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감독에서 촬영감독으로, 촬영차 울산 방문한 함철훈 감독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2-03-01 0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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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

독립영화 <고래>, <辛 미워도 다시 한 번> 촬영차 인천 영화인들이 울산을 찾았다. 지난 20일 저녁 울산에 도착해서 21일부터 촬영에 들어갔고, 25일 울산 분량이 마무리된다. 상황에 따라 26일에 보충 촬영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의 촬영‧조명‧녹음 등 장비는 함철훈 감독 것으로 사용하고, 두 영화에서 동시녹음을 담당한다. 함 감독은 인천에서 활동하는 지역영화인은 아니지만 마침 일정이 비어 참여하게 됐다. 함 감독은 2020년 1월, 이민정 감독의 단편영화 촬영으로 울산에 처음 방문한 이후 2021년 3~5월 동 감독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온 이외에도 울산국제영화제 지원작 촬영과 다른 영화들의 촬영감독 또는 동시녹음으로 울산을 여러 차례 왔다.

 

 

 

▲ 함철훈 감독 ©이민정

19일 밤 남구 삼산동의 한 횟집에서 이민정 감독, 전수일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김교학 울산민예총 이사장이 함 감독과 저녁 식사 자리를 함께했다. 함 감독의 영화 인생과 함께 촬영과 장비에 대한 이야기, 현재 영화계, 울산국제영화제, 영화 촬영지로서 울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함 감독이 영화계에 처음 입문한 계기는 1980년대 이소룡과 성룡의 무술에 매료돼 쿵푸 운동을 시작했다가 선배인 원진(<가자왕> 등)의 권유로 1983년 대만합작 무협영화배우로 데뷔하면서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친구가 박영훈(<중독>, <댄서의 순정> 등)이고, 당시 운동하던 친구들 중에 가장 친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었다 되살아나는 역할도 영광이었던 그와 달리 박 감독은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선배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이후 박 감독은 연출로, 그는 스턴트맨으로 노선이 갈렸다가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1992, 김종학)에서 조감독과 스턴트맨으로 다시 만났다. 이 드라마에서 정보석 대역을 했던 후배가 원신연(<구타유발자>, <용의자> 등)이다.


일본의 도제 시스템을 이어받은 한국의 영화계는 당시 무술감독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대우전자에서 비디오데크를 출시하면서 판매 촉진을 위해 비디오영화 제작을 적극 지원했다. 그를 포함한 무술감독들이 모여 저예산영화를 직접 제작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하는 선후배들이 생겨났고, 몇몇은 꽤 성공적이었다. 앞의 원 감독과 조병옥 감독(<개들의 전쟁>) 등이 무술계에서 롤모델이 됐다. 함 감독은 뉴욕 독립영화제에서 액션영화상과 비-무비필름페스티벌에서 촬영상, 충주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연출, 촬영, 편집)을 받은 바 있고, 20여 년 동안 100편을 훌쩍 뛰어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함 감독은 감독 데뷔를 몇 번 실패하는 과정에서 촬영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과거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1인 미디어가 가능해짐에 따라 함 감독은 촬영뿐만 아니라 조명과 동시녹음, 그립까지 두루 섭렵했고, 본인의 필요에 따라 인건비는 모두 장비 구매에 쏟아붓는다. 장비가 워낙 많고 감각이 좋은데다 성실해서 극영화, 독립영화, 방송국에서부터 단편영화, CF, 뮤직비디오, 홍보영상 등까지 부르는 데가 많다 보니 이번 울산 촬영이 끝나고 다음 촬영까지의 공백 기간에도 다른 현장에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충무로 또는 강남 영화인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울산국제영화제의 제작 지원 시스템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그 지원금이라면 기성 감독들에게 울산에 기여할 수 있는 독립영화나 로컬무비 등을 얼마든지 맡길 수 있고, 그런 감독들과 함께 움직이는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을 통해 울산과 영화제의 홍보 효과는 대단할 텐데,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예비감독들이 영화 인프라가 거의 전무한 울산에 적(籍)을 두기 어려울뿐더러 기대효과는 낮거나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충무로에서는 울산국제영화제의 지원 기준에 동의할 수 없거나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영화인들이 많다.


최소한 영상위원회라도 있어야 한다며 울산이라는 대도시에 왜 이에 대한 논의가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울산의 모습은 영화 촬영 로케이션지로서 블루오션이다. 아직도 감독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울산의 여러 곳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촬영으로 그가 방문했던 곳은 간절곶, 반구대, 대왕암, 영남알프스 등 자연경관이 훌륭한 곳들과 삼산동, 성남동 등 도심지 여러 곳이다. 두왕 테크노산단이나 중구 혁신도시 등의 신시가지에서도 촬영했다. 자연과 산업,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울산의 더 많은 곳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계가 얼어붙었지만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대우전자의 비디오영화 제작 지원처럼 지금은 다양한 영화 창구 즉, 극장이나 TV 외에 온라인 스트리밍,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과 같이 영상의 다양성과 함께 창구의 다양성이 무궁무진해지고 있어서 영상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해오며 확장됐듯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의 전환이 다각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VR, AR 영상은 관심을 갖다가 관뒀다고 했다. 아무래도 전통 충무로 세대인 기성 영화인이다 보니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전통적인 구성방식을 고집한다. 새로운 방식의 영상작업 현장에도 많이 참여하지만, VR, AR은 영화보다 게임이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주로 활용될 방식이기 때문에 기술과 장비에 욕심이 많지만 그 쪽은 관심을 접었다고 한다. 다만 디지털과 컴퓨터그래픽 위주의 영상시대에 만족할 만한 대형 특수촬영장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울산의 넓은 땅을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물어왔다.


울산에서 영화‧영상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스마트폰 한 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이니 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고, 뜻은 있지만 시작하기에 부담스럽다면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영상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가 영화판에서 뛰어놀던 시절에는 온몸으로 덤벼들어 넘어지고 일어서며 배우거나, 직접 발로 뛰며 배우고 익히는 방법밖에 없었다. 지금은 태어날 때부터 영상에 익숙하고,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 영상이 개입하고 있다. 배울 수 있는 자료도 여기저기 널려 있고, 내가 만든 영상을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도 지나치게 많다. 그럼에도 울산은 인프라가 너무나 열악해 최소한의 전문 교육과정과 영화를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고 관(官)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했다. 단, 관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감독은 울산에 와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며, 다음에 울산을 방문할 때는 울산저널에서 기획 연재하는 ‘울산365경’에서 소개한 장소들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했다.


“울산은 공업도시로 발전해왔는데 이제 세상이 통째로 뒤바뀌면서 울산도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할 거예요. 영상산업은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초(超)종합예술인 만큼 인프라가 전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영상위원회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육의 장과 광장에서 영상시민들을 양성해간다면 다른 도시의 선례를 거울삼아 오히려 역발상으로 크게 발전할 수도 있어요. 울산의 영상산업이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이민정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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