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시민들이 창학을!

김미진 울산형마을교육공동체 TF팀장 / 기사승인 : 2019-10-24 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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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이래저래 그동안 교육과 관련된 일들을 해왔다. 공립학교에서 교사도 했었고, 임용 고시 전에는 학원 강사도 해보았다. 학교를 그만두고는 산골 마을에서 도시 아이들의 시골살이인 산촌유학도 해보았고, 지금은 면 단위에서 중학교와 함께 마을의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아들과 딸은 산골 작은 분교를 다니고, 마을뒹굴링(홈스쿨링이라고 하기엔 너무 느슨하고, 홈에서만 아니라 마을에서 뒹굴링을 했었음)을 하기도 했고, 여행을 다니는 대안학교를 가기도 하고, 전남 시골 마을의 조그만 대안학교에 갔다가 학교가 폐교되기도 했었다. 학교는 아니지만 예술공동체에 들어가 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직간접으로 우리나라에서 겪을 만한 교육 관련 경험들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 물론 상위(?) 몇 프로 사람들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온갖 스펙과 특권의 경험들은 빼고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제는 시민들이 창학을! 학교를 세우자!”는 것이다. 


창학? 창업 아니고 창학? 그렇다. 창학을 하자. 지난 달이었나. 지리산포럼에 갔더랬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 자락 조그만 마을 산내면에 모여들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한 작은 씨앗들, 즉 자신들이 해오거나 하고 싶은 온갖 실험들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자리였다. 거기에서 덴마크의 자유학교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해주신 양석원 선생님이 ‘이제는 창학을 하자’고 했다. 그래 ‘창학’이었어. 학교에서, 마을에서 교육 활동을 해 오던 내가 그 즈음 한참 궁리를 하고 있던 구상이 ‘창학’이란 단어와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날 밤 나는 설레는 맘으로 내가 세울 학교를 구상했다. 그리고 다음 달 그러니까 지금 시월, 나는 학교를 세웠다. 이름하여 ‘궁금한 학교’다. 


무슨 학교를 그리 쉽게 세우냐고? 그러나 나는 거꾸로 묻고 싶다. 학교를 세우는 것이 어려워야 하는가? 학교는 국가만 독점적으로 세울 수 있는 것인가? 교육을 하는 데 무슨 자격이 있어야 하는가? 누구나 학교를 세우면 안 되는가? 시민 누구나 학교를 세우고, 시민 누구나 자신의 배움을 나누고, 시민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곳, 그 곳이 학교여야 하지 않나? 


내가 세운 학교 ‘궁금한 학교’는 ‘로컬독립라이프실천스쿨’이다. 우선, 로컬이다. 멀리 있는 학교 다니지 말자. 되도록 가까운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지역 사람들과 학교를 만들고 서로 배우자는 것이다. 그게 탄소발자국도 줄이고, 지역 공동체에도 도움 되는 일이다. 


다음은 독립이다. 공립이니 사립이니 한다. 궁금한 학교는 ‘독립’이다. 혼자 세웠다. 그동안은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하는 일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러다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미루게 되는 것이다. 여럿이 함께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아무것도 없는 학교라 해도 학교를 세우자 하면 얼마나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하겠나. 그리고 ‘독립영화’처럼 기존 상업영화와는 좀 다른 결로 가는 ‘독립’학교다. 이래저래 눈치 보는 학교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학교를 그려본다. 


‘미션스쿨’이 아니라 ‘라이프실천스쿨’이다. 삶이 곧 배움이 되고 배움이 삶이 되는 학교, 이론으로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삶으로 바로 실천하는 학교이길 바란다. 


교실이 따로 없다. 까페도 될 수 있고 공공기관의 한 켠을 빌려 쓸 수도 있다. 이웃집이 교실이 될 수도 있다. 교사는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 이웃집 할머니가 김치교실의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학생이 되었다가 교사가 될 수도 있다.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 교실을 열 수도 있다. 그러나 교실이 열리려면 학생이 있어야 한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 교실을 제안할 수도 있다. 선생님이 나서고 배우고자 하는 동창들이 생기면 된다. 여기서 핵심은 배우는 사람이다. 배움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교실, 학교는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며칠 전 궁금한학교에서 첫 번째 교실을 열었다. 쓰레기공부교실이다. 같이 영화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사회 시스템이 변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같이 공부하자고 했다. 


‘궁금한학교’라는 명칭에 학교라는 말을 써도 될까, 꼭 학교여야 할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나는 굳이 학교라 하고 싶다. 시민들이 누구나! 무엇이나! 언제 어디서나! 학교를 세우고 배움을 함께하고 그래서 우리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열망해본다. 


김미진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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