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면 이제라도 알아보자! <봉오동 전투>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08-15 12: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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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1920년 만주 독립군 전투를 바라보는 시선

아마 처음 기획은 3.1운동 100주년에 맞췄을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와 벌인 독립군 전투 그 첫 승전 역사가 눈길을 끌기 좋은 시기니까. 그런데 강제징용노동자 배상판결을 둘러싸고 일본 아베 정부가 도발을 할 줄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올여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영화가 됐다. 

 


하지만 개봉 전 상황이 온통 호평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평론가들은 박하게 평점을 줬고, 몇몇 언론은 ‘국뽕’이라는 신조어를 들이밀었다. 마약을 맞듯 애국심을 자극한다는 말인데 지난봄 애국마케팅으로 앞세운 <자전차왕 엄복동>이 함량 미달로 철저히 외면된 사례가 있었다. 게다가 황당한 ‘동강할미꽃’ 가짜뉴스도 개봉 한 주 전 인터넷을 흘러 다녔다. 촬영 중 천연기념물을 파헤쳤다는 소식인데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고 매우 과장된 뉴스였다. 왠지 이 영화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훼방을 놓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화제 속에 개봉한 첫 주 흥행은 좋은 편이다. 일주일도 안 돼 250만 명이 관람했고 자발적인 단체관람도 이어졌다. 극렬하게 대치 중인 한일 관계 속에서 우리 정부보다 일본 아베 정부를 옹호하는 극우보수에게 가하는 일침 같았다. 


우리는 봉오동 전투에서 그동안 이름을 알 수 없었던 독립군을 만난다. 마적 출신 황해철(유해진), 부대장 이장하(류준열), 3.1운동으로 옥고를 겪고 만주로 온 임자현(최유하), 온 가족을 일본군 총칼에 잃고 합류한 소녀 춘희(이재인) 등등. 감독이 역사책에서 배웠던 홍범도 장군만 아냐고 묻는 듯하다. 심지어 주인공 황해철은 앞에 나서 독립군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내일 독립군이 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제작 의도를 매우 분명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전투장면도 시종일관 숫자와 무력에서 밀리지만 지략에서 독립군이 일본군에게 앞섬을 보여준다. 더구나 야만적인 일본 장교와 정의로운 독립군 소대장을 대비시키고, 일본군 소년 포로가 자국 군대를 비판하는 순간에 이르면 뭔가 계몽적인 영화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불편해하는 이들보다 더 많은 관객에게 쾌감과 충격을 선사한다. 먼저 몰랐던 역사에 대해 몰입하도록 구성한 화면과 이야기가 제법 정성스럽다. 때때로 설명이 과하고 늘어질 때도 있지만 전투에서 주는 타격감이 상쇄한다. 역사고증이 완벽하진 않아도 고증된 사료에 더한 상상력은 딱 감당할 만큼 선을 지켰다. 

 


<봉오동 전투>는 사실 <명량>(2014)과 구조가 비슷하다. 작품 속 시대는 몇백 년 차이가 있지만 일본과 전투, 비대칭 전력, 똘똘 뭉쳐 결국 값진 승리를 하는 서사가 일치하니까. 물론 역사 속 명량대첩이 왜란 때 전세를 완전히 뒤바꾼 반면, 봉오동의 승리는 4개월 뒤 청산리전투까지만 이어졌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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