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의 나무 사랑 정신을 배워볼까?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6-05 15: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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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같은 양버즘나무라도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중앙가로대와 양쪽에 무성히 자라는 가로수는 그냥 도심숲이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처럼 햇빛 쨍쨍한 날엔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면서 몸뚱이를 가려줄 몇 뼘의 나무 그늘이 그립다.

도심에 자라는 나무들은 숲속 나무들과는 사는 환경이 퍽 다르다. 벌써 도심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달구는 폭염에 또 어떻게 여름을 날지 걱정부터 앞선다. 1994년 여름이 떠오른다. 당시 폭염으로 3384명이 숨졌다. 가로수나 공원이나 녹지는 기후변화 속 인간 생존과 쾌적한 생활, 행복과 직결된다.

독일 베를린에서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에 감탄했고 배울 점이 많았다. 베를린시의 나무들은 직경 15센티미터가 넘으면 관리번호를 부여한다. 이 번호는 베를린의 중요자산으로 보호된다는 뜻일 것이다. 공원의 나무든 가로수든 관리번호를 매겨 두었다. 건물을 지을 때도 나무 주변에 울타리를 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큰 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시간밖에 없다는 걸 잘 아는 사람들이다.

차도에 견줘 우리나라 인도는 아주 좁다. 모든 것이 차량 위주로 계획되고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베를린의 대로는 기본적으로 4미터 이상의 인도 폭을 갖고 있었고 사람이 편하게 다니는 양쪽 인도를 합치면 차도 폭과 비슷했다. 나무들이 가지를 무성히 뻗어도 건물이나 전신주(전신주는 없다)에 부딪치는 경우가 없다. 대략 5~6층의 건물들은 가로수가 가지를 뻗어 닿는 높이다. 수림대가 건물을 감싸고 있으니 복사열 피해가 덜할 것이다. 어느 거리를 가든 큰 나무들이 양쪽에 사열하듯 뻗어있다.

거리 공기도 맑고 시원하다. 베를린의 기후대가 전반적으로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측면도 있지만 가로수 수림대가 만드는 미세기후 영향도 클 것으로 여겨진다. 강한 가지치기 때문에 옹색해진 모양의 나무 없이 본성대로 뻗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용도폐기되다시피 한 양버즘나무가 그렇게 아름다운 나무인 줄 처음 알았다.

가로수 뿌리 근처를 넓게 확보해서 초화류 등을 심고 있었다. 우리처럼 흔히 쇠로 된 좁은 면적에 답압방지용 철판을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폭 1미터 이상 비워두고 길 방향으로는 길게 화단을 만들어 빗물이 뿌리에 잘 들어가도록 배려했다.

짱돌 크기의 돌을 촘촘히 박아 공을 들인 보도블록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왜 그랬을까 한참을 생각했는데 바로 투수층을 고려한 공법이었다. 지하배관 공사현장을 보니 인도 밑은 아주 두터운 가는 모래였는데 원래 흙인지, 물을 저장하기 위해 깐 것인지는 확인하진 못했다.

또 눈 여겨 본 것이 작은 나무에 설치된 물주머니다. 물주머니는 볕이 강한 광장에 심은 작은 나무 주변을 감싸고 있었는데 늘 물을 줘 뿌리가 충분히 내릴 때까지 관리하는 듯했다. 가뭄에 나무가 말라 들어가는 순간이 돼야 겨우 물주머니를 채우는 우리의 소극적인 대응과 비교된다. 울산처럼 포장률이 높아 지하수면이 계속 낮아지고 가뭄살을 많이 타는 공간에는 물주머니를 채워 나무 성장을 빨리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란덴부르크 거리에 있는 나무껍질에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것도 특이했다. 몇 년 전 연변 조선족 자치구를 방문했을 때도 미루나무 계통 나무에 흰색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겨울철 밤에 얼었던 수피는 낮에 햇빛 때문에 급속도로 온도가 올라 터지는 현상이 잦다.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단순한 조치로 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

주택가에 들어서면 어느 집이든 마당이나 길가 화단을 잘 가꿔 눈이 다 시원했다. 철이 좋았는지 집집마다 화사한 만병초가 꽃 피우지 않는 집이 없었다. 만병초나무의 크기와 화려함에 압도됐다. 품종도 다양해서 붉은색, 분홍색, 흰꽃에 화사한 무늬, 노란색도 있어 같은 만병초지만 집집마다 볼 것이 많았다. 세대를 넘어 키워온 나무들이 많았다. 우리는 마당이 있던 단독주택을 다 버리고 아파트로 몰려갔지만.

2~5층에 사는 사람들은 베란다에 모두 여남은 정도 화분을 내놨다. 아침마다 문을 열면 화분들이 사람들 기분을 좋게 할 것이다. 숙소에서 주변을 돌아보니 뒷골목 난전 상가들이 인도 양옆에 줄지어 서 있다. 빵과 버터와 치즈, 소시지를 파는 가게, 블루베리, 딸기, 망고 등 과일가게도 있었지만 꽃 가게가 세 곳이나 됐다. 꽃다발을 만드는 절화도 있지만 화분에 담긴 꽃들도 많았다. 점차 고령화되는 베를린은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게 일상이고 문화였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은 30% 이상이 호수와 강과 숲이고 평탄한 지역이 많다. 잡초 들풀 속에 핀 노란색, 흰색, 보라색 야생화군락이 밋밋한 들판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멀리 있는 공원이나 녹지가 아니라 문만 열면 그 싱그러움을 느끼도록 나무를 사랑하고 잘 키워놓았다. 도시재생 문제를 푸는 데도 띠상의 녹지구역을 조성해 도심의 나무 그늘을 많이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겠구나 생각했다. 나서기만 하면 더운데 사람들은 어디로 모이겠나? 바로 상쾌한 나무 그늘이다. 그늘막 세울 곳에 나무를 심자.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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