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가 1주일 만에 종영한 이유는?

배문석 / 기사승인 : 2021-03-30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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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

TV 드라마 역사 속 최단시간 종영

제작비 320억 원에 화려한 캐스팅. 그러나 단 2회만 방영하고 끝난 드라마로 역대급 오명을 기록한 <조선구마사> 3월 22일에 첫 방송을 시작했지만 26일에 SBS가 방영권 포기, 제작사도 같은 날 해외판권 판매 중지와 온라인 스트리밍 상영도 내리기로 했다. 

 


이 모든 게 실존 인물을 앞에 세운 역사드라마지만 심각한 왜곡이라는 시청자들의 집단행동이 낳은 결과다. 시청자들은 단순한 역사왜곡이 아니라 치밀하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이 한국 드라마와 예능에 퍼지는 정점이라고 여겼다. 


더구나 드라마 작가가 겨우 한 달 전에 중국원작을 각색해 만든 역사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왜곡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다. 그때는 조선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혐한작가로 비판받는 중국 작가 작품을 가져와 ‘조선왕조실록이 찌라시’라는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단 2화가 방영되는 동안 더 심각한 전개를 보였다. 조선 초기 태종, 충녕대군(세종), 양녕대군이 나오는 데 좀비와 악령이 깃든 살아있는 시체들이 퇴마할 서양 구마사를 데리고 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속적으로 판타지 역사극에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태종은 양민을 학살하는 살인마로, 세종은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 놨다. 


게다가 구마사를 접대하는 장소로 그린 조선 기생집은 중국풍으로 만들어놨고 식탁에 오른 음식들도 중국 술병에 월병, 만두, 피단까지 모두 중국식이었다. 그러니 이걸 지켜본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동북공정’을 떠올린 것이다. 최근 현대 드라마에도 주인공이 뜬금없이 중국식 비빔밥을 먹는 등 간접광고로 말이 많았던 것과 연결된다. 

 

 


제작진은 이야기가 허구며 판타지라고 변명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럼 왜 굳이’라는 의문과 반감을 낳았다. 넷플릭스에 방영된 <킹덤>이 시즌을 이어 갈 만큼 좀비나 악령의 세계를 다루며 흥행하지만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지도 않았고, 복색과 소품에 외국 것을 오히려 더 신경 썼던 것과 비교됐다. 


시청자들은 논란에 그치지 않고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그것도 매우 영리하게 광고주와 협찬사를 압박했다. 앞선 <철인왕후> 때 방송위원회에 쏟아졌던 시청자 민원이 겨우 행정지도에 그쳤던 것의 교훈이었을까.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폭등한 여론에 방송 2일 만에 거의 모든 광고가 끊어졌고 제작비 지원 등 협찬도 멈췄다. 


급기야 방영권을 사들인 방송사가 처음에 1주 방영 연기를 내세웠다가 결국 폐지로 선회했다. 이미 제작비를 지급하고, 제작사는 출연도 8회분까지 지급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강행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날 것이란 계산도 뒤따랐다. 

 


이제 시청자 보이콧이 가장 빠르게 성공한 기록이 세워졌다. 잇단 중국 자본의 한국 방송시장 침투에 대한 경계와 공론화도 커지고 있다. 일부 여론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면 해외시장 진출 등에 손해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준이 아니다. 평가가 무엇이든 주체성과 역사인식이 문화산업에도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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