15만 명이 신고를 했고 그중 3만8000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신고한다고 다 인정받는 건 아니었다. 그럼 울산에서도 신고한 사람이 있을 거 아닌가? 우리 자료에 보면 울산에 사는 2127명이 신고를 한 거다. 2127명 중에서도 울산이 본적인 사람은 몇 명인지 알아보니까 1800여 명 정도 되더라. 그래서 1800여 명이 간 곳만 좀 알려 달라 했더니 그 중에 일본이 제일 많았다. 그래서 실제 일본 가서 직접 피해자를 만나보면 그 분을 통해 또 다른 정보를 듣게 된다. 우린 징용 피해자 중에 울산에 생존자가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관련 부서에 문의하면 개인정보라 개인에게 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서류는 안 되고 구두로만 연락을 받게 됐다. 2017년도에 물어봤을 때, 울산시에 생존하신 분이 총 55명이었고 2018년도에는 45명이었다. 울산지역에 45명이나 살아있는데 이 분들에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주는 게 뭐가 있겠나. 이 45분의 증언담도 나올 수 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징용 피해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 바가 없다. 징용을 다녀온 대다수의 사람은 관련된 기록을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우리가 상담하는 많은 분들 중 ‘우리 할아버지 다녀왔는데, 우리 아버지 다녀왔는데’하는데 이걸 증명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피해자 구제 지원 활동을 그 어디도 하는 곳이 없다. 특히, 생존 피해자의 경우는 반드시 구술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엔 45명의 구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점점 적어질 것 아닌가.

Q. 강제징용 피해자와 후손 찾기를 하면서 울산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는 두 가지 정도를 요구한다. 울산시가 학술용역을 해줬으면 좋겠다. 다른 지자체는 자기 지역의 징용 피해를 연구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우리 울산은 없다. 또 두 번째는 조례를 만들어서, 피해자 구제 지원 활동도 하고, 관련된 가족에 관한 상담도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내년에는 꼭 울산시의 이름으로 실태조사를 했으면 좋겠다. 또 지금 생존해 계신 어르신한테 위로문 하나만 보내주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나. 울산시에 살고 계신데도 편지 한 통 안 보내지 않느냐. 지난 토론회 때 이 분들 사례를 발표했는데, 이 분들 중 상당수가 울산이 본적인 분들이 많았다. 이런 분들의 얘기를 그날 발표를 하니 사람들이 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또 그동안 우리가 구술했던 자료, 그리고 명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서 누구든지 글자 하나만 치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징용과 관련된 곳에 대한 역사기행과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그동안 강제징용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강제징용도 중요한 역사중 하나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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