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년 예술가가 나에게 왔으면”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09-28 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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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청춘

이보미 비모어 대표
▲ 이보미 비모어 대표. ©조강래 인턴기자

 

Q. 자기소개와 공간 소개를 부탁한다.


울산에서 예고, 미대를 나왔다. 작가로 생활하고 싶은 문화예술 활동가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작가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경제적인 자립이 안 된 상황에서 작가로만 생활하기에는 어렵더라. 그래서 이렇게 비모어라는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을 운영하게 된 취지는 울산에서도 재밌는 문화예술공간도 만들자는 것, 그리고 예술가들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 보다시피 공간 안쪽에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조그만 갤러리에서 전시나 예술 기획을 하고 있다. 카페에 대한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사람들의 발길을 어떻게 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카페를 접목하게 됐다. 이 건물은 원래 화학공장 겸 창고였다. 사람들이 폐공장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데, 폐공장은 아니고 잠시 멈춰있던 공간 창고를 개조한 아트스튜디오다. 전기랑 에어컨 빼고는 내 손으로 공사를 다 했다. 딱 한 달 반 걸렸다. 현대미술관 같은 경우 층고가 높다. 층고가 높은 이유는 현대미술 작품은 사이즈가 큰데, 큰 사이즈가 주는 압도감이 있어서 사람들이 생각을 정리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들이 우리 공간에서 작품을 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공간을 선택하게 됐다.

Q. 공간에서 주로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성남동에서 활동할 때 예술영화제도 해보고, 또 동양화 전공이라 어른들의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무료로 수업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잘 홍보하고 재밌게 놀아도 어렵더라. 울산은 특히 좀 폐쇄적인 것 같다.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이 공간에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면,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퍼포먼스로 볼 수 있다. 시민들이 그런 걸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카페에 있는 드로잉 키트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생각보다 그림 그리는 건 재밌다. 그리고 옆자리에서 음악하는 사람들, 연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다. 우리 공간에 오면 정말 재밌다. 사람들이 문을 나섰을 때 울산이 그렇게 재미없는 곳은 아니구나, 나도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 볼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플랫폼 공간이 되고 싶다. 비모어아트스튜디오라고 하지만, 다른 말로는 문화거점플랫폼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진작가나 청년작가에게는 대관료가 무료다. 단, 조건이 있다. 리플릿을 제작해야 하고, 큐레이팅을 받아야 한다. 큐레이팅을 해야 작가와 서로 상호보완이 된다. 그래야 작가들도 더 열심히 한다. 리플릿을 제작하라고 하는 이유는, 리플릿이 개인 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둔 조건이다.

Q. 공간 운영 외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화실 수업이나 관공서나 기업에 출강하고 있다. 또 우리 공간에 많은 예술가가 찾아오는데, 그들과 협력해서 새로운 걸 기획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장이 돼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고래문화재단에서 청춘다락방이라는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예술 강사를 하고 있다. 과정을 아카이빙해서 전시연계까지 하고 있다. 부산에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이 많은데, 울산은 별로 없다. 그걸 우리 공간에서 먼저 해보게 됐다. 또 울산문화재단에서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Q.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나는 순간이나 장면이 있다면?


우리 공간이 플랫폼이 돼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서로 이어진다는 게 너무 좋았다. 또 내가 궁금해서 오는 분들도 간혹 있다. 그런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새로운 걸 기획해나가는 게 재밌었다. 이번에는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사들이 내려와서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런 게 재밌다. 일반적인 공연은 관객은 관객석에 앉아 있고 예술가는 무대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형식인데, 그런 거 없이 사방면을 다 보여줄 수 있게끔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11월에 공연할 예정인데, 코로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소규모로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나서 뭘 하게 됐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여기서 그린 그림으로 타투를 새겼다던가, 작가로 전향하게 됐다던가, 그런 소식을 들을 때 기분이 좋더라.

Q.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 4년차인데, 화실은 자리를 잡았다. 화실은 수입이 있는데, 카페 운영 같은 경우는 힘이 들더라.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자영업 자체가 힘들었다. 예술 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잘 못한다고 하지 않나. 처음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고, 코로나 영향으로 많이 휘청거리기도 했다. 지금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공간에 온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메뉴 구성도 고민하고, 전시기획이나 예술기획도 계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어려움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를 도와주려는 어른들이 있었다. UBC의 어떤 PD님이 내가 뭔가를 하려는 걸 보더니 이런 활동을 알려보자며 내가 주인공이 돼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이 있다. 그분이 말하기를, 내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너를 좋아하고, 너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을 거라며 더 열심히 하라고 했다. 또 내가 허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힘들어서 다 정리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MBC 작가님이 연락 와서 울산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도와주고 싶다며 우리 공간을 대관하면서 도움을 주더라. 울산이 약간 그렇지 않나. 내가 아무리 해도 안개처럼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른들이, 우리 선배들이 응원해 준다. 그럴 때마다 좀 더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선배들에게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Q. 청년으로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거나 같은 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나에게 와라. 오면 얘기해 주겠다. 랜선으로 얘기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나한테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아낌없이 다 알려 준다. 실패하면 안 되니까. 청년들은 실패하면 끝난다. 기회가 없다. 어른들은 할 수 있어, 힘내, 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봤을 때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더라. 실패 안 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언제든지 어려워 말고 나를 찾아오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일단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 장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추진력이다. 머물고 있으면 생각이 계속 고인다. 일단 하나라도 실행하면 이게 틀렸는지 실패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실패하지 않는 도전을 하라고.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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