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삶 ‘여행의 이유’ (2)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7-09 16: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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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왼쪽부터 여행교육활동가 남교용 씨, 양산창조학교 졸업생 노민준 씨, 박현미 시민기자, 정다민, 손리현 양산창조학교 졸업생 ⓒ이종호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울산저널 시민포럼에서는 ‘남과는 다른 삶’이란 주제로 그 중 여행에 집중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여행의 이유, 여행의 스타일, 여행을 가기 전과 다녀온 후 변화된 점을 중심으로 얘기해보려 한다. 이러한 여행 얘기를 남과는 다르게 풀어줄 거란 기대를 하고 모셨다. 여행교육활동가 꾸미 남교용씨, 양산창조학교 졸업동기생인 정다민, 손리현, 노민준 학생과 이야기 나눠봤다. 지난주에 이어 2부얘기를 전한다.

 

손리현 학생(이하 손)=여행 1년차부터는 사람들과 거리감이 좀 있었는데, 2년차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다. 어떤 집을 화실로 만들자고 하면서 대화가 이어진 거다. 애들이 놀러 와서 그림도 그리고 이것저것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또 나는 어떤 학교를 가고 싶은지, 다른 친구는 어딜 가고 싶은지에 대해 서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됐다.

노민준 학생(이하 노)=산촌유학이라는 것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부터 생겨난 건데.. 내가 소호에서 산촌유학을 하면서 리현이 누나집에 살게 됐고 1년 정도 살다가 엄마보고 이 마을이 너무 좋다고 하니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완전 도심지에서 살다가 산촌으로 와서 살게 됐다.

남교용(이하 남)=조급함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얘기한다. 리현씨나 다민씨 같은 경우 이런 이야기들이 갑자기 어느 순간에 나온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온 것이다. 결국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랄 때 먼가 안하면 애들이 불안해하고, 정신없이 뭔가 쫓기듯 사는 것이 오히려 우리 삶을 더 망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패키지 해외여행을 하다가 가이드가 ‘볼 수 있는 시간 30분 줍니다’라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보라고 하는데, 그게 사실 효율적인지 모르겠다. 사실 가장 비효율적이고, 사람들은 사진만 찍는데 치중하다보니 막상 갔다오면 뭘 봤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여행은 또 하나의 인문학성찰인데, 한국은 여행을 소비문화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현미 시민기자(이하 박)=사람들이 현실의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여행만큼은 편하게 가고 싶은 것이다. 좋은 좌석 에 호텔도 깨끗하고, 예쁜 경치에서 하루 세끼 다 해주고, 손가락 까딱 안하고 편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거 같다. 뭔가를 생각하기 싫은 거 아닐까.

남=그게 여행증후군이다. 여행을 인문학적으로 하다보면 여행 다녀오면 집이 더 좋다는 것을 느낀다. 여행을 또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하는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여행 다녀오면 현실의 삶은 만족하지 않으니까 또 가고 싶은 거다. 왜냐? 거기서는 그 누구도 자신한테 아무 말도 안하니깐.

박=여행지중 어디가 젤 좋았나 물었을 때 한국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고생했기 때문에 한국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서 그런건지?

정다민 학생(이하 정)=여행을 호화롭게 하는 게 아니다보니 집이 주는 편안함이 있고, 정처 없는 내 집도 아닌 곳에 살다보니 한국이 편하다고 생각한 거 같다. 나중에는 오르빌의 베이스가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더라. 된장찌개를 끓여먹는데 피로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외국인거 같다.

=나도 여행을 자주 가다 보니 사람들이 내게 ‘외국에 살지 그러냐’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내가 있었던 상황들이 너무나도 좋은 것을 느낀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거다. 반면 외국에 나가면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한국이 더 좋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한국의 좋음을 느끼기 위해서 어쩌면 여행을 하는 것 아니겠나 생각한다. 아프리카의 콩고를 다녀왔는데, 가정집초대를 받아 갔더니 우리나라의 길거리 버려져있는 쇼파보다 더 낡은 쇼파를 쓰더라. 물이나 전기도 열악하다. 태국이나 라오스도 마찬가지다. 거기 다녀오면 한국이 너무 편하고 좋다는 걸 느낀다. 상대적 비교지만 다른 문화를 통해 내가 너무 풍족하게 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책을 내셨던데(아이들 길에서 행복을 배우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삶의 호흡이 급했구나’고 다시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결국 얘기를 쭉 들어보니 여행을 길게 잡고, 가서 밥도 해먹고, 우리가 가는 여행이랑 좀 다른 거 같은데?

=네팔의 한 사원을 갔었는데, 그곳에는 화장터라 들어가기 전부터 시체 태우는 냄새가 난다. 보통 패키지여행이나 관광객들은 와서 10분정도 사진만 찍고 간다. 그런데 내가 청소년들을 한 번 데려갔는데, 청소년들이 스스로 가자고 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2~3시간정도 앉아있으면서 제각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던 거 같다. 하루 동안 10군데를 막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군데라도 제대로 의미를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여행을 가면 너무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하루에 2~3군데만 보는 게 좋다. 천천히 지겨울 정도로 봐야 한다. 한번 갔던 곳이라도 볼때마다 새롭다. 오르빌도 처음 갔을 때하고 2번째 갔을 때가 다르듯이.

정=그렇다. 다시 가보니 내가 2년차 때 1년차 친구들에게 여기가 맛집이라고 알려줄 수 있었다. 또 우리끼리 아는 곳을 서로 소개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못 봤던 곳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1년 여행을 하고 한국을 돌아오면 한국은 너무 빨리 변해있다. 다시 오면 있었던 집도 없어져 버린다. 하지만 외국은 1년 뒤에 다시 가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새로 생긴 것도 많지 않다. 그래서 갔던 곳을 다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에 반면 한국은 변화가 너무 빠른 거 같다.

=여행가서 밥은 해먹을 수 있는데, 그래도 일단 여행을 가려면 돈이 많이 들텐데?

정=돈도 돈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정리해야 하는 거부터 생각한다. 그런데 여행은 ‘정말 가자’라는 생각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본다.

=필요한 것이 돈이라고 하는데,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용기인거 같다.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 중에는 돈을 모아서는 절대 여행을 못 갈것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그럼 일단 대출을 내서 여행을 다녀온다. 그리고 그 대출을 다 갚을 때쯤 또다시 대출을 내서 여행을 가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삶의 방법이 있다고 본다. 분명 여행에 돈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돈은 그냥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 돈이 목적이 되면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돈이 없어도 아껴서 가면 얼마든지 여행도 길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년단위, 2년 단위로 가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2주이상은 갔으면 좋겠다. 그럼 한국과는 단절이 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유럽 8개국을 7박8일만에 간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여행일까 생각이 든다. 그런 경우엔 보통 유명한 관광지만 찍고 오는데, 나는 관광과 여행은 분명 다르다고 본다. 한비자의 아버지가 한비자에게 세계를 돌아다니라고 했는데, 그때는 차가 있었나 뭐가 있었나? 결국 한비자는 걸어서 10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녔는데 그 10년 동안 온갖 걸 보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게 많지 않았겠나? 여행도 삶과 똑같이 그 속에서 만나는 관계들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연을 끊어버리곤 하는데, 여행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진득한 관계가 되려고 노력하는 거 같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같이 붙어있으면 싸울 수 있다. 그 싸움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그 관계들을 풀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한국사회는 그런 과정들 없이 그냥 관계를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하면 느끼는 것이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옆에서 누가 도와줘야 하는 것이고, 이러면서 사람의 필요성을 느끼고 같이 교류하면서 더불어 가는 사회를 느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박=아직 20대 초반이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서 빨리 가고 싶기도 할 텐데, 느림을 지향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면?

손=소호에서 6살 때부터 쭉 살았는데, 그땐 ‘도시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2년차 여행 중간부터는 생각이 바뀌어 소호가 너무 좋은 거다. 산책을 하면 계속 똑같은 경생다. ‘빠르게 가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없다.

남=옛날에 산티아고 둘레길을 가는데 핀란드 여성을 만났다. 그 친구에게 ‘핀란드 하면 복지가 잘 돼 있어서 너희나라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어릴 때는 핀란드를 정말 싫어했다더라. 햇빛도 별로 안 들어오고 춥고 자기가 생각하는 복지정책도 잘 안 돼 있다더라.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니까 핀란드가 정말 잘 돼있는 나라라는 걸 느꼈다고 한다. 이렇듯 여행 다녀오면 내가 있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보게 되는 거 같다.

=살면서 불안한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펙 쌓고 하는 친구들은 일상생활을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살다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가도 되나’라는 생각 자체가 안나는 거다.

=여행도 일상처럼 됐으면 좋겠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상처럼 생각하기에 떠날 수 있을 때 바로 떠날 수도 있고..

=생활과 여행이 하나가 되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이고, 여행을 떠나도 일상 같다는 말인데.

=여행하는 사람들이 보통 도피식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나도 처음에 도피식으로 여행을 갔다. 한국이 싫어서 여행을 간 것이다. 근데 사실 그렇게 가면 얻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면 뭘 배웠냐 물어보는데, 기술적인 면이나 보여줄 수 있는 거에 대해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일상을 유지하거나 삶의 대처능력에 대해서는 좀 더 유연해 진 거같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좀 더 좋아진 거 같다. 모두가 다 같이 붙어있어야만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여행의 이유란 현재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정작 많은 시간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 싸여서 혹은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려 누가 세우는지도 모르는 목표지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데, 정작 현재 여기의 삶은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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