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게, 그리고 위대하게

신정훈 대동울지도 팀장 / 기사승인 : 2021-04-05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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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두 번째 큰 실패 후 종일 마음은 떨리고 불안했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퇴근하기 바쁘게 달려가던 PC방도, 술자리도 가기 싫었다. 해가 뜨는 게 무서웠고 부모님이 집 밖으로 나가실 때까지, 숨 죽인 채 침대 모퉁이, 이불 아래 나를 구겼다. 오늘, 여전히 나는 버겁고 불안한 삶을 산다. 이전과 조금 다르게.


부끄러운 내 과거를 추억인 양 들춰봤다. 나는 왜 실패했고 좌절했는지. 실패의 이유는 오직 나에게만 있을까? 세상을 탓할 명분도 찾아봤다. 몇 달째 출금만 찍히는 통장과 갈 곳 없는 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이유도 명분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사진을 보며 추측하고 합리화했다. 큰 돈과 시간, 사람까지 잃는 실패.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기엔 재기는커녕 수습하기도 벅찼다.


나는 왜 실패했을까? 일에 대한 내 생각, 업무를 위한 나의 능력,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 기록과 피드백 없이 생각과 느낌으로 처리한 일들은 사소함을 놓쳤다. 바로 그 사소함! 지진이 나서 건물이 한 번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작은 뼈대의 균열을 시작으로 조금씩 무너지기도 한다. ‘1층에 새는 누수는 잡을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믿고 당연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보낸 사소한 문제들은 켜켜이 쌓여 보이지 않는 큰 균열을 만들었다. 5분만 신경을 썼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법한 일들이 밀려왔다.


사소함을 놓쳐 실패를 겪고 좌절을 맛본 내게 우연한 글이 날아왔다. 마케터 S의 ‘매일 플래너를 쓰는 사람들’이란 모임의 소개 글. 나처럼 실패한 사람들도 가득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득한 공간이었다. 스치듯 만난 글은 공감도 하고 부러움에 배도 아팠다. 흥미가 더해져 기록들을 종일 읽어갔다. 문득, 여기라면 내가 찾는 정답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내가 찾는 정답은 없었지만 중요한 것이 있었다. 첫째는 냉정하게 나를 파악하기 위한 사소한 기록의 방법, 둘째는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 필요한 일을 부여하는 방법. 셋째는 혼자서 힘든, 노력과 반복의 여정을 함께 해줄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들의 기록을 보고 결심했다. 사소함을 바로 잡아 다시 일어서자. 이대로 끝낼 순 없다. 바로 시작한 것은 기록이었다. 항상 지니도록 작은 플래너를 샀다. ‘해야 할 일’을 만들기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 일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의 순간을 담아보았다. 그리고 자기 전 1분을 투자해 하루의 기록을 읽었다. 첫 주는 기록은커녕 손에 펜을 잡는 일조차 곤욕이었다. 하지만 함께 플래너를 쓰는 사람들의 응원으로 2주가 끝날 무렵 1분간 읽을 내 기록을 완성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반. 나는 사람들과 일주일을 반성한다. 사소한 기록들을 모아 분석하며 내게 필요한 일을 배정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책과 강의를 찾아본다. 확실한 목적이 있기에 정답을 찾는 것도 습득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달 후 나는 달라졌다. 낭비되는 시간은 독서로 배정해 1년에 6권도 안 읽던 책을 두 달간 8권 읽게 됐다. 사소한 업무의 기록은 글로 엮어 지침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실패에 좌절하던 나는 실패는 끝이 아닌 과정이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삶의 균열을 채워가고 있다. 그리고 다시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마음먹었다. 


만약 내가 산 위의 비석처럼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다면, 운이 없었다며 세상 탓만 했다면 나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회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머릿속은 도전과 모험의 꿈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과 자기 의심에 망설인다. 그럴 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것은 의외의 사소한 기록이다.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한 줄도 좋다. 일단 오늘의 사소한 기록을 만들어보자.


신정훈 대동울지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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