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로 농사지어요” 상북중 박환조 학교혁신부장

김선유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8 13: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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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병환 상북중 교장, 이선영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교육팀장(농사교실 마을교사), 강봉수 향산리 이장(농사교실 마을교사), 박환조 상북중 학교혁신부장. ⓒ김선유 기자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상북중학교는 작년 공립으로 전환된 후 올해 구 향산초를 증개축해 이전했다. 또한 2020학년도부터 서로나눔학교(울산형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하고 있다. 상북중은 2018년에 결성된 상북 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 ‘판’과 협력해 ‘마을과 함께하는 방과후학교’ 20여 개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마을교육공동체와 직접 연계해 운영하는 것은 울산에서는 최초이며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현재 상북중 방과후학교 총괄은 과학교사이자 학교혁신부장인 박환조 교사가 맡고 있다. 박환조 부장은 “마을교육공동체와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끼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11월 16일 방과후학교 농사교실 프로그램 거름 만들기. ⓒ김선유 기자


Q1. 상북중의 방과후학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규수업 후 방과후학교를 실시하고 있다. 상북중은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현재 공립으로 전환됐다. 지난 11월 13일 오전 상북중학교 이전 기념식도 열렸다. 상북중 역시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했다. 기존의 방과후학교는 교과목에 대한 수업이 많았다. 학부모들의 요구도 있고 학원을 다니기 힘든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은 교과와 함께 일반적인 수업시간에 할 수 없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외부 강사들을 초빙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북면의 경우에는 강사를 초빙하기 어려웠다. 강사들이 한두 시간 수업을 위해 상북면까지 들어와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상북중 교사들이 방과후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교과목을 벗어난 다른 재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제대로 배워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캔들 만들기를 인터넷 강의로 배워가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상북중의 여러 교사들도 캘리그래피, 수공예 등을 따로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하지만 이런 수업들은 상북중이 추구하는 학교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사들이 정규 교과수업 및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하려면 방과후수업은 따로 떼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울산이 추구하고 있는 교육이 ‘마을교육공동체’이기 때문에 마을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강사로 초빙해 상북중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의 도움이 이어졌다. 학생들의 수요조사도 실시해 매칭 후 과목들을 개설했다. 보통의 학교들은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하거나 아니면 외부 강사들을 초빙해 진행한다. 아니면 업체와 계약을 맺어 방과후학교를 진행하지만 상북중의 경우에는 20여 개 수업에 대해 직접 강사들을 초빙해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었다.  

 

▲ 11월 16일 방과후학교 바투카타(브라질 사물놀이) 프로그램. ⓒ김선유 기자


Q2. 학교혁신부장이 하는 일은?
원래 맡고 있는 과목은 과학이지만 과학수업과 더불어 상북중 학교혁신부서 소속으로 학교혁신과 관련된 일들을 한다. 민주시민교육과 학교자치(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 동아리 등), 공간혁신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해 학교 구성원들의 협력과 원활한 교류, 소통을 통한 행복한 학교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이는 교사들이 모여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관해서 연구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방과후학교와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상북중은 학급 수가 작아 교사 수도 적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학교라고 해서 교사들의 업무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상북중은 다른 학교에 비해 업무가 많은 데다 담임교사의 학급 운영에 대한 업무를 덜기 위해 비담임교사들이 더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 교사들이 본연의 역할인 수업에 열중하고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집중하려면 행정업무를 줄여야 한다. 울산교육청과 학교들이 교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행정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상북중에서도 학교업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학교자치와 관련해서도 기반을 쌓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기반을 쌓는 일이 보람되고 재미도 있다. 상북중이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학교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아 선진적 혁신학교가 되길 바라고 있다.  

 

▲ 방과후학교 농사교실C(목화) 프로그램.


Q3.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
방과후학교의 이름은 예스체인지다. 예스체인지의 뜻은 긍적적인 의미의 Yes와 변화의 Change를 합친 말로 방과후수업을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방과후학교는 예술, 인성, 지식, 기술, 체육 등의 영역으로 진행되는데 예술의 예와 기술을 뜻하는 영어인 스킬의 스, 체육의 체, 인성의 인, 지식의 지 등의 각 영역의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방과후학교는 요일별로 5~6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규수업이 6교시까지 하는 월, 화요일에는 방과후수업을 2시간씩 진행하고 7교시까지 하는 수, 목요일에는 1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은 바투카타, 탭댄스. 농사교실A(밭살림), 농사교실B(논살림), 밴드교실, 기후위기 대응교실 등이 진행된다. 화요일은 제과제빵교실, 탁구교실, 상북영상제작소, 마을 이야기 발굴단, 목공예교실, 숲교실 등이 있다. 수요일은 기타교실, 농구교실A(기초), 손바느질교실, 스토리텔링교실, 농사교실C(목화) 등이 있다. 목요일은 기타교실, 프로모델 조립반, 바디퍼커션, 농구교실B(심화), 독서논술교실, 손바느질교실 등이 진행된다. 총 20여 개의 과목으로 방과후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특기적성 수업과 더불어 돌봄의 기능도 있다. 상북중 학생들이 방과후학교를 통해 꿈과 재능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 각자 한 가지의 특기나 취미를 가졌으면 한다. 재능과 특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학기 참여로는 힘들다. 이에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각 과목에 인원 제한을 둬 이전 선택과목을 우선으로 선택할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 또한 영역별로 한 과목씩은 듣도록 해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숲교실(숲으로 가자) 프로그램.

    
Q4. 방과후학교에서 농사교실의 비중이 큰데?
전국의 많은 혁신학교에서 학교 텃밭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도 학생들과 텃밭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에 대한 중요함을 배우고 먹거리에 대한 의미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학생들과 함께 알아가고 느끼고 싶었다. 텃밭 운영을 위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작년에는 동아리와 방과후학교에 농사과정이 없어서 마을주민이 제공한 땅을 이용해 학생들과 1일 농사를 지어본 바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원성이 높았다. 하필 그날 비도 와서 거름을 뿌린 땅에서 냄새도 많이 났다. 하루 딱 3시간만 해봤던 농사였지만 아이들이 뿌듯해하는 표정이 살아있고 즐거워 보였다. 농사는 모든 학생이 흥미를 느끼기는 힘든 과목이지만 사실 자신들이 직접 심고 자라는 것을 관찰하는 ‘생작’에 대한 의미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1일 농사 때 밭을 일구고 현 농사교실 마을교사의 도움으로 씨를 뿌리고 돌아왔다. 나중에 그곳을 가봤더니 옥수수가 자라있고 방울토마토가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말 그대로 자연의 신비, 생작의 기쁨, 결실의 즐거움이었다. 이를 통해 직접 흙을 밟고 만지면서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큰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방과후학교 농사수업을 운영하게 됐다.
농사교실A, B는 향산리 이장과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의 운영진 한 분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농사교실 진행을 위해 작은 텃밭과 화단을 조성해놨지만 사실 제대로 된 농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땅이 필요했다. 이에 향산리 이장이 농사교실 수업을 위해 자신의 땅을 제공하고 있다. 향산리 이장은 상북중 졸업생으로 학생들의 선배이고 마을교육공동체 판의 마을교사는 자녀가 상북중의 졸업생이어서 누구보다 상북중에 대한 애착이 많은 분들이다. 그만큼 농사교실에 대한 열정도 강하고 농사를 짓는 모든 과정과 더불어 직접 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까지 교육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도가 높다. 농사교실 중 작약과 목화재배를 오래 해온 마을 어르신이 진행하는 목화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 방과후학교 제과제빵교실 프로그램.


Q5. 농사교실의 목표는?
무엇인가를 키우고 가꾼다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큰 기쁨을 선사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반려동물을 기르거나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가 관심과 사랑을 주는 만큼 자연은 결실로 보답한다. 한편으로는 농사가 자신의 뜻과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농사짓는 어르신들은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 또한 삶의 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텃밭이나 농사교육은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리를 논과 밭에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상북중 학생들이 살고 있는 이 상북면은 농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야말로 농업에 대한 소중함과 자긍심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농사교실을 통해 한번 농사를 지어보는 것에 큰 변화를 바라기는 힘들겠지만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교육이 이어진다면 학생들의 성장은 기대 이상일 것이라고 믿는다.  

 

▲ 방과후학교 손바느질교실 프로그램.


Q6. 농사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학생들 중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수업 만족도는 가장 높았다. 수업이 더 보완된 것도 있지만 아이들끼리의 입소문과 경험담으로 현재 농사교실 신청자는 1학기 때보다 많이 늘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과목들 사이에 인기 편차가 좀 있는 것은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방과후학교 운영 목적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각자의 재능을 찾기 위한 목적인데 인기가 있는 과목만 살려둔다면 원래 취지와는 멀어진다. 이런 문제들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책임지고 고민하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의 목표다.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 마을교사들은 자본적 관점을 벗어나 오로지 학생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수업에 임한다는 점이다. 이런 열정이 아이들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얼마 안 되는 강의비로 아들의 간식을 더 많이 싸 오는 마을교사 분들도 있다. 학생들도 이런 마음들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방과후학교 기후위기 대응교실 프로그램.


Q7. 농사교실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방과후학교 마을교사들이 교육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어했다. 사실 수업 중 먼저 가야 된다는 학생, 핸드폰 보고 있는 학생, 잡담하는 학생 등 이 모든 아이를 지도하고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교사들과의 지속적인 간담회와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농사교실과 관련해서는 더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학교에 마련된 6개의 작은 텃밭을 각 반에서 하나씩 관리하게 해 농사교실 참여 학생들뿐만 아니라 상북중의 모든 학생이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산리 이장이 대여해 준 땅이 학교 뒤편에 있는데 내년에는 그 땅에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상북면 고등학생 농사동아리 무파머는 무와 농부를 뜻하는 영어 farmer를 합친 이름으로 고헌축제에서 직접 농사지은 무를 팔아 번 수익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캔들(초)을 만들어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한 바 있다. 이들은 수익의 나머지를 상북중학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를 본받아 상북중 농사교실도 수확과 더불어 나누는 즐거움을 실천해갈 계획이다. 

 

▲ 방과후학교 탁구교실 프로그램.


Q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학교가 돼야 한다. 학교에 아이들 맡겨 놨다고 끝이 아니라 교사, 마을, 학부모 모두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돼 아이들이 행복한 상북면이 되길 바란다. 

 

▲ 방과후학교 상북영상제작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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