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숲경영 국민운동과 산림 윤리의 실현

마상규 / 기사승인 : 2019-11-13 13: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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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참나무숲 ⓒ이종호 기자

 

산림은 산(山)과 숲(林)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면적이 국토의 2/3가 되는 산의 나라다. 산에서 자라고 있는 숲은 현재 150㎥/ha의 재산을 비축하고 있다. 국민들은 매일 숲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나 숲의 가치를 모르고 산다. 마치 맑은 공기의 가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숲은 모든 생명체가 살고 있는 삶터다. 맑은 물, 맑은 공기, 비옥한 토양,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다. 숲이 건강해야 국토가 건강해진다. 온대지방의 숲재산은 250㎥/ha는 돼야 하고 매년 생장량을 수확해서 이용한다면 목재공급량은 연간 5㎥/ha씩 전국 3000만㎥가 된다. 여기서 산주는 소득을 얻고, 지역 주민은 일터를 얻게 된다.

 

숲에서 일터가 정상 작동한다면 산지 100ha당 1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여기에 목재를 가공이용하면 2~4배의 일터가 더 만들어진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숲은 휴양 치유의 장소로서 쉼터도 제공한다. 산지는 산주의 재산이면서 국가에 토지도 공급한다.

 

100년의 의미와 정상적인 숲의 모습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숲은 충분히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가. 반세기 전만 해도 산림은 황폐되고, 경관은 파괴돼 사람들이 떠나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건강한 국토와 아름다운 산천으로 발달돼 돌아와 살고 싶은 땅이 됐다. 그러나 목재생산량은 잠재능력의 10~20% 수준으로 원료 공급과 소득 기능이 극히 취약하다. 일터도 정상적으로 개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숲을 키우려면 100년은 돼야 한다. 100년은 돼야 전신주 크기의 목재가 되고, ha당 매년 6㎥씩 생산·공급할 수 있다. 숲에는 더 다양한 생명들이 살게 되고 경관 가치는 더욱 높아져 살기 좋은 국가가 된다. 유럽의 숲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숲은 이제 50년 정도 자라왔으므로 앞으로 반세기만 노력한다면 100년생의 나무가 함께 자라는 국토가 될 수 있다.

 

숲은 1년생부터 100년생까지 나무들이 고루 분포돼야 정상이다. 정상적인 숲은 정상적인 인간 사회처럼 어린 나무부터 늙은 나무까지 고루 분포해야 한다. 매년 벌채하고 조림하는 면적이 1/100씩 돼야 정상적인 숲구조라 할 수 있다. 한국 숲은 40~50년생이 대부분이고 모두들 늙어만 가고 있으며, 후계수가 없다. 마치 어린이 없는 산촌처럼 늙은 나무만 남아있다. 

 

100년이란 숲의 수명에 해당된다. 유럽처럼 숲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어린 나무와 100년생 나무가 함께 자라는 정상적인 숲을 만들어야 한다.

 

방임·방치된 산림과 숲 자원

 

한국은 산림을 산주에게 맡겨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숲경영은 산주에게 방임·방치돼 있다. 산주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 있고, 소유 규모가 영세해 숲경영에 관심을 두기도 어려우며, 기술과 기계도 없고 지식과 정보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 방임·방치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 경영을 담당할 주체와 기술자도 없고 경영계획도 없으니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옳은지도 알지 못한다. 

 

이렇게 방임·방치된 원인은 산림을 산주의 개인재산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과 공기처럼 살아있는 숲은 국민들이 공유하는 재산이 될 수 있고, 목재는 광물과 석유처럼 2차·3차로 가공되고 고용 등 파생효과가 높은 원료재로서 공공성이 높은 공익성 자원에 해당된다. 산림을 산주의 개인재산으로 방임·방치하면 개별 작업으로 생태계와 경관이 훼손될 수 있고, 일터도 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가와 사회는 숲경영에 참여하고 지원하면서 산주와 지역사회가 공생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유럽이 건강하고 가치 있는 숲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국가·사회의 정상적인 산림윤리의식과 든든한 산림기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한국 숲경영의 발원지

 

1974년부터 울주군에서 한국과 독일의 산림경영기술협력에 의해 사유림경영과 기술보급을 위한 시험조림이 실시됐다. 한독산림경영사업은 20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뤄져 1994년 한국정부에 그 성과를 이관하고 마무리됐다. 이 모델을 전국에 보급하기 위해 각 도별로 산림협업경영을 실현한 바 있었으나 정착하지 못하고 중단됐다. 그 뒤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 때 조림한 나무들이 상북면과 두서면 일대에 남아서 역사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국제적인 성공 사례를 왜 정착시키지 못하고 표류하게 만들었을까? 왜 또다시 산주에게 방임·방치시켰을까? 궁금한 일이다. 산림당국의 숲경영에 대한 정책 부재일까, 아니면 중앙정부의 인식부족으로 재정지원이 어려워서일까? 제도상의 문제일까, 숲 윤리에 대한 사상과 철학의 부재일까?

 

아마 근본원인은 숲의 가치철학에 대한 인식부족과 경제 관료들의 숲 윤리에 대한 이해부족 등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유림에 무료로 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 왜 부자인 산주들 산에 나무를 심어서 더욱 부자가 되게 하느냐면서 산촌 주민의 계층화를 더 시키는 것 아니냐고 반항하는 경제사회학도들의 생각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지금도 왜 개인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주느냐고 불평하는 경제사회 관료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 숲경영의 발원지인 울주의 상북면과 두서면에 남아 있는 숲과 숲의 가치철학을 발굴해 다시 한 번 한국 100년숲경영의 선도지역으로 개척해 나가는 역사적인 출발이 필요하다. 장년의 숲에서 노년의 숲으로 가는 전환점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출발해 보자

 

 

숲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지, 숲, 사람, 기술, 정보 등 5개 요소가 투입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조직과 실행에 옮기는 경영관리조직, 그리고 국가사회의 경영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 과거 한국과 독일정부의 협력사업에서 관리인단이 국가사회적 역할을, 산주협동체가 의사결정을, 그리고 경영관리는 5000ha를 3인의 산림기술자가 담당하는 조직을 갖추었다. 여기에 교육훈련, 경영계획 편성 그리고 시험연구 등 경영지원조직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제는 우리들의 힘으로 다시 한 번 울주지역에서 100년숲경영 모델을 만들어내고 국가사회가 뒤따라 올 수 있도록 하는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먼저 울주군 두서면과 상북면 전체를 대상으로 한 100년숲경영 기본계획이 필요하다. 산지와 숲에 대한 공간 진단, 여기에 미치는 경제사회 및 생태문화적 수요 그리고 국가사회의 역할 등을 진단하고 가치 실현을 위한 공간관리계획과 중장기적인 시간계획을 세우며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문적인 관리조직을 육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100년숲경영 국민운동 전개

 

산지는 아직 개척을 기다리는 새로운 국토다. 숲은 국민들이 살아가는 생명자원이면서 경제자원이고 경관휴양문화자원으로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산림과 숲의 가치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한 체계 아래서 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100년숲경영 국민운동을 울주군에서부터 출발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울주군은 숲이 가는 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명한 지도자와 이를 깨우친 선각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0년숲의 이상적인 모습을 찾아보자. 1년생부터 100년생 나무까지 고루 분포한 숲. 생태적으로 건강한 수종,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수종, 경관적으로 아름다운 수종이 적정하게 분포돼 있는 숲. 매년 생장량이 일정한 수종별 면적이 고루 배치돼 있는 숲. 해마다 국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임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숲. 적지에 적수가 조림돼 있고, 기상과 병충해 재해에 저항성이 있도록 적정한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꾸어진 숲. 100년숲이란 이 같은 기본조건을 갖추고 있는 숲을 뜻한다. 100년숲경영이란 이상적인 숲으로 유도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게 정비정돈해 후대에 넘겨줄 수 있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100년숲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가사회와 산주, 기술자와 주민들이 협력해야 한다. 국가사회는 숲에서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경영을 지원해야 하고, 국민들은 숲의 가치를 알고 협력해야 한다. 숲을 함께 가꾸고 보호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지속적인 산림경영, 숲경영이 가능하게 된다.

 

국가사회는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임도가 적정밀도가 될 때까지 시설 지원을 해야 한다. 산주, 지역주민, 시민들이 참여하는 경영의사결정조직을 결성할 수 있게 제도화시켜야 한다. 전문기술자들이 계획적이고 전문적으로 숲을 경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줘야 한다. 경영을 지원하는 조직, 즉 경영계획 편성, 교육훈련, 기계장비 지원, 임산물 시장 유통, 지역주민의 일터 개발을 지원하는 조직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산주와 지역주민들에게 일터를 제공하고 벌채 생산할 때 정상적인 임금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산주들이 산림경영에 합리적으로 참여할 경우 상속세, 토지보유세 등 세금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산주와 주민들이 공생하면서 숲을 보호하고 가꾸어 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참여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경영지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교육하면서, 시범적으로 경영모델이 될 곳을 권역별로 만들어 가는 100년숲경영 국민운동이 전개돼야 숲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국토 살리기, 산촌 살리기

 

국토를 살리고, 산촌을 살려서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100년숲의 모습을 갖춰가야 한다. 이 모습을 갖출 때까지 앞으로 5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일은 단기전을 생각하는 정당에 맡길 수 없다. 이 땅에 오래 살아가야 할 국민들의 힘으로 100년숲경영 운동을 전개해야 가능하다. 100년숲은 국토경영의 기본이다. 조그만 정부부처에 맡겨둬서는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앞장서 나가고 국가에서 이를 따르도록 해야 정부와 정당들도 따라올 것이다. 

 

숲경영의 시원지인 울주에서 다시 한 번 숲경영 운동을 전개해 전국으로 메아리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100년숲 국민운동의 조직과 재원 확보 대책, 그리고 100년숲 모델경영 대상지 1만5000ha에 대한 경영기본계획과 운영 대책을 세워 울주군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선진 모델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한국 숲에서도 희망의 등불을 볼 수 있다. 

 

 

마상규 생명의숲 고문, 전 임업기계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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