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지 말라, 산업은행은 숨지 말고 나서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7 14:08:44
  • -
  • +
  • 인쇄
▲ 김희진 대우조선산업보안분회 조직부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산업은행은 더 이상 숨지 말고 나서라”고 말했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 2019년 4월 해고된 대우조선 청원경찰들은 지난 40여 년간 대우조선 청원경찰이 대우조선 위탁업체인 웰리브(옛 옥포공영) 소속으로 불법운영되고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대우조선 자회사인 웰리브는 식당, 통근버스, 설비유지보수, 보안경비 등 조선소 생산 외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였는데 웰리브가 사모펀드 ‘베이사이드’에 매각되자 보안경비 사업에 적자 등의 이유로 청원경찰들에게 임금삭감을 요구했다고 한다. 청원경찰들이 임금삭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자 32명 전원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이후 노조는 경남지노위, 중앙노동위를 거쳐 행정소송까지 2년이 다 돼가는 투쟁 속에 1심판결 승소를 얻어냈다. 해고자들 중엔 제2의 삶의 터전을 찾아 타지로 옮긴이도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해고자가 천막투쟁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대우조선해양 서문을 지키고 있다. 김희진 대우조선산업보안분회 조직부장을 만나 그간의 투쟁과정, 그리고 1심판결 이후의 상황을 들어봤다. 


이기암 울산저널 기자(이하 이)=지난 2019년 6월 청원경찰 부당해고에 대한 경남지노위의 판정을 뒤집었던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이에 1심판결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년 여 시간 동안의 투쟁이 승리로 이어지게 됐는데 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김희진 대우조선산업보안분회 조직부장(이하 김)=대전지방법원 행정1부는 지난 2월 3일, 청원경찰 26인 원고들이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와 보조참가인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냈던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은 청원경찰법을 위반해 온 대우조선해양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심판이 내려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전지법은 청원경찰법이 사용자, 즉 청원주가 청원경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판결한 것으로 이번 판결의 의미는 특히 오랜 기간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 전국의 청원경찰 노동자들이 잘못된 불법운영과 주변의 관행 때문에 보장받지 못한 권리를 찾게 된 것이다. 또한 청원경찰들이 계약한 웰리브는 일부 감독 권한만 위임받았을 뿐, 실질적 업무 지시를 내리고 감독·결제한 대우조선과 ‘묵시적 계약관계’가 형성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 청원경찰 노동자들이 “지금 당장 청원경찰 원직복직 직접고용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이=1심판결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거제 여야 정치권에서도 더욱 지지를 보내주는 것 같다. 우연히도 한 날 비슷한 시간에 거제의 여야정치권이 찾아와 응원을 해줬는데?

 

김=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문상모 거제시지역위원장, 옥은숙·김성갑 경남도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태왔다. 판결이 난 후 국민의힘 거제시당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대우조선해양은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부당해고된 26명의 청원경찰 노동자들을 원직복직시킬 것을 촉구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복직절차를 진행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26명 청원경찰을 부당해고했던 대우조선해양이 대전지방법원이 내린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명확한 답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도 ‘노동자들과 대우조선해양 간 법리적 다툼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만약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진다면 해고 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도 가혹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도 있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지 670여 일 동안 해고철회, 직접고용,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측의 항소는 해고 청원경찰과 가족들의 아사를 전제하는 것으로 향토기업 포기 선언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며 국책은행으로 사람이 먼저인 정부의 국책은행이 불법을 묵인하고 방조한다면 어떻게 거제시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산업은행은 숨지 말고 나서라고 촉구했다. 변광용 거제시장과도 면담을 진행했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대우조선 청원경찰로 36년간 근무한 박정만씨와 25년 근무한 유용건씨(왼쪽부터) ⓒ이기암 기자

이=청원경찰법에서 어떤 점들이 문제가 됐고 2019년 6월 경남지방노동위는 어떤 근거로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나?
 

김=청원경찰법에 임용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공적 성향이 강한 직종이라 공무원법 용어를 쓴 것이다. 전시나 테러 발생 시 그 국가의 제1타격지점이 될 수 있는 시설을 국가 중요시설이라고 하는데 그런 시설에 상시적 경찰을 배치하기 힘들기 때문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청장이 국가중요시설 사용자에게 배치명령을 내리거나 해당 시설의 사용자가 경찰청장에게 청원해서 그 구역에 한해 경찰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 청원경찰이다. 청원경찰법에는 ‘청원경찰은 청원주가 임용하되 임용할 때에는 미리 지방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제5조에 규정돼 있다. 또 청원경찰법시행규칙 제8조에는 ‘청원경찰의 봉급과 각종 수당은 청원주가 청원경찰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의거해 지난 2019년 6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청원경찰의 비정규직 간접고용이 허용된다면 청원경찰법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고 나아가 청원경찰법 자체가 형해화(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는 뜻)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당시 중앙노동위의 판정은 다르게 나왔는데 당시 이에 대한 분위기가 어땠는지?
 

김=중앙노동위는 재심에서 2019년 9월 청원경찰 26명은 웰리브와 계약했으니 대우조선은 부당해고 당사자라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청원경찰법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며 각하 판정이 나왔다. 당시 이례적으로 중노위원장이 직접 참가했고 공익위원들도 법조계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판례가 없는 사건이기도 하고 사회적 파장의 부담이 커 이미 결론을 내리고 판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최후 변론의 시간도 주지 않았다.
 

이=결국 회사의 적자 등을 이유로 임금삭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조 측에서는 이에 대해 다른 시각이 있었다고 하던데?
 

김=사실, 표면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여기까지다. 내막을 더 들어가 보면 우리가 그해 1월 거제경찰서에 청원주가 청원경찰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고 청원경찰법을 어기고 있다는 진정을 넣었다. 그리고 경찰서가 대우조선이 청원경찰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는 행정조치가 실제 2월에 있었는데 이후 웰리브가 바로 해고통보를 한 것이다. 웰리브에 가서 따져 물으니 ‘왜 우리한테 와서 이러느냐, 우리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면서 경찰서의 행정조치에도 소송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행정소송은 하지 않고 벌금만 내고 끝냈던 것이다.
 

이=지금까지 긴 시간을 투쟁해왔다. 앞으로 복직하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남아있나?
 

김=해고돼 거리로 내몰린 지 2년이 돼 간다.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당당히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은 법의 판단을 받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구조가 아직 노동친화적이지 못한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이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간다면 향후에도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월 3일 판결이 있자마자 바로 대우조선해양 서문에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법원판결 수용과 원직복직, 직접고용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예정이다.

 

▲ 옥은숙 경남도의원이 대우조선해양 서문을 찾아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기암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