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가 남기고 간 유산,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 기사승인 : 2019-04-24 1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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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 정보전달체계 개편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모든 시민들이 복지서비스를 한 번만 신청하면 ‘사회복지정보원’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자동으로 안내해주고,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구축에 있다. 사회보장 정책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해서 사각지대를 줄이고, 우리나라 복지 정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청주의’의 한계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동안에는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대부분이 당사자나 가족이 신청할 때만 받을 수 있었다. 내게 필요한 복지서비스가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알아도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었다. 송파 세 모녀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의 정보전달체계가 가지고 있는 한계의 피해자다. 정부도 그동안 공공기관의 정보를 통해서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단수와 단전 정보, 건강보험료 체납 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은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떨어져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들이 많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클수록 이러한 정보를 알아보려는 노력과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 도입하는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은 한번 가입했을 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달받게 될까? 이 시스템이 개통되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현재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6740개에 달한다. 하지만 사회보장정보원에 등록된 복지서비스는 396개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관련 정보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어서 오히려 무슨 복지서비스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의 ‘복지멤버십’에 가입하면 임신과 출산, 자녀의 입학, 실직 등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 정보를 맞춤형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또 하나 이목을 끄는 특징이 있다. 복지멤버십에 가입하고 신청할 때 다른 복지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하는 ‘포괄적 신청주의’는 특정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이용 동의서’에 동의하면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이다. 과거보다 진일보한 시스템이 정부 정책에 등장했다. 이런 조치만으로도 복지사각지대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는데 임신과 출산, 입학, 실직, 퇴직, 질병, 장애, 입원 등 내 삶에서 변곡점이 되는 사건과 경제 여건, 신규 제도 도입, 기존 제도 확대가 있을 때마다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자동 신청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신청주의’는 본인이나 가족들이 신청할 때 받는다는 점에서 ‘자율성’과 연결된다. 개인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정보를 보호하고, 원하지 않는 낙인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때로는 ‘배려가 사람 잡는다’고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여러 불상사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신청주의와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사각지대를 방치한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자율성’과 ‘동의’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헤아려 나가야 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복지사각지대가 상당히 줄어들 수도 있지만, 시스템에만 맡겨두면 빅브라더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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