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도 “학교”입니다

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 기사승인 : 2021-04-07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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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3년 전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반대 문제로 언론이 꽤나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장애 학부모가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욕설과 손가락질을 당하면서도 학교는 포기할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하고 급기야 단체로 무릎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서로를 안고 있는 장면이 전국 뉴스에 실시간 방송됐습니다.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1,2년 일이겠냐만은 서울 도심지였고, 당시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더더욱 이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시 우리 아이는 7살이었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우리 아이 역시 특수학교를 가야 하나, 일반 초등학교를 가야 하나 하는 중요한 고민의 갈림길에 있었기에 그 뉴스를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사는 동구지역은 특수학교가 없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특수학교는 집에서 15km나 먼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특수학교는 울산 특수학교 중 유일하게 주거지와 가까운 시내에 있는 곳이라 장애 학부모들 사이에 입학 전쟁이라고 불리는 곳이었기에 선택지에 넣어 보지도 못하고 마음을 졸이며 일반 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우리 아이는 자폐2급의 중증장애로 통합교육은 초등학교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또 몇 년 후에는 중학교에 갈 걱정을 해야겠지요. 특수학교 설립 반대 뉴스를 보며 장애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를 지어 달라 호소할 때 같이 울었습니다. 누구보다 그들의 슬픔과 상처에 깊이 공감했으니까요. 가장 기본권이 되는 학생의 교육 권리를 위해 부모가 무릎을 꿇고, 삭발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이해와 양해를 구걸하듯 해야 하다니 지금이 21세기가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교육청에서 학교를 짓는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공론회를 하고 보상을 해줬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수학교는 다르지 않느냐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특수학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특수학교는 유해시설도 혐오시설도 아닌 “학교”입니다. 나와 내 가족들이 당연한 듯 누리는 교육의 권리를 왜 장애 학생이라는 혹은 장애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반대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지금 일반 학교에 잘 다니는 내 자녀와 손자들도 특수학교에 다녀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나 역시 결혼 전 장애를 주제로 한 영화를 본 후 ‘길 가다 저런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줘야 하나? 도와줘야 하나? 피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 영화에서 장애아이의 부모 역할에 나를 대입해 보지 못했고, 내게 그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장애를 그저 딴 세상, 나와는 상관이 없는 먼 이야기로 생각하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혐오는 결코 이해도 용서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뉴스가 시끄러웠던 게 3년 전이었지만 오늘, 현재 지금 우리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남구에 지어질 제3공립특수학교 설립 반대 기사를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토지 소유주들이 보상이 낮다고 설립 반대를 했다는 것이었죠. 아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반우스갯소리로 나도 삭발하고 울면서 무릎 꿇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특수학교가 절실한 장애 학부모에겐 농담 같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평소 길을 다니며 특수학교를 본 적이 있는지, 특수학교가 도심지와 얼마나 떨어진 곳에 있는지, 얼마나 많은 장애아이들이 많게는 하루 왕복 2시간이 넘는 등하교를 하고 있는지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의무교육을 위해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세상은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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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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