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고용승계가 이뤄져 일터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최귀혜 동강병원 영양실 조리원

김선유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0 14: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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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귀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울산지역분회 사무장. ⓒ김선유 기자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새해 첫날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이 고용 보장을 외치고 있다. 울산 중구 동강병원 영양실에서 환자와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던 조리원 21명은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간 몸담았던 일터에서 갑작스럽게 내몰린 이들에게 불어닥친 생계 위협은 한겨울 칼바람보다 매섭다. 지난 11일부터 동강병원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고용승계를 촉구하고 있는 최귀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울산지역분회 사무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Q. 동강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2007년 4월부터다. 늦둥이로 막내를 출산하고 나서 직장이 필요했다. 집과 가까운 동강병원을 한 번씩 이용했는데 조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처음에는 한 1~2년 정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하다 보니 보람도 있고 즐거웠다. 그래서 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15년차가 됐다. 이번 해고자들 중 30년간 오래 일 한 분도 있고 3분의 1 이상이 10년 이상 일한 분들이다. 그 외에는 1년 반 이상 일했고 1년이 채 안 된 사람도 있다.

Q. 갑작스럽게 해고된 이유가 무엇인가?
최저시급 받는다. 수당도 없고 상여금도 없다. 우리는 항상 영양실에서 불을 많이 쓰는데 위험수당도 없다. 노조원들을 해고 후 동강병원 영양실에는 현재 인력파견업체에서 채용한 파견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동강병원 측에서는 비노조원만 고용승계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엄연히 노조 탄압이고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노조 결성이 해고 이유인 것이다. 우리는 최저시급만 받고도 일했다. 임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십 원이라도 더 올려달라고 한 적도 없고 그냥 일하는 업장에서 정년 때까지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다. 퇴직금도 못 받은 사람이 3분의 1 이상이나 된다. 원래 예정돼 있던 계약일 6월까지 일을 한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례는 근무일 10일 모자라 퇴직금을 못 받은 사람도 있다. 우리는 해고를 당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해고를 당한 조리원이 비조합원 포함해서 총 28명이다. 조합원은 21명인데, 이 중에서 5명은 생계의 절박함을 느끼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노조를 탈퇴한 상태다. 현재 조합원은 16명이 남았다.

Q. 해고당한 이후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오고 있는데, 언제 해고 통보를 받았나?
지난해 12월 23일 동강병원에서 동원홈푸드와 최종적으로 계약을 했다. 우리는 고용승계와 면접을 기다렸다. 그런데 다음 날인 12월 24일 아침에 출근해서 계약 소식을 들었고 12월 28일에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해고자들은 이날부터 동강병원 앞, 지하식당, 도로변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Q. 해고 이후,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혼자서 애들 셋을 키워야 한다. 다 큰 애도 있지만, 아직 취직을 못 했다.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는데 다음 달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신용카드를 쓰면 누적이 되니까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고 막막하다. 하루빨리 고용승계가 이뤄진다면 부담감이 덜할 것 같다. 나로 인해 식구들까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조합원들 모두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던 분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거의 다 끊겼다. 그래서 우리는 절박하게 고용승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Q. 조리원으로서 어떤 일을 했나?
병원 내 환자와 직원들이 먹을 음식을 조리하고 식기 세척, 환자들에게 배식하는 등의 일을 했다. 요리를 하기 전에 재료 손질도 했고, 그러다 보니 손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서 자고 일어나면 손이 퉁퉁 붓곤 했다.

Q. 업무 환경은 어땠나?
하루에 아침 근무자가 13명, 오후 근무자가 13명으로 총 26명이 일을 했다. 원래 15명씩 일했는데 그중 2명을 줄였다. 빠진 두 사람 몫이 나머지 인원에게 각각 돌아가니까 휴식시간이 없는 편이었다. 병원에서는 입원환자의 수가 항상 고정적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정해진 인원으로 급식을 100명분이든 300명분이든 인원 충원 없이 13명이 준비해야 했다. 식사 시간에 조금 앉았다가 물 한 잔 마시면 다시 오후 일하러 가야 했다. 하루 9시간 근무 중 1시간만 휴식할 수 있었다. 1시간 휴식을 위해서는 4시간마다 30분씩 나눠서 쉬어야 했다. 보통 밥 먹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고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어 못 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일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난 뒤로는 이런 휴식에 익숙해졌다. 우리는 2개 조로 나눠서 일했다. 오전반은 아침 5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2시 30분에 퇴근했다. 오후반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퇴근했다. 그런데 다들 근무 시간대보다 일찍 출근했다. 오전반의 경우는 보통 3시 돼서 출근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도 해고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Q. 병원 식단은 학교 급식과 어떤 점이 다른가?
일반식도 있고 죽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또 경관유등식이라는 치료식도 있다. 학교 급식에서 단일 메뉴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게 병원은 환자에 맞게 치료식이 세분화돼 있다.

Q. 조리원으로 일하면서 뿌듯했던 점은?
환자가 퇴원하면서 ‘잘 먹고 간다’, ‘많이 나아졌다’, ‘힘내라’라고 인사해줄 때 뿌듯했다. 항상 새벽에 와서 힘들게 일했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진짜 내가 잘한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동강병원에서 매번 관례적으로 고용승계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왜 해고라는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고용승계로 안정적으로 이때까지 보람을 느끼며 일했던 우리의 일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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