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여유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19-11-15 15: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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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김상천 시인의 차실

우리는 지금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초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하루 하루를 계산하며 시간대를 살았는데 지금의 젊은이들은 시간을 계산하면서 초 단위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열심히 달려 가보지만 숨이 차고 힘이 들어 금방 정신 줄을 놓고 만다. 

 

손에 폰을 놓는 순간 불안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권하고 싶다. 분초를 다투는 경기도 잠깐 전열을 정비하는 쉬는 시간이 있지 않나.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알맹이는 다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남게 된다. 생떽쥐베리는 어린 왕자의 입을 빌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라고 했다. 

 

얼마 전 결혼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젊은 예비 신랑 신부에게 정성껏 차 한 잔을 내어 놓고 분주한 삶의 현장에서 부부가 함께 앉는 찻 자리와 대화의 시간이 작은 여유이며 이 작은 여유의 조각들이 모이면 행복일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들의 표정을 읽어가며 조심스레 권면하지만 나와는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시간 개념이 다르고 의식의 차이가 확연한 젊은 예비 신랑 신부의 가슴에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하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서 분주히 서두르는 사람에게 찻 자리며 한 잔의 여유 등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나는 삼년 전 경주의 한 작은 마을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마을 이름을 청라라 하고 손수 지은 작은 집을 청허당(淸虛堂)이라 칭했다. 맑게 비우고 살고픈 소망을 따라 지은 당호(堂號)인 것이다. 청라 마을 청허당 다실(茶室)에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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