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박다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20-02-19 15: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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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설 연휴에 울산에 다녀왔다. 사실 딱히 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아빠가 원해서 내려갔다. 작년 한해 이것저것 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친척들의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싫었고 할머니의 잔소리는 안 봐도 뻔했다. 확실히 명절 KTX 자리는 금방 매진돼서 내려가는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대기 예약을 할 수 있었던 25일 새벽 열차를 타야 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로 짐을 싸고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새벽 4시는 어둠이 내려앉아 깜깜하고 고요했다. 열차에 앉자마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금세 울산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는 역시나 결혼이나 하라는 소리를 해댔고, 나는 그런 말 하면 다음부터는 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보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내게는 피곤한 연휴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는 동안, 한쪽에서는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언론이 시끄러웠다. 중국이 춘절을 맞아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대거 몰려들 것이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어떻게 막느냐고 말이 많았다. 중국이 우한을 폐쇄하고 한국인 가운데 확진자가 하나둘 발생하자 사람들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언론에서 이번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끊임없이 보도하니,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다. 


울산에 가기 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었다. 울산에 내려와 있는 동안 국내 확진자가 늘어갔고, 특히 세 번째 확진자가 서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는 소식에 지방에서 바라본 서울의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부모님은 당분간 서울에 가지 말라고 나를 말렸고, 중국 춘절 연휴가 다 끝나고 이 상황이 살짝 잠잠해지면 가라고 말했다. 며칠을 지켜보면서 기다렸지만, 언론 보도는 계속해서 심각하게만 보였고 해야 하는 일이 있어 결국 서울로 돌아왔다. 


그런데 막상 서울에 돌아와 보니 언론에서 떠들어댄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대중 매체에서는 서울 여기저기가 지뢰밭인 거 마냥 위험하게 보도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서울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사람들이 전보다 열심히 마스크를 하고 있다는 것과 지하철에서는 코로나 관련 안내 방송이 나온다는 것 정도였다. 술집이나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평소와 같이 술을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떠들고 있었고 그 모습은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기사나 방송 댓글에서는 사람들이 중국인을 욕하면서 왜 남의 나라에 와서 폐를 끼치느냐고 했지만, 정작 그 모습을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불안해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비말로 인해 감염된다고 마스크를 꼭 하고 다니고 손을 잘 씻자는 보도가 나오자, 울산에서 엄마랑 같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사러 갔다. 그런데 손 소독제는 아예 구할 수가 없었고 다행히 마스크는 동네 약국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그 날 언론에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품귀현상을 보도했다. 다음 날 다시 손 소독제를 사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역시나 구할 수 없었고 그 사이 저렴한 마스크는 아예 동이 나 버렸다. 마스크 하나에 몇 천 원씩 하는 비싼 것만 남은 상황이었다. 언론의 보도가 오히려 마스크 사재기를 더 부추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마스크 회사들은 더 이상 저렴한 마스크는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인지, 저렴한 가격의 마스크는 다 없어지고 비싼 것만 유통되는 상황이었다. 마스크를 사기 어렵다는 언론 보도와 실제 상황이 일치되며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져갔다. 이렇게 사람도 마스크를 사기 어려운 상황인데, 한쪽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마스크가 나오고 동물 병원이 코로나 불안감으로 인해 성황이라니 참 재미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매체에서는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시끄럽지만, 방송을 보지 않으면 서울은 아주 평화롭게 굴러가고 있다. 오히려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서울을 더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해외에서 한국이 휴전 국가인 데다가 북한이 틈만 나면 핵실험을 해대니 위험한 나라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시선과 비슷하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완치된 환자가 퇴원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국내 사망자는 없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정권 때 발생했던 메르스 사태와는 다르게 정부의 솔직한 정보 공개와 빠른 대처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만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느껴진다. 코로나의 발생 원인, 중국의 대처, 각국의 태도, 언론의 공포감 조성,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등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분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 볼 거리가 더 많을 것이다.


박다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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