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찍어야 하나? <정직한 후보>

배문석 / 기사승인 : 2020-02-20 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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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라미란, 손익분기점은 당선 성공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 때에 맞춰 정치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가 개봉했으니 아주 영리한 결과를 보여줬다. 게다가 빠르게 백만 명 관객을 넘기며 손익분기점까지 달성했으니 1차 ‘득표’ 목표는 이룬 셈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내뱉으며 3선 국회의원까지 이룬 주상숙(라미란)이 갑자기 정직한 말만 내뱉는 병 아닌 병에 걸렸다. 이젠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후보로 4선에 도전해야 한다. 주상숙은 폐지를 주워 팔아 수억 원을 모은 뒤 전 재산을 기부했던 김옥희(나문희) 여사의 유일한 혈육이다. 할머니가 병원비 보험금을 청구하다 잘못된 약관을 확인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치판에 입문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할머니 덕분에 유명세를 얻었지만 평소 풍모 자체가 여장부로 불렸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력과 인품은 모범 그 자체다. 3선 국회의원이면 이른바 중진에 속하지만 26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에게 소박하다는 평을 얻었고 남편 봉만식(윤경호)과도 화목하기 그지없다. 다가올 선거에서도 당선은 떼놓았다고 아무도 걱정을 안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주상숙을 둘러싼 모습은 모두 거짓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보좌관 박희철(김무열)이 애쓴 결과고, 서민 아파트로 퇴근한 뒤 주민들 몰래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대저택으로 이동한다. 많은 코미디 영화에서 사용했던 깜짝 눈속임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정치인으로 출마하는 계기가 됐던 할머니가 고인이 됐다는 사실도 가짜다. 첫 선거에 출마했을 때 김 여사가 편지를 남겨놓고 사라졌는데,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밝힌 뒤 동정표를 얻은 것이다. 물론 김 여사는 살아 있다. 손녀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아무도 모르는 외딴집에 홀로 살고 있다. 주상숙은 이 상황을 적극 이용해 전 재산을 기부한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자신도 청빈하게 살겠다는 연설을 늘 앞세워 인기를 유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손녀가 진실하게 살게 해달라는 할머니의 간곡한 기도가 통했는지 거짓말을 못하게 된 것이다. 과연 주상숙은 거짓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정직하게 4선 의원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을 기만해왔던 정치인이 개과천선하는 코미디 영화는 어딘가 뻔해 보인다. 관습적인 사회풍자도 너무 익숙한 설정이다. 연출도 신선하지 않아 실패할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런데 위태한 전개를 안정되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라미란이었다. 첫 단독 주인공으로 나서 물 만난 고기처럼 풍랑을 거슬러 올라갈 만큼 흥겹다. 

 

 

라미란이 보여준 유쾌한 연기만큼 보좌관을 맡은 김무열도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허당인데도 충성스럽게 주상숙을 보좌하는 모습이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그 외 조연들도 빠짐없이 제 몫을 했다. 4월 선거 앞까지 장기 흥행이 될지는 쉽지 않겠지만 현재까지 거둔 성과의 모든 것은 연기자들이 이룬 성과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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